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산업혁명으로 꽃피웠던 산업자본주의는 19세기 말 금융자본주의에 자리를 내준다. 100년도 넘은 금융자본주의가 새삼 주목받은 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현 은행 시스템의 무능과 과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은행의 예금수탁과 신용창출 업무를 분리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대체 은행은 뭘 하는 곳일까?’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대부분은 은행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금과 송금을 하고 필요할 때 돈을 빌리는 장소로,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필수재로 여긴다. 마치 공기와 같다고 믿는다. 그리고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은행이 우리에게 돈을 빌려줄 때 그 돈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란 질문은 어떤가.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도 질문이냐며 비웃을 것이다. 답은 이미 경제학 교과서에서 수없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 교과서들은 대출의 원천이 예금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시중에 유통되는 돈은 언제나 예금 규모의 몇배를 초과한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경제학 교과서를 맹목적으로 신뢰한다. 예금이 대출의 원천이라는 것은 온전한 사실이 아니다. 현대의 은행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은행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공기의 성분이 뭐냐’는 질문에 선뜻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 적은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