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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최선 다하면 그게 자기 적성이 되죠”
최인녕 ‘아르바이트천국’ 대표
[50호] 2014년 06월 01일 (일) 조일준 economyinsight@hani.co.kr

아르바이트천국은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70만명으로 업계 1위인 온라인 채용정보 업체다. ‘알바천국’이란 약칭이 더 친숙하게 널리 쓰인다. 최인녕 알바천국 대표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HP 아시아태평양본부 이사까지 지낸 뒤 2012년부터 알바천국 최고경영자(CEO)로 새 길을 걷고 있다. 채용 시장의 최전선에서 ‘사람’의 가치를 재발견했다는 그에게 경쟁력의 비결과 일자리 철학을 들어봤다.

   
▲ 최인녕 알바천국 대표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은 기업의 임금과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의 흥미와 적성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김명진

조일준 부편집장

컴퓨터·정보기술(IT) 업체에서만 20여년 일하다가 온라인 취업정보 업체로 옮긴 지 2년 남짓 됐습니다. 두 업종은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특별한 변화인가요.

알바천국도 모든 고객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IT 기반으로 제공되는 온라인 업체라는 점에서 IT 업종과 비슷한 성격이 있습니다. 우리의 최종 상품인 정보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은 프로그램 개발, 웹 디자인 등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중심이란 점에선 친숙하기도 하죠.

구인·구직 정보의 유통 수단은 직업소개소와 신문·방송 같은 전통적인 형태뿐 아니라 온라인 리크루트 업체도 많습니다. 알바천국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면?

브랜드와 콘텐츠 품질, 두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사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와 홈페이지(www.alba.co.kr) 구성을 중요시합니다. 현장에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면 프로그램 개발팀뿐 아니라 고객서비스, 재무 같은 지원부서가 협업해서 일자리 수요-공급 매칭(연결)을 최적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중·장년 채용관’ ‘특기별 알바’ ‘꿀알바’ 같은 세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어요.

또 철저히 구직자 위주로 일자리의 품질을 필터링(검증)합니다. 사용자들 사이에 알바천국에 대한 신뢰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생기고, 저희는 고객에게 브랜드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거죠.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모바일 쪽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2010년 업계 최초로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였고, 최근 3년간 ‘맞춤알바’ ‘브랜드 알바’ 등 9개의 앱을 출시했어요. 지금은 저희 사이트 방문자의 80%가 모바일로 접속합니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 70만명

알바천국 사이트의 이용자 현황은 어느 정도입니까.

5월 현재 누적 개인회원 497만명, 기업회원 156만명에 이릅니다. 또 (5월 말 현재) 하루 평균 채용공고 30만건에 이력서 게재 12만건으로 국내 최대입니다. 올해 초 취업 시즌을 앞두고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모바일 앱 80만명, 개인용 컴퓨터 25만명을 합해 105만명까지 늘면서 업계 1위를 기록했고, 지금도 포털 사이트 조회, 모바일 앱 이용자 수와 이용 시간, 브랜드 만족도와 신뢰도 같은 여러 평가 항목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최신 흐름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지요.

국내 고용시장을 보는 나름의 안목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보람이나 안타까움도 있을 테고.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고용환경뿐 아니라 ‘일’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도 많이 바뀌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 구직자가 늘어나고, 구직자의 연령층도 넓어지고 두꺼워졌고요. 취업난이나 고용불안의 단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젊은이들 사이엔 ‘프리터족’(일정한 직업 없이 임시직 아르바이트로만 일하는 사람들)이나 ‘니트족’(취업할 의욕이 없는 자발적 실업자)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구인업체와 구직자를 이어주는 매치메이킹이 쉽진 않더군요. 일자리(구인 등록업체)가 이렇게 많은데 (일부 구직자들이) 왜 시간을 허비할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지요.

‘고용의 질’ 때문이 아닐까요.

구직자의 기대가 다양한 만큼 일자리 수요에 맞춰 여러 일자리를 제공하려 최선을 다합니다.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은 편인 청년 구직자들이 고용조건에 더 민감한 건 당연해요. 하지만 20대 때 자신의 관심과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열정을 보여주면 얼마든지 더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믿어요. 급여나 노동조건만 보지 말고 ‘내가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에 대한 가치관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죠.

구인업체들이 성별, 나이, 내·외국인의 차이로 채용에 차별을 두지는 않습니까.

현행 법규(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상 저희를 찾는 외국인 구직자는 없어요. 요즘엔 남녀나 연령 차별이 많이 줄고 있긴 합니다. 어쨌든 구인업체들도 성별이나 연령에 대한 편견을 두지 말고 ‘오픈 마인드’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꼭 해당 업무의 경험자가 아니라도 구직자의 잠재력을 보고 채용할 필요가 있어요. 중소기업들이 당장 생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신입사원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게 안타깝습니다. 누구라도 자기 일에 흥미와 적성이 있으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시급명시제와 청소년안심채용 공고를 운용하고 ‘알바스토리’(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온라인 자유게시판)에 경험담과 유의사항을 공유하게 하는 등 구직자 권익에 상당히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구직자가 없으면 기업도 의미가 없습니다. 기업도 사람이 만들고 꾸려가는 것이어서 사람이 우선이지요. 저희 회사의 비즈니스 기반이기도 하고요. 다른 한편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 특히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합니다. 24시간 필터링, 바른공고 G마크, 개인정보 보호, 원스트라이크 아웃 같은 ‘클린알바 10계명’을 시행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특히 사업자등록증과 평판 등으로 인증된 회원 기업들만 개인이력서 열람을 허용하고, 개인 연락처는 암호화 프로그램을 거친 가상번호를 제공하며, 일부 직종은 청소년 이력서를 열람할 수 없게 하는 등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여러 장치와 제도를 갖추고 개선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지요.

   
▲ 최인녕 대표는 ‘사람의 가치와 행복’을 키우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믿는다. 한겨레 김명진

웹사이트를 보니,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가 많고 사용자 편의성도 좋습니다. 신규 서비스 개발이나 웹 디자인 구성에도 직접 관여하십니까.

회사의 서비스 생산과 매출 대부분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니까 웹사이트와 모바일을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구직자들이 ‘알바스토리’에 올려놓은 글들도 읽어보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어요. 새로운 서비스와 프로그램 개발에도 저뿐 아니라 많은 직원들이 함께 창조적인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 과정을 거쳐 최종 서비스 상품을 내놓습니다.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2090시간으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삶에서 일은 경제적 수입뿐 아니라 자아실현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일할 때 집중하고, 쉴 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그런 균형을 갖추는 게 곧 삶의 질을 높이는 거죠.

“적성에 맞고 즐거운 일을 해야”

심각한 구직난과 기업의 고용 부담을 덜기 위한 대안으로 ‘잡셰어링’이나 ‘임금피크제’ 같은 대안도 나오는데, 현장에서 보는 시각은 어떤가요.

음, 그 부분은 깊이 생각해보질 않아서요. (웃음) 잡셰어링은 1인당 노동시간을 산술적으로 쪼개어 일자리를 늘리는 건데 일의 특성에 따라 가능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비숙련 노동직에선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연구나 기획처럼 머리를 쓰거나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돼야 하는 업종에선 적용할 수 없겠죠.

최 대표께서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개념이나 기대치는 사람마다 상대적인 것 같아요. 어떤 이는 임금이나 복지에 관심이 많고, 또 어떤 이는 회사 브랜드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전 그게 아니라고 봐요. 무엇보다 자신이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 적성에 맞는 일이어야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면 그게 적성이 되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변의 사례를 보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겐 얼마든지 더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믿어요.

한 기업의 최고 책임자로서 경영철학이 있다면.

좋은 리더는 판단력과 인사이트(통찰력)를 갖춘 사람이지요. 어떤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조직 운영에 형평성을 갖추고, 의사결정을 잘해야죠. 기업인으로서 시장을 보는 눈도 있어야 하고요. 경영철학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것보다, 저는 ‘행복’을 말하고 싶어요. 기업인이든 피고용자든 ‘오늘’ 행복해야 합니다. 내일 행복하기 위해 오늘 불행해야 한다는 건 ‘스마트’하지 못하잖아요. 물론 미래를 봐야 합니다. ‘미래’가 중요한 건 오늘 최선을 다하기 위한 동기를 주기 때문이지 오늘 행복을 미루는 근거가 돼선 안 되죠. 전 우리 회사의 직원들에게도 눈치 보지 말고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플렉서블 타임’이나 ‘샌드위치 휴가’를 적극 활용하라고 해요. 일터가 즐거워야 생산성도 높아지니까.

평소 즐기는 취미나 특기가 있다면.

특별한 건 없고, 요즘엔 짬이 날 때 요가를 합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하고 유연해지는 것 같아 좋아요. 그리고 책도 읽고, 친구들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고…. (웃음)

20여년 동안 여성으로서 치열한 경쟁사회를 헤쳐오며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완벽해야 한다는 ‘슈퍼우먼’ 압박감이 컸을 텐데 스스로 ‘워크홀릭’(일중독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예전엔 그런 말을 좀 들었어요. 난 아닌데…. 정말 아니거든요. (손사래를 치며 웃음) 이전엔 대체로 미국계 회사가 성과지향적인데다 한창 젊을 때라 주변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예컨대 저 앞에 목표가 있으면 옆을 돌아볼 생각은 못하고 앞만 보고 간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내 옆에도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달리 생각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어요. 어느 정도 살아보니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깨닫지요. 다른 사람에 대한 포용력, 이해, 배려, 이런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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