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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창업 권하는 사회 이젠 멈춰야 한다
위기의 자영업- ② 생태계 복원하려면
[50호] 2014년 06월 01일 (일) 강도현 economyinsight@hani.co.kr
   
▲ 퇴직해 장사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창업 3년 안에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절반을 넘는다. 서울 예지동의 한 음식점 주인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경쟁자 많고 수익성 낮은 레드오션… 창업보다 기업들의 고용 창출로 경쟁 완화해야

자영업 시장은 시장에 의한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물은 차고 넘치는데 계속 밀려든다. 3년 안에 망할 가능성이 절반인데도 창업자가 넘쳐난다. 일자리가 부족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개인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공공성 회복과 자영업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사회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강도현 <골목사장 분투기> <착해도 망하지 않아> 저자

신문의 경제면이나 뉴스를 듣다보면 ‘생태계’라는 생물학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어떤 경제 현상도 단독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들과 복잡하게 엮여 있음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필자가 <골목사장 분투기>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도 자영업 붕괴 현상의 원인이 단순히 개개인의 능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의 부제를 ‘자영업을 통해 보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로 지었다.

가령 논두렁 생태계를 생각해보자. 어느 지역의 개구리 개체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면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마 먼저 수질을 검사할 것이다. 독성을 머금은 폐수가 논두렁에 버려졌을지 모른다. 천적 없는 황소두꺼비가 출현했거나 개구리의 먹잇감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생태계적 원인이다. 어느 누구도 갑자기 개구리들 생식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상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생태계를 살펴봐야 한다. 생태계의 복원 없이는 그 어떤 개인적 처방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의 상식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위험이 많으면 그만큼 기대할 수 있는 수익도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위험이 적으면 기대 수익도 낮아진다. 이 룰은 시장에서 철저하게 지켜진다. 리스크가 낮은데 수익이 높은 업종이 있다면 투자자들의 돈이 몰린다. 결국 리스크에 걸맞은 수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반대로 리스크는 높은데 수익이 낮다면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다. 결국 그런 투자처는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런데 참 이상한 투자가 있다. 리스크는 높은데 수익은 그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계속 투자자가 몰린다. 이것을 ‘시장 실패’라고 한다. 자영업 시장이 딱 그 모양이다. 이런 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미션을 받아든 군인이 총 하나 메고 적군 앞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운이 좋으면 살아남겠지만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수익은 낮으면서 리스크가 높은 곳에 투자금이 몰리는 시장 실패는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문제를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함께 사회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자영업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몇년 전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특히 가계대출의 뇌관으로 자영업이 주로 지목됐다.

그런데도 각 대학에 가보면 ‘청년 창업’이라는 플래카드가 휘날린다. 은퇴자들의 출구로서 여전히 자영업이 거론된다. 살아남을 수 없는 전장에 불가능한 미션을 쥐고 계속해서 뛰어드는 셈이다. 사회와 국가의 문제를 돈 얼마 쥐어주고 개인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다. 일단 창업 권하는 사회를 멈춰야 한다.

그렇게 많은 자영업자가 망한다는데 임대료가 떨어졌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수요가 떨어지면 당연히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경제원칙을 임대료는 따르지 않는 것 같다. 최근 기사들을 보니 상가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임대료가 내려가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자영업자의 주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상가의 1·2층과 크게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자영업자가 3년 이내에 문 닫을 가능성이 50%에 육박한다는데 어떻게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는 걸까? 답은 뻔하다. 아무리 망해서 나가도 또다시 들어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베이비부머가 자영업 현장으로 쏟아지는지 보여주는 통계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준비 없이 밀려드는 창업자들

10년 전만 해도 창업은 40대에 주도권이 있었다. 직장에 다니다가 ‘내 사업’을 하고 싶어서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힘, 에너지, 네트워크가 최상일 때 야심을 품고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창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은퇴자들의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창업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뛰어난 기획력과 실행력, 무엇보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창업을 매뉴얼에 따라 하면 되는 것처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베이비부머의 창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은퇴자들이 창업시장으로 밀려든다.

베이비부머만 있는 것도 아니다. 40대 예비 창업자도 여전히 많다. 40대의 은퇴는 이제 흔해졌다. 최근 대기업의 근속연수가 10년 전후라고 하니 끝없는 창업 행렬은 그 많은 건물을 채우고 남는다. 이뿐만 아니다. 자영업의 고객은 직장인이다. 직장인이 줄면 그만큼 고객이 줄어든다. 경쟁은 심해지고 고객은 줄어드니 이중으로 고통스럽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대량 해고를 용인한다면 그만큼 자영업 시장은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든다. 기업에 더 많은 고용을 요구하는 일이 비단 노동조합만의 일은 아닌 것이다.

끊임없이 자영업으로 밀려드는 은퇴자들은 냉엄하고 처절한 자영업의 현실을 잘 모르고 들어오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창업자의 ‘나이브한 판단’을 지적한다. ‘나만은 아닐 거야’라는 근거가 부족한 바람 말이다. 필자는 그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경제학의 오래된 가정을 들춰내지 않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재산을 투자하면서 비합리적으로 판단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게다가 직장에서 자본주의 시장을 수십년 동안 경험해온 사람이라면 말이다.

오히려 힘들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영업자가 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외환위기 이전에는 은퇴 나이가 50대 후반에서 60대였다. 그러나 요즘은 40대 중반부터 은퇴가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10대일 때다.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놓은 자금을 모두 합쳐서 2억∼3억원을 들고 나왔는데 아이가 중학생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몇년 뒤면 대학에도 보내야 하고 결혼도 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다.

2012년 기준으로 자영업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사람들의 평균 준비 기간이 4개월이었다. 얼마나 기막힌 수치인가? 겨우 4개월이라니…. 이 많은 사람이 ‘그 정도 준비면 충분해’라고 자기 과신에 빠진 걸까? 아니다. 시간 비용이 너무 비싸다. 우리가 처한 너무 높은 비용 구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할 수 없다. 어떤 사업을 하든, 특히 요식업이라면 최소한 1년을 준비해야 한다. 계절별 대응책을 충분히 고려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개월을 준비하고 창업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망할 준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려면 무엇보다 시간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가 임대주택에 대한 공약을 지켰더라면 가계들이 비용 구조를 조정할 융통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임대주택과 자영업 사이에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생태계적 해법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처럼 도심 내 임대주택의 비율이 60% 정도 되면 가계의 비용 조정 능력이 확보되고 그만큼 자영업으로 진입하기 위한 준비 기간도 늘어날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예다. 이러한 생태계적 처방은 얼마든지 더 생각해낼 수 있다. 창조경제가 뭔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데 이런 걸 창조경제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지 않을까?

   
▲ 지난해 10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골목상권 죽이기 정책 규탄대회’에서 상인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자영업과 관련해 가장 많은 뉴스에 등장하는 키워드는 ‘권리금’이다. 아마 그 장소에서 장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것이겠다. 그러나 ‘권리’라는 단어가 상당히 애매하다. 누가 주는 권리며 권리의 근거는 무엇인가? 권리금이라는 관행이 생긴 이유는 이른바 ‘목’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목’이라는 개념이 해당 지역에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가게라도 입지가 같다고 볼 수 없다. 권리금이 지역별로 비슷하게 매겨지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가령 맥도널드와 버거킹 사이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권리금이 높아야 할까? 이러한 불합리한 관행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정보비대칭’에 기인한다. 가게를 넘기려는 사람보다 가게를 얻으려는 사람의 정보량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구매자의 주요 정보 창구가 부동산 업체인 경우가 많다. 부동산 업체는 누구 편일까? 수수료 인센티브 구조를 생각해보면 부동산 업체가 주도하는 자영업 시장에서 권리금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사업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자영업 시장은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터무니없이 높은 권리금으로 인해 초기 투자금과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지는 데 있다.

권리금이 아주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끼리 인수·합병(M&A)을 할 때도 현 주가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도 하고 영업권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작은 가게도 마찬가지다. 지금과 같이 한 지역의 권리금이 일괄적으로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가게의 과거 영업 실적을 기준으로 권리금이 책정돼야 한다. 그러려면 권리금의 성격을 법으로 정해주고 매수·매도자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해줄 필요가 있다.

권리금은 자본소득의 특징이 강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과세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건물주가 거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계약 기간을 최소 5년에서 10년까지 늘려줘야 한다. 계약 기간 2년은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기엔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다. 계약 기간을 늘려주고 정상적인 거래 행태를 정의해줌으로써 과도한 리스크를 줄여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호재는 새로운 공공시설이 들어오는 것이다. 가령 지하철역이 생기면 주변 상가나 아파트의 임대료가 올라간다. 이것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는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지하철역이든 공원이든 모두 세금으로 조성된다. 공공의 자산이다. 공공 자산으로 형성된 이익은 공공이 회수해야 한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공공시설이 들어서면 편의가 증진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용도 발생한다. 교통량이 불어나거나 늘어난 유동인구로 인해 인프라를 더 확충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 비용은 여전히 공공이 감당한다. 오로지 수익만 사적이다. 그 수익은 상당 부분 지대 상승을 통해 땅 소유자에게 돌아간다.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의 수익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임대료 상승 때문에 자영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대를 통한 불로소득을 낮추고 생산을 통한 노동소득을 높여야 경제 생태계가 건강해진다.

권리금 성격 명확히 하고 임대료 상승 억제해야

가끔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누가 무엇을 팔 수 있는 자격을 논한다는 것이 맞느냐고 말이다.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한국의 자본주의가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발전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어떤 재벌도 스스로 성장했다고 할 수 있는가? 독재정권의 비호 아래 성장한 재벌들, 그것도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국가의 자원을 몰아준 덕에 성장한 재벌들이 자본주의 원칙을 운운한다면 그것보다 치사한 일이 또 있을까?

자본주의에도 역사가 있다. 재벌은 그 덩치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한다. 이제는 이러한 인식이 보편화돼서 관련된 생태계적 처방이 많이 내려진 상태다. 이런저런 규제가 만들어지고 이를 위한 국가기관도 생겼다. 그러나 관리하지 않고 감시하지 않는다면 자본은 언제든지 골목상권을 침투할 여지가 다분하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 특별히 이런 일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비영리 활동가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면 생태계 복원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단기 성과를 올려야 하는 정부와 공무원 사회가 감당하기엔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아직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담론이 개발돼야 하고 좋은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의미 있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은 모두가 힘든 상태다. 그래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참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공공성이 회복되지 않고서는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생존하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좀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라도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priestshi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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