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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기업의 목적은 모두 행복해지는 거죠”
Interview ●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51호] 2014년 07월 01일 (화)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 60년 동안 발효 명가의 길을 걸어온 기업이 있다. 한국 간장의 대명사인 샘표식품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간장은 우리 전통 간장이 아니다. 대부분 일본식이다. 샘표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샘표식품은 이런 현실을 벗어나 원래 우리 맛을 찾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을 만나 우리 음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 맛의 세계화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기업 경영의 목표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원들이 직장에 만족하고 소비자가 제품에 만족하면 자연스럽게 기업도 성장한다고 믿는다. 한겨레 탁기형

정남기 편집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다양한 모습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기업 경영자다. 하지만 첫인상은 대학교수 같은 분위기다. 전통 간장을 얘기할 때는 음식 전문가의 면모를 풍긴다. 관심 분야도 다양하다. 대학 때 전공은 전자공학이다. 그리고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도 간혹 철학책을 손에 잡는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음악을 얘기할 때 그의 표정은 가장 행복했고 그의 눈은 가장 빛났다.

경영 방식도 독특하다. 단순히 이윤 추구가 목표가 아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사업의 목적이다. 자신이 행복하고, 직장이 행복하고, 사회가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어떤 이유로든 사람을 차별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샘표식품에선 모든 직원이 평등하다. 박 사장은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창업주 3세의 이미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국 음식에서 간장이 지닌 의미는 무엇인가.

젊었을 때는 회사를 물려받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왜 간장 장사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짧은 생각이었다. 간장을 너무 쉽게 여긴 것이다. 간장은 짠맛만 내는 게 아니다. 소스로서 아미노산 계열 성분들이 풍부히 들어 있어 음식을 훨씬 맛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게 소금과 다른 점이다. 나라마다 소스는 다양하다. 하지만 아예 없는 나라도 있다.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소스가 없어서 소금만 사용한다.

한국 장류의 고유한 우수성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쉬운 것은 국내에서 먹고 있는 대부분의 간장이 일본식 간장이란 사실이다. 샘표간장도 일본식 간장이다. 콩으로만 담는 조선간장은 대량생산이 어렵다. 대신 밀을 활용하면 발효가 훨씬 쉽다. 그래서 밀과 콩을 섞어 발효시킨 일본식 간장이 국내시장을 점령한 것이다. 우리가 10여년 전부터 ‘맑은 조선간장’을 개발해 팔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이 2%밖에 안 된다.

조선간장과 일본간장은 맛의 흐름이 다르고 그 역할이 다르다. 일본간장은 ‘복잡한’ 간장의 맛으로 음식 맛을 덮어버린다. 그러나 맑고 짠맛을 특징으로 한 조선간장은 음식 본연의 맛을 살려낸다. 그래서 궁중음식 하는 분들은 조선간장을 최고로 여긴다.

한식 발전시키려면 조선간장 살려야

조선간장도 예전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다. 순한 간장도, 감칠맛 나는 간장도 있었다. 그런 간장들이 사라져버렸다. 1997년 사장이 된 뒤 바로 조선간장 개발에 착수해 2001년에 제품이 나왔다. 지금도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조선간장이 우리의 음식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개발한 ‘연두’는 어떤 제품인가.

비즈니스를 키우려면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다. 시장이 크지 않다. 기업들이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게 그것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우리도 해외사업팀을 꾸려 해외 진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나갈 수 있는 데가 많지 않다. 또 갈 만한 곳은 일본식 간장이 선점한 상태다. 일본 ‘기꼬망’ 같은 회사는 1950년대에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과 유럽에 공장도 있다. 서구인들 눈에는 간장들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개척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연두’를 만들었다. 조선간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맑은 조선간장을 기초로 하지만 간장을 벗어난 제품이다. 스페인 알리시아 요리과학연구소와 함께 연구해보니 서양 사람들도 쓸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이미 유럽에서 마케팅을 시작했고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작업 중이다. 중국 상하이에 연구소를 만들어 중국 음식에 연두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해외 사업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나.

전통 장류를 비롯해 각종 소스 및 건강 발효 흑초 ‘백년동안’ 등을 전세계 7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2년에는 수출액이 2천만달러를 넘어섰다. 초기에는 교포시장에 주력했으나 지금은 미국·러시아·중동·중국·유럽 등의 현지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현지 반응이 좋다. 중동에서는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케밥에 활용하는 소스로 샘표 간장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유럽이다. 음식 문화가 개방적인 유럽에서 우리의 맛과 발효 문화를 전파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12년부터 스페인 알리시아 연구소와 손잡고 한국의 장을 유럽 음식에 활용하기 위한 ‘샘표 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간장·고추장·된장 등 한국 장류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간장은 소스다. 상대적으로 쉽다. 된장은 맛이 어렵다. 맛을 알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뜻이다. 치즈 같은 게 그렇다. 다만 한번 맛을 알면 진짜 좋아하게 된다. 중요한 점은 우리 장류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몇가지밖에 없다는 것이다. 된장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도 국, 찌개, 나물 등 5가지가 안 된다. 스페인 알리시아 연구소와 작업하면서 된장을 조금씩 쓰면 소스로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예를 들어 된장을 살짝 풀어 달걀을 삶았는데 훨씬 좋은 맛이 나더라.

우리 장류의 맛이 너무 강해서 한국 음식의 다양화를 방해하는 측면도 있지 않나.

그런 면이 있다. 예전에는 맛보다 배를 채우는 게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양념을 많이 들이부었다. 한국 음식을 다양화하려면 양념을 약하게 해서 원래 식재료의 맛을 살려야 한다. 연두가 그런 역할을 해준다. 양념으로서의 맛보다는 재료가 더 좋은 듯한 느낌이 나게 해준다. 광고 문구가 ‘재료의 참맛을 살려주는 천연 조미료’다. 연두는 조선간장에 근본이 있다. 이것이 조선간장의 힘이다. 그걸 모르고 있다가 발견한 것이다. 큰 의미가 있다.

정부가 한식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좋은 일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보다는 민간이 나서야 한다. 한식 세계화가 안 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좋은 음식을 먹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떡볶이, 불고기 등 양념을 잔뜩 한 음식이 너무 많다. 거기서 벗어나야 좋은 한식이 나온다. 우리 스스로가 좋은 음식을 먹는 게 먼저다. 그래야 한식의 세계화가 가능하다.

요즘 한국인의 입맛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1990년대 말부터 생활이 풍족해졌다. 그때부터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우리 음식이 다양화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웰빙 트렌드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이 중요해도 맛이 우선이다. 무조건 짠 것을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간은 맞아야 한다. 다만 간을 맞추는 방식이 중요하다. 나트륨만 가지고 하면 안 된다. 여러 요소들이 합쳐져 염도를 떨어뜨리면서도 입맛을 맞춰줘야 한다. 그런 쪽으로 가야 한다.

역사가 60년이나 됐는데 제품군이 너무 적지 않은가. 다른 제품을 개발할 계획은 없나.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발 더 나아가려면 연구·개발(R&D)이 필수다. 하지만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사장으로 취임할 때 샘표식품에는 그냥 간장 만드는 공장만 있었다. 연구실 직원도 3~4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연구·개발 인력만 70여명이다. 연구·개발에 연 100억원 이상 투자한다. 차별성 있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검소하고 사심 없고 몰두하는 인재 필요

남들이 하는 제품을 똑같이 만들어내는 건 의미가 없다. 그렇게 하면 가격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종합식품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은 있지만 비슷한 제품으로 가격 갖고 싸우는 것, 기존 시장을 놓고 땅따먹기 식으로 싸우는 것은 하지 않겠다. 기존 제품과 차별성 있는 새로운 제품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그래서 발효식품 중심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 제품 중에 발효식품이 아닌 것은 ‘질러’ 육포가 유일하다. 그것도 기존 육포들이 깨끗하지 않고 포장도 형편없어서 퀄리티를 높이면 차별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시작한 것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육포 매출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 박진선 사장이 샘표식품 제품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탁자 위에 조선간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연두’가 보인다. 한겨레 탁기형

박 사장이 생각하는 회사 경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무엇인가.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먼저 내부적으로 회사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 그래서 ‘검소하고, 사심 없고, 자기 일에 몰두하는’ 인재상을 확립했다. 외부적으로는 회사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좋은 제품을 생산해 공급함으로써 소비자가 행복해야 한다. 그러면 회사도 이익을 많이 내고 성장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가장 불행할 때는 억울할 때다. 억울한 일은 주로 차별받을 때 생긴다. 우리 회사에서는 남녀·지역·학벌 등 일절 차별이 없다. 그래서 여성이 많다. 아이를 낳으면 3개월 출산휴가와 1년의 육아휴직이 보장된다.

그리고 퇴근시간 이후까지 직원들을 잡아놓지 않는다. 그런 팀장들은 내가 미워한다. 조립 공정에서 일하는 것처럼 오래 남아 있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건 예전 방식이다. 요즘은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회사에 오래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 급여가 적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휴일도 없고 가정도 없이 일만 해서 돈을 많이 받는 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냐? 그건 아닌 것 같다.

회사를 더 키울 생각은 없는가.

샘표식품은 사실 10여년밖에 안 된 회사다. 이전에는 간장만 만들었다. 직원 가운데 대졸자도 거의 없었다. 내가 회사를 맡은 이후 최근 10여년 사이에 크게 성장했다. 직원만 해도 200명에서 600명으로 늘었다. 직원이 매년 7~8%씩 늘어난다. 올해도 5월 말까지 60명을 새로 뽑았다.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다.

식품이 아닌 새로운 사업 분야로 진출할 생각은 없는가.

현재 우리 역량으로는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레스토랑 체인점이나 유통업은 전혀 다른 업종이다. 샘표식품은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체인점이나 유통업은 서비스업이다. 전혀 다른 비즈니스다. 우리 음식을 다양화하고 레시피를 개발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예전에는 먹거리가 지금보다 훨씬 다양했다. 그러나 주로 먹는 것만 대량생산을 하다보니 음식의 종류가 협소해졌다. 먹거리의 다양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음악 들으면 온몸으로 행복하다”

기업 경영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매출의 절반이 대형마트를 통해 일어난다. 그러나 대형마트 쪽에선 전혀 이익이 나지 않는다. 다른 식품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의 요청으로 보내는 판촉사원만 해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우리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것은 진열대 자체가 광고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트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할 때 판촉하는 방식으로 합리적으로 하면 좋겠다.

전자공학, 철학 등 여러 분야를 섭렵했다. 평소 좋아하는 게 뭔가.

나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 때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사실 전자공학은 재미가 없다. 그때는 뭐가 옳고 그른지도 몰랐다. 대학원에서 철학을 하면서 많은 책을 읽게 됐다. 존 롤스의 책 등을 읽었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논리가 섰다. 지금도 내 생각의 기본에 철학이 있다.

철학에 관심이 덜해지면서 요즘 관심이 가는 대상은 사람이다. 경영을 하면 마케팅이 중요하지 않나. 마케팅에선 사람이 중요하다. 그래서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다. 사람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지 등에 관한 것들이다. 최근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이다. 강자와 약자의 관계에서 다윗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했더라.

문화예술을 좋아하고 후원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30여년 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국악도 듣는다. 처음에는 공부하듯이 하루에 3시간씩 똑바로 앉아서 음악을 들었다. 한두 달 그렇게 했더니 미치겠더라. 어떤 때는 토할 것처럼 힘들었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기니까 힘들지 않고 음악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음악을 들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온몸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있어도 좋다. 대중음악은 재미가 없다.

국악도 처음에는 불편했다. 그러나 지금은 굉장히 좋다. 국악에 비해 서양음악은 훨씬 쉽다. 서양음악은 박자와 음이 정해져 있다. 국악은 정해진 음이 있지만 계속 이탈하면서 진행된다. 훨씬 복잡하다. 그 느낌이 오면 굉장히 좋다. 예를 들어 종묘제례악을 지루하게 생각하는데 실제 들어보면 굉장히 좋다.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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