▲ 지난 7월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KB금융 내분 사태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다. 뉴시스

전산기 교체 감사보고서 불씨… 조직 장악하려는 회장과 독자 행보 행장의 갈등이 원인

주 전산기 교체로 촉발된 KB금융 내분 사태의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모든 조직과 인사를 한손에 장악하려는 회장과 독자 행보를 고수하는 행장이 전면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감사원, 정치권까지 끼어들었다. 두 사람 모두 ‘낙하산 인사’여서 권력투쟁의 양상도 외부 권력기관을 동원하는 난타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변휘 <머니투데이> 금융부 기자

KB금융그룹이 1인자와 2인자의 ‘이전투구’로 시끄럽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실제로는 지난 1년간 잠재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사이의 ‘권력투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KB 사태는 단순히 한 금융회사의 비행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의 ‘기싸움’은 물론 감사원과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민간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낙하산’ 내리꽂기가 보여주는 온갖 폐해를 한꺼번에 드러내고 있다. 사태의 전말은 ‘낙하산’으로 평가받는 당사자인 두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살펴봐야 한다.

임 회장은 재무 관료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전형적인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인사다. 그러나 프로필을 자세히 살펴보면 완벽한 주류에선 다소 벗어나 있다. 관료사회를 주름잡는 경기고·서울대 출신이지만 법대·상대가 아닌 국어교육과 전공인 탓에 설 자리가 좁았다. 승진도 조금씩 더뎠다. 외환위기 때 은행제도과장 등 재정경제부의 핵심 보직을 거쳤지만 2004년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으로 파견돼 ‘밀려났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1년 뒤 ‘재무 관료의 꽃’으로 불리는 금융정책국장으로 복귀해 차관보·2차관을 역임했지만, 이명박 정부 초반엔 참여정부 차관 출신이란 이유로 2년간 야인으로 지냈다.

차관 출신으로는 ‘격’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들으면서도 2010년 KB금융지주 사장이 됐다. 그러나 3년간 존재감은 미약했다. 이명박 정부의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리던 어윤대 당시 KB금융지주 회장과 반목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이때부터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게 공을 들였고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특히 어 전 회장이 임기 말에 사활을 걸었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대해 임 회장은 사외이사들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 6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기까지는 모피아 그룹이 배경이 됐지만 사외이사들의 구심인 이경재 이사회 의장의 지지 역시 결정적 역할을 했다.

회장 손 닿지 않는 한 사람, 이건호 행장　

임 회장의 리더십은 이같은 위기 극복의 경험과 조직 장악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피아 특유의 스타일이 결합돼 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자신이 머물렀던 지주사 사장직을 폐지했다. 조직 효율화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그룹 2인자’의 자리를 없앤 것이다. 또 지주사 임원과 계열사 대표는 물론 국민은행의 임원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해 그룹 전반에 강한 지배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룹 내에서 임 회장의 영향력 밖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유일한 인물이 이 행장이다. 그는 은행장 레이스의 출발선에서 끝자리에 겨우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지만 막판에 느닷없이 선두로 치고 나왔고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선임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뒤따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선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을 주름잡고 있는 이른바 ‘연(硏)피아’(연구원과 마피아의 합성어) 이력이 눈에 띄었다. 이 행장은 과거 금융연구원에서 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8년 근무했다. 특히 함께 금융연구원에서 일했던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행장의 조력자로 지목됐다.

이 행장은 현 정권과의 ‘특수관계’로 더욱 주목받았다. 이 행장의 부친 이정순 예비역 준장이 5·16 쿠데타를 주도한 육사 5기 출신으로 쿠데타 성공 직후 부정축재처리위원회 조사단장과 육군본부 경리감 등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측근의 2세들을 중용한 현 정부의 금융계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지낸 고 차백인 박사를 고리로 이 행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과의 ‘친분’도 거론됐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부친이 육사 5기 출신이라는 것과 차 박사와의 친분 모두 사실이지만 박 회장과는 일면식도 없다”며 “사실을 조합한 소설일 뿐”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건호 행장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은 명확하게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 행장의 부상은 KB금융그룹 안팎에 적어도 한 가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행장을 밀어올린 힘이 임영록 회장은 아니라는 것. 임 회장과 이 행장 간 갈등의 본질은 여기서 출발한다.

갈등의 징후는 임기 초부터 조금씩 새어나왔다. 임 회장은 취임과 함께 ‘때맞춰 알맞게 내리는 비’라는 의미의 ‘시우(時雨)금융’을 모토로 고객 친화적 금융사를 표방했지만, 이 행장은 단기 수익 창출 중심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과 은행이 함께 성장하자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은행의 독자적 경영철학으로 내세웠다. 지주사 회장이 그룹의 최상위 CEO지만 행장이 명목상 인사·행정·예산 권한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 이 행장의 독자 행보는 임 회장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전면전 불씨 터뜨린 정병기 감사

반면 이 행장 주변에선 ‘아군이 없다’는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본부장급 임원들 대다수가 ‘임 회장의 사람’으로 채워져 은행장의 권한이 사실상 제한됐다는 것.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임 회장과 동향인 강원, 출신 대학인 서울대, 2채널(합병 전 주택은행 출신)과 3채널(장기신용은행 출신) 중용을 통한 1채널(국민은행 출신) 배제가 임 회장의 인사 키워드”라며 “이런 인맥들로 지주사와 은행 임원은 물론 핵심 부장급 직원까지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파열음이 나옴에도 양쪽은 ‘갈등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불화설이 불거질 때마다 이 행장은 “임 회장과 한달에 한번 이상은 함께 식사한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갈등의 골은 점점 벌어졌다. KB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전임 어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의 확고한 위계질서에 익숙했던 임 회장의 측근들이 처음부터 손아귀 밖에 있던 이 행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이 행장의 주변에선 ‘책임지지 않으면서 간섭만 하는 지주에 끌려만 다니다 나중에 책임만 뒤집어쓸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 전산시스템 교체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 5월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점에서 열린 긴급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왼쪽). 지난 1월 서울 중구 태평로1가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고객정보 유출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오른쪽). 뉴시스

KB의 ‘집안싸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핵심 당사자는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이다. 정 감사는 지난 1월3일 국민은행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되자마자 고강도 감사에 돌입했다. 우선 은행의 핵심 부서인 인사부를 뒤졌고, 3월에는 행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결재 서류를 먼저 볼 수 있도록 상임감사위원 직무 규정을 바꿨다. 일각에선 경제관료 출신인 정 감사의 배경에 주목하며 ‘이 행장을 견제하려는 임 회장의 사람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정 감사 스스로 언론 인터뷰에서 “나를 추천한 사람은 임 회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5월 말 정 감사의 행보는 이와 정반대였다. 정 감사는 지주사가 힘을 싣고 있는 국민은행 주 전산기의 유닉스 기반 교체 결정에 심각한 왜곡·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행장을 제외한 다른 이사회 멤버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요청하는 초강수를 뒀다. 주 전산기를 둘러싼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전면전’에선 오히려 이 행장과 공조를 취하는 모양새다.

주 전산기 논란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기로 의결한 지난 4월24일 국민은행 이사회로부터 본격화됐다. 정 감사는 교체 결의 전반에 대한 감사에 돌입해 결의의 근거가 된 보고서에 오류와 왜곡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는 이 행장에게 메인프레임 가격을 낮추겠다는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이 행장도 메인프레임 유지에 걸림돌이던 가격 인하 가능성을 제기하며 재논의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정 감사의 감사보고서는 5월16일 감사위원회에서 채택은커녕 열람마저 거부당했고, 이 행장이 5월19일 긴급 소집한 이사회에서도 재고 논의는 무산됐다. 이에 정 감사는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국민은행은 같은 달 23일과 30일에 연거푸 긴급 이사회를 열어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오히려 사외이사들은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안건을 스스로 마련해, 은행장의 반대에도 통과시킨 뒤 7월4일 이를 강행했다.

일련의 과정을 두고 이 행장과 정 감사 쪽, 그리고 국민은행 사외이사들과 KB금융지주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 쪽의 주장은 엇갈린다. 우선 정 감사는 유닉스 교체의 근거가 된 보고서에서 △시스템 변경 과정 리스크의 의도적 배제 △시스템 전환 결정 과정의 불공정성 △비용 절감 효과의 왜곡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 오류의 원인을 ‘지주사에서 은행 실무자에게 조작을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행장도 “잘못된 결정이 그대로 관철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며 금감원 통보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은행 사외이사들과 지주사는 이런 지적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주 전산기 교체는 2013년 11월 이 행장도 참석했던 은행 경영협의회를 거쳐 2014년 4월 은행·카드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안인데, 뒤늦게 감사권을 동원해 정당한 의사결정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 오류·왜곡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한국IBM이 줄곧 버티다 막판에 은행장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흥정한 것도 비도덕적 행위라고 비판한다. KB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집안의 일을 외부에 알려 조직을 위기에 빠뜨린 것이 가장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 “전산기 교체 왜곡 있었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로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관계가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평가한다. 특히 은행 전반에 걸친 임 회장의 영향력과 경영 간섭에 문제의식을 느껴왔던 이 행장이 주 전산기 교체 논란을 계기로 임 회장과의 전면전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건의 파장은 커져만 갔다. 금감원은 주 전산기 사태를 계기로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모두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중징계 확정은 금융권에서 사실상 CEO에 대한 ‘해임’ 선고로 받아들여진다. 내부 갈등이 KB금융그룹 1·2인자의 동반 사퇴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셈이다. 일단 금감원의 감사 결과는 정 감사의 감사보고서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 왜곡을 주도한 김재열 전무에게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통보하는 등 지주사와 은행의 관련 임직원들에게도 높은 수위의 징계를 통보했다. 임 회장에겐 CIO의 부당 개입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묻고 있다. 다만 금감원은 이 행장에 대해서도 허위 보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KB국민은행의 긴급이사회가 열린 지난 5월2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경영진 내분 사태와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은 다소 지나치다는 게 금융권 전반의 공감대다. 우선 KB금융지주·국민은행 관계자들은 보고서 조작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임 회장도 사실이 아닌 보고서 조작에 관리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주사의 부당 개입으로 결론이 난다면 애초에 자진 신고를 한 이 행장이 함께 중징계를 받는 것은 모순이다.

금감원은 임 회장에 대해서는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과거 국민카드 분사 당시 금융위원회의 승인 없이 국민은행 고객정보를 분리하지 않은 채 카드회사로 부당 반출한 ‘관리 책임’을, 이 행장에 대해선 도쿄지점 불법대출 당시 리스크관리그룹부행장으로 재직했던 ‘포괄 책임’을 중징계 이유로 꼽는다. 그러나 2011년 3월 국민카드 분사 당시 KB금융지주 고객정보관리인이던 어 전 회장은 정작 경징계를 받고 임 회장이 중징계를 받은 것은 모순이다. 이 행장 쪽은 “모든 금융사고의 포괄적 책임을 묻는다면, 살아남는 리스크 담당자는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은 일단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6월26일과 7월3일 잇달아 징계 수위 확정을 위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은 “징계 대상 건수가 많고 당사자 소명을 들어봐야 하는 등 물리적 시간이 많이 소요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초에 무리한 중징계를 밀어붙인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감원이 6월 말 일괄 징계를 목표로 주 전산기 사태를 졸속 검사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 전산기 사태가 불거진 때와 최수현 금감원장의 거취에 대한 풍문이 돌던 시기가 맞물렸다”며 “최 원장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 최근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직 금감원의 한 고위 인사도 “최 원장이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면서 회사(금감원)가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비슷한 시기에 금융위가 금감원의 금융회사 관련 검사 계획을 사전 보고 받는 방향으로 규정을 변경한 것은 이러한 금감원의 제재 행렬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됐다. 금융위가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회장에 대한 중징계 통보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지만,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금융위가 ‘액션’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감사원까지 KB 사태에 등장했다. 금융위·금감원을 상대로 카드회사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종합 감사를 진행 중인 만큼 결과가 나오는 8월까지 제재를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감사원은 국민카드 분사시 금융 당국의 승인 없이 국민은행의 고객정보를 가져간 것이 신용정보법 위반이라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지난 7월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업무보고에서 “임 회장의 구명 로비설이 금융권에 파다하다”며 감사원의 개입이 KB금융지주의 ‘로비’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권에선 임 회장의 서울대 사범대 후배인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로비설’의 고리로 보고 있다.

감사원, 정치권까지 가세한 난타전　

전문가들은 KB금융그룹의 ‘낙하산’ 지배구조가 극복되지 않는 한 KB의 흑역사는 개선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역대 KB금융 회장 4명은 모두 외부 출신이었다. 이들은 주인 없는 KB의 회장이 되기 위해 ‘외부’의 힘을 빌렸고, 정치권력의 변화 이후 금융 당국의 징계 또는 압박 속에서 초라하게 퇴장했다.

은행장도 마찬가지였다. 표면적으론 회장이 행장을 선임하지만, 실제로는 행장 스스로 얼마나 단단한 ‘줄’을 동원할 수 있는지가 선임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KB금융과 같은 불투명한 지배구조 속에서 회장과 행장 모두 ‘외부의 힘’에 기대며 갈등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KB의 끝없는 추락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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