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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Ⅰ] 통화정책 한계 직면한 중앙은행들
쫓기는 중앙은행들- ① 돈 얼마나 풀어야 하나
[50호] 2014년 06월 01일 (일) 미하엘 자우가 economyinsight@hani.co.kr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은행을 살렸고, 국가를 구해냈다. 일단 급한 불을 끈 셈이다. 하지만 경기부양의 효과는 한계에 부딪혔다. 기업·가계·정부는 막대한 부채를 짊어졌고, 경제성장률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중은 경기를 부양시켜줄 것을 바라지만 그들에겐 특별한 수단이 없다. 뭔가에 쫓기는 입장이 돼버렸다. 사람들은 중앙은행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일까. _편집자

금융위기 때 응급처방 성공했지만 경제회복은 미흡… 경기부양보다 부작용 우려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존재가 됐다. 기준금리와 통화량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정부와 은행을 감독한다. 그러나 그들이 쏟아부은 돈과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는 회의적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푼 돈이 금융권 안에서만 돌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오히려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슈피겔> 기자
안네 자이트 Anne Seith <슈피겔> 기자

스위스 바젤의 중앙역 지구에 있는 못생긴 오피스타워 18층 에서는 전세계 경제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보유한 사람들의 모임이 6주마다 열린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 하 연준)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외에 중국 베이징,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등에서 온 통화 정책 담당자 16명이 이 모임에 참석한다.

6주마다 열리는 스위스 바젤 회동

참가자들은 멕시코 출신 오거스틴 카스텐스의 주재로 약 2시 간 회의를 한다. 웨이터들이 훌륭한 요리와 최고급 와인을 서빙 하는 동안 이들은 경제 상황과 성장, 그리고 주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누구도 회의록을 기록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이들은 모임이 끝난 뒤 금융계를 통제하 기 위한 그들의 지식을 확장했다고 확신한다. 회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은 “우리는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배운 다”고 말했다.

일요일 저녁의 비밀 모임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내리고, 국채를 사들이 고, 망해가는 은행을 구한 이후 모임의 저녁 식사 대화에서 비 판적인 목소리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개발도상국의 통화정책 담 당자들은 유럽과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원치 않는 투기성 자금 이 밀려온다고 불평하고, 서방국가의 중앙은행 수장들은 점점 더 강해지는 정치적 압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문 모임의 주최자이자 바젤 국제결제은행((BIS)의 사무총장인 하이메 카루아나는 최 근 입을 열 때마다 ‘지속적인 불균형’과 ‘리스크’를 언급한다. 스 페인 출신인 그는 “전세계 통화 당국의 탄약이 떨어져가고 있다” 고 말한다.

좀 이상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사태 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세계의 중앙은행은 과거 어느 때 보다 강한 권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금리와 통화량을 결정 하고 정부와 은행을 감독한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는 마치 영화 스타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역사에서 선거로 선출되지 않고, 대부분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통화 당국이 지금처럼 정치와 시 장에 개입한 적은 없었다. 그들이 바로 새로운 ‘우주의 주인’ (Masters of the Universe)이다. 하지만 이들이 내부적으로 자 신들의 통치 결과가 지금까지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다지 찬란한 성공 스토리 같지는 않다. 주요 국 가의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은행·가계·국가는 여전히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으며, 통화 당국이 내놓는 일명 ‘비전통적 통화정 책’은 곳곳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미국 연준의 이사들은 수조달러를 들여 국채를 매입하는 일 을 언제 그만둬야 하느냐를 놓고 씨름한다. 영국에서는 미래의 금리 결정에 대한 모순된 발언으로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는 중 이고, 유럽에서는 분열된 ECB 이사회 회원들이 유럽의 너무 낮은 물가상승률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회의에서 재정정책 입안자와 은행 대표들은 반드시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것을 요 구했다. 추가적인 국채 매입과 마이너스 금리, 그리고 중앙은행 의 증권화 상품 거래에 대해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마치 한때 투자은행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통화정책 담당자들이 금융 혁신을 불러일으킬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통화 당국은 이런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 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지 않았는지, 그들의 행동이 지 금은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은지를 자문하고 있다. 근래 각국의 중 앙은행 관계자와 그들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대화해본 사람이라 면 큰 오해가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대중은 화폐의 주인들이 경제를 계속 부양시킬 것을 원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마치 쫓기 는 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 관계자 중 카우보이가 있다면 그는 리처드 피셔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그는 고불 거리는 목덜미의 머리털을 옷깃 위로 1~2cm 정도 물결치게 두 는 헤어스타일을 즐겨 하고, 빨간 커프스 단추에는 금으로 만들 어진 달러 기호가 장식돼 있다. 그리고 통화정책에 대해 말할 때 면 자신의 강의를 컨트리 스타일의 아이콘인 돌리 파턴의 영화 대사나 본론에서 벗어나 자국민의 맥주 소비에 대한 이야기로 장식하는 경우가 많다.

피셔의 영웅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정오의 결투 스타일로 인플 레이션의 망령을 미국에서 몰아낸 1980년대의 미국 연준 의장 폴 볼커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대다수 대중의 뜻에 반 해 볼커는 고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심각한 경기침체를 불러왔 지만 동시에 두자릿수의 물가상승률을 종식시켰다. 댈러스 연방 준비은행 총재에게 볼커는 지금까지 ‘통화정책의 모세’다.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이 쓰는 시나리오가 더 이 상 서부영화가 아니라 미국의 의학 드라마 (Emergency Room)의 장르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피셔보다 이를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 국의 대형 은행들이 국가에 인수되고 금융계가 쓰러지지 않도 록 응급조치를 취하는 동안 그 응급실에 있었다.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내리고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했다.

금융권으로 다시 흘러들어가는 양적완화 자금

결과적으로 보면 심폐소생술은 성공적이었지만 환자는 지금 까지 건강해지지 못했다. 경제회복 속도는 느리고 풀가동되지 않는 공장이 많다. 그 때문에 미국 연준 안의 몇몇 동료는 경제 계에 돈을 계속 공급할 것을 요구한다. 그와 반대로 피셔는 연준 이 이미 미국의 국가 부채 중 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8조달러 상당의 국채를 매입했음에도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걱정한다.

   
▲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준은대규모로 달러를 풀어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고 있다(왼쪽).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리처드 피셔. 피셔 총재는 “연준이 18조달러어치의 국채를 매입했는데도 큰 효과가 없다”며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했다(가운데).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 미국 연준처럼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로 시장과 소통해온 카니 총재의 인기는 파운드화 환율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크게 꺾였다(오른쪽). REUTERS

매입 대금의 대부분이 계획과 달리 신용대출을 통해 가계로 전달되지 않고 금융 분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은 행과 신용금고들은 최근 몇달 동안 주가가 급등하는 주식시장 에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지수가 벌써 1929년 검은 금요일, 또는 그로부터 70년 뒤인 닷컴 거품이 붕괴하기 직전의 값에 근 접하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은 국가재정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는 워 싱턴의 정치가들에게도 상당 부분 있다. 다음해에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야 할지 알지 못하는 한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다. 그리 고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면 경기는 살아나지 못한다. 피셔는 “중 앙은행이 보내는 연료가 모터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거대한 가스탱크가 끓어오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을 막을 방법이 무엇인지 피셔는 묻는 다. 주가가 폭락하면 통화 당국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그 리고 국채가 가치를 상실하면 중앙은행에 닥치는 피할 수 없는 손해에 대해 시민들은 뭐라고 말할 것인가? 불평 없이 이를 감 수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지난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중앙은 행을 국가의 통제 아래 둬야 한다고 주장하던 극우·극좌 정치 가들의 의견을 따를 것인가?

과거 중앙은행은 적시에 정치가의 면전에 대고 강력하게 ‘노’ (No)라고 말하는 것이 주요 임무인 고독한 투사라고 자신을 여 겼다. 오늘날 이들은 스스로를 15세기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 바스코 다가마와 같은 발견자에 비교한다.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항로를 항해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에 세상의 끝에 있는 절벽에서 떨어지게 될지 아닐지 모르 고 있다”라고 피셔는 말했다.

8분도 지나지 않아 마크 카니는 어떻게 그와 동료들이 세계를 구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끝냈다. 지난 3월 말 월요일 저녁, 경 제부 기자들이 잉글랜드은행의 창문 없는 방에 모였다. 방 안은 덥고 숨막혔지만 카니는 방금 분장을 끝낸 배우처럼 생생한 모 습으로 들어섰다. 양복과 넥타이 차림은 완벽하고 걸음걸이는 가벼웠다.

카니는 영국 중앙은행 총재이자 전세계의 통화 당국, 감독관, 전문가들이 모여 은행·펀드·신용평가회사로 이뤄진 금융업계 를 개선하려는 기구인 ‘금융안전위원회’ 의장이다. 금융안전위 원회는 금융계를 위한 일종의 지진연구센터로서 글로벌 금융위 기가 발생한 뒤 주요 20개국(G20)이 뜻을 모아 설치했다. 카니가 느슨하지만 사무적인 말투로 파생상품 시장 규제와 너 무 커진 거대 은행의 해체 같은 자신의 최신 프로젝트에 대해 말 할 때면 여전히 그가 13년간 일했던 골드만삭스 투자은행의 거 만한 투자은행가가 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가 배우 조지 클루니 와 약간 닮아 보이는 이유는 어쩌면 장난스러운 미소 때문일 수 도 있고, 아니면 남성 잡지 가 그를 스타일 아이콘으로 칭 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카니가 새로운 타입의 중앙은행 책임자라는 사실이다. 딱딱한 기관장이 아니라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자산관리사인데다, 통화 당국을 위한 ‘이적 시 장’(스카우트 시장)이라는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했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의 역할은 쇼맨십?

카니의 이력은 다음과 같다. 그가 장기간 중앙은행 총재로 일 했던 고국 캐나다의 금융 분야는 대부분 글로벌 금융위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영국에 비슷한 기적을 일으켜주기 바라는 희망 속에 영국 총리 조지 오즈번은 1년 전 카니를 잉글랜드은 행으로 스카우트해왔다. 연봉은 임대 보조금을 포함해 약 100 만유로(약 14억원)로 올랐다. 이 금액은 미국 연준 의장이 받는 금액의 7배에 이른다. 카니의 임기는 그의 희망에 따라 단축됐 고, 잉글랜드은행의 위임 범위는 확대됐다. 지금은 은행 감독도 그에 포함된다.

그 뒤 카니는 있는 힘을 다해 그가 되어야 하는 슈퍼스타를 연 기하고 있다. 그는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잉글랜드은 행의 대성당처럼 생긴 사무 공간에 기업 컨설턴트들을 불러오 고, 자신을 ‘마크’로 부르라고 말하며 사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 고,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동료들은 ‘빅 카니쇼’에 감명받지 않는 다. 몇몇 노회한 영국의 통화정책 담당자들이 자신의 통화정 책적 발명을 대서양 건너편으로 이식하려는 이 캐나다인의 시 도에 냉철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카니는 금리 결정을 둘러 싼 비밀주의를 끝내고 그 대신 주기적으로 중앙은행의 미래 정 책 방향을 상세하게 외부에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 안내)를 발표하려 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이 정책으로 금융위기를 평온하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카니의 새로운 동료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확정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때문에 지난해 8월 잉글랜드은행은 영국의 실업률이 7%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저금리 정책을 유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예외 규정이 너무 많아 시장은 이 약 속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월 중순 카니는 그의 거창한 발표의 의미를 스스로 축 소해야만 했다. 고용이 너무 활발해져서 7%의 실업률이 너무 일찍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쿨한 태도를 보이려 노력 하는 카니는 이제 실업률이 금리 인상의 자동 ‘격발기’가 아니라 고 설명한다. 금리 인상은 그렇게 고대했던 경기 상승세를 즉시 다시 짓눌러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뒤 신인에 대한 영웅 숭배가 눈에 띌 정도로 퇴색했다. 파 운드 환율이 상승하고 곳곳의 부동산 가격이 위험할 정도로 오 르면서 비판도 커졌다.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중에 영국의 통 화정책 담당자들이 엄청난 양의 국채를 매입했기 때문에 잉글 랜드은행의 결산 내역이 크게 부풀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 이 깨달았다.

카니의 동료인 잉글랜드은행 금융정책위원회의 마틴 웨일 위 원은 영국인 특유의 우회적인 말투로 “나는 사람들이 중앙은행 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라는 한가지 핵심 도구만 가지고 있을 뿐 이기 때문이다. “이 도구로 서로 다른 서너가지의 일을 할 수는 없다.”

ⓒ Der Spiegel 2014년 16호 Die Getriebene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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