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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본격적인 빗장 풀기 돌입한 주택 규제
부동산 규제 완화 어디까지- ① 주택 건설
[49호] 2014년 05월 01일 (목) 조일준 economyinsight@hani.co.kr
   
 

정부의 규제 해제 방침에 따라 주택과 토지에 대한 규제가 대거 풀리고 있다. 소형주택 의무건설 비율 폐지와 그린벨트 해제지역 용도변경 허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조치들은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에 따라 수시로 부동산 정책과 규제가 달라진다면 국토 이용 계획이 누더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풀어야 할 규제와 풀지 말아야 할 규제는 무엇일까? _편집자

소형주택 의무건설 비율, 분양가상한제, 개발부담금 등 해제 수순…
효과 둘러싼 논란 불가피


주택 건설과 관련한 규제들은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화해왔다. 주로 집값 급등을 막고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목적에서 규제들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불경기 때 규제를 풀었다가 호황기 때 부동산 거품을 만드는 시행착오가 없도록 신중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조일준 부편집장 

지난 4월16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을 찾았다. 주택건설 사업자들과의 오찬간담회 때문이었다.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주택정책관, 토지정책관, 법무담당관 등 고위 정책 담당자들이 배석했다. 업계에선 한국주택협회장과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을 비롯해 건설사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부와 업계가 ‘주택건설 관련 규제의 실태와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서승환 장관은 즉석에서 깜짝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주택업계의 ‘10대 규제개혁 건의안’ 가운데 외국인 투자이민제 개선, 소형주택 의무 건설 비율 폐지, 주택조합제도 개선 등 3가지를 곧장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나머지 요구들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규제나 경제적 부담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완화해가겠다”고 약속했다. 서 장관은 앞서 4월10일 당정협의회에서는 “올해 분양가상한제의 탄력적 운용을 적극 추진하고, 재건축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처는 최근 몇달 새 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 중인 ‘규제개혁’ 정책의 한 단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2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조업, 입지, 환경 분야 중심으로 추진돼온 규제 완화를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해 투자 활성화의 폭을 넓혀가겠다”며 규제개혁을 본격화했다.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회의, 규제개혁 장관회의, 민관합동 규제개선 회의 등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규제 관련 회의가 잇따랐다.

규제 완화 대상에는 주택 건설과 분양,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토지 이용 등 부동산 관련 규제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건설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국민의 주거와 재산권 행사 등 일상생활과도 직결된 사안들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히 주택업계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의 김중신 상무는 “정부가 전체적으로 규제를 손질하겠다는 의지는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그것만으로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엔 미흡하다”고 말했다. “주택 거래를 촉진하고 전·월세란을 해소하려면 입법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들이 하루빨리 시행돼 실수요를 늘려야 합니다. 또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율을 높여 민간 임대사업자 지원을 확대하고,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을 분리해서 순수 민간시장에선 청약제도 규제를 풀어줘야 합니다.”

   
▲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4월4일 방문객들이 송파구의 한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규제 완화 반기는 주택건설업계

앞서 1월 김문경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2014 신년사’에서 주택업계가 폐지·완화를 요구하는 규제를 한꺼번에 언급했다. 여기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 신축 및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공동주택 하자담보책임제도 개선, 공공임대주택 표준건축비 인상 등이 포함됐다. 이 중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일부 규제는 올해 초 폐지됐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아직 국회에서 개정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주택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소형주택 의무건설 비율, 분양가상한제, 금융 및 세제 관련 규제의 폐지다. 침체된 주택 매매시장이 활력을 되찾아야 신규 주택과 재건축 수요도 살아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주택업계는 전국에 8만9439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11% 줄었고, 주택공급이 정점이던 2006년(약 34만가구)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몇몇 주택건설과 관련한 규제 완화는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20일 소형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소형주택 의무건설 조항은 수도권의 과밀억제권역에서 3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 공급량의 20%를 전용면적 60m²(18평) 이하로 짓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발효되면 전용면적 85m²(25.7평) 이하 60% 이상은 유지하되 각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소형 평형 공급비율 규정은 폐지된다.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부동산 규제 폐지의 뜨거운 현안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주택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제도다. 1989년 공공택지·공동주택에 적용한 ‘분양원가연동제’가 시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주택시장이 침체되자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공동주택을 제외하고는 분양가 책정이 자율화됐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자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재도입했다. 현재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에 물가변동률 등을 반영한 상한가를 6개월마다 고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파트가 재테크 수단으로 매력을 잃으면서 분양가상한제는 유명무실해졌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주장이다. 이미 2012년 9월 정부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보금자리주택과 집값 급등이 우려되는 지역의 주택에 한해서만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찬반 양론이 맞서면서 1년6개월째 표류 중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 합의 실패로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불과 닷새 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내 적극 추진” 방침을 밝힌 게 무색해진 대목이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이정현 사무관은 “과거 주택시장은 공급자가 절대우위 입장에서 상품을 내놓기만 하면 기대이익을 바라는 수요자들이 무리해서라도 시장에 몰려 문제가 컸지만, 지금은 주택 투자의 기대이익이 거의 없어 분양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또 “주택 수요자 중에는 고품질 주택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기호도 다양해지는데, 획일적인 분양가상한제로는 고급 자재와 첨단 기능을 갖춘 주택을 공급해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택정책도 시장환경의 변화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신동우 의원(새누리당)과 국토교통부가 협의해 마련한 폐지 법률안이 지난 3월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현행 주택법은 재건축 조합원 1인당 3천만원 이상의 이익에 대해 금액 구간별로 가중치를 준 비율의 부담금을 환수해 낙후된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 재원으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2006년 집값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됐으나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2012년 1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2년간 부과를 유예한 상태다.

   
▲ 지난 4월16일 정부와 주택건설 업계 대표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맨 왼쪽)이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분양가상한제 폐지 쉽지 않을 듯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재건축에 따른 초과이익 발생이 미미해 징수 실적이 거의 없는데다 초과이익은 재건축주택을 타인에게 양도해야 발생하는데, 실현되지도 않은 미래의 이익을 과세 대상으로 해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6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실제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된 사업장은 서울 4곳에 그쳤고, 그나마 실제 납부는 단 한개 사업장뿐이라고 한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서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상업시설과 준공업지역 입지를 허용키로 한 것도 오랜 건축 경기의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설까지 나도는 건설업계에 가뭄의 단비 같은 호재다. 주택, 상가, 근린생활시설 등 실질적인 개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이경상 경제연구실장은 “기존 도시 지역은 땅값이 비싸고 시설 입지에 제한이 많은 까닭에 국내 기업들이 투자 대상 지역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그린벨트 인근 지역은 새로운 투자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건설업계의 오랜 민원을 정부가 단기간에 한꺼번에 수용해 폐지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커지고 있다. 주택과 토지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은 일반적인 규제에 비해 그 영향이 크고 토지와 환경에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11일 논평에서 “분양가상한제의 사실상 폐지와 재건축 규제 완화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의 결정판”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도시가구 근로자의 평균소득이 4천만원 정도인데 수도권의 서민용 국민주택 가격도 1억6천만원 수준인 현실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주택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건 근거 없는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 시민단체들의 협의체인 한국환경회의도 지난 3월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지역 규제 완화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그린벨트와 인근 지역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기 때문에 미신고·무허가 공장이 많은데 이번 조처는 불법 운영되고 있는 시설을 합법화하고 더 들어설 수 있도록 양성화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박민우 도시정책관은 “기존 취락 지역의 입지 규제 완화는 개발 수요와 타당성 평가를 통과한 지역만 허용된다”며 “이번 조처는 ‘그린벨트 추가 해제’ 수요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론자들이 볼 때도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규제 철폐의 격랑에 한꺼번에 쓸려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규제의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변창흠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난 4월15일 환경정의가 주최한 ‘박근혜 정부의 규제정책’ 토론회에서 “규제 정책은 미래 세대와 발언권이 없는 소수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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