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에서 르네상스 시대까지 서구 문화·예술의 재정적 기반은 ‘메세나 후원’이 큰 축이었다. 문예패가 유한계급의 후원으로 명맥을 이어온 사정은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엔 정부 출자 벤처펀드의 최대 투자처가 영화다. 한국 영화는 지난해 관객 2억명을 넘기고 평균수익률 15.2%를 기록하면서 파란불이 켜졌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우리나라 벤처투자의 주요 재원 가운데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정부의 모태펀드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출자한 모펀드를 통해 개별 투자펀드에 출자하는 ‘펀드를 위한 펀드’다. 정부가 여러 산업에 직접 투자하게 되면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효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모태펀드에 출자한 뒤 이 돈을 종잣돈 삼아 여러 펀드를 결성해 민간 벤처캐피털들이 각각의 성격에 맞게 투자를 한다.

여기서 간단한 퀴즈 하나. 우리나라 모태펀드가 출자한 벤처펀드가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분야는 무엇일까? 벤처투자라면 보통 전자부품·소프트웨어·인터넷과 같은 정보기술(IT) 분야가 먼저 떠오를 법하다. 그런데 의외로 이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분야는 영화와 드라마다. 모태펀드 출자 벤처펀드들은 2013년 전체 신규 투자금의 18.9%를 영화·드라마 분야에 투자했다. 다음으로는 소프트웨어·인터넷과 전자부품에 각각 10.2%씩 투자했고, 바이오·제약 8.4%, 반도체 6.3%, 기계·장비 6.1%, 게임 5.9%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