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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일자리를 둘러싼 남녀의 ‘사랑과 전쟁’
시장원리로 움직이는 현대의 커플들
[49호] 2014년 05월 01일 (목) 도리트 코비츠 외 economyinsight@hani.co.kr
   
▲ 현실에서 신분 상승의 상징인 ‘신데렐라’ 모델은 더 이상 찾기 힘들다. 지난 4월13일 뉴질랜드 럭비 돔구장을 찾은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REUTERS

여성 경제력 커지면서 ‘성공한 남성-매력적 여성’ 공식 깨지고 배우자 선택 기준 다양화

남녀의 짝을 지어주는 인터넷 ‘데이트 포털’에는 ‘매물’을 자청한 남성들이 줄을 잇는다. 여성이 쇼핑 바구니에 담을 ‘종류’는 다양하다. 사랑으로 시작돼야 할 애정 관계가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닮아가고 있다. 남녀의 ‘시장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 경제적 여건이 급변하는 시대, 배우자를 선택할 자유는 커졌지만 동시에 경제적 효용성을 따지는 셈법도 복잡해졌다.


도리트 코비츠 Dorit Kowitz 프리랜서 기자
엘리자베트 니야르 Elisabeth Niejahr <차이트> 경제부 기자

독일 마인츠에 거주하는 마라톤 선수 마르쿠스에 이어 로이나에 사는 클래식 애호가 홀거도 우리의 장바구니에 담기길 원한다.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예나의 찰리도 우리의 장바구니에 담기길 원했다. 과연 이 쇼핑의 결말은 어떻게 날 것인가?

<차이트> 여기자 2명은 몇시간 전에 데이트 포털 ‘숍어맨’(Shop a Man)에 로그인했다. 그들은 자신의 사진과 실제 이름을 써넣고 회원 가입을 했다. 가입 뒤 몇시간 동안 슈퍼마켓에서 다양한 맥주를 시음하듯이 여기자들에게 다양한 남성이 추천됐다. 여기자들의 전자우편함에는 남성 10여명에게서 ‘새로운 제품이 소개를 요청합니다’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여기서 제품은 남성을 가리킨다. 여기자들은 사진함에서 남자의 사진을 열람할 수 있다. 사진 옆에는 여성 고객들의 호응도를 표시한 ‘시장가치’라는 제목의 도표가 있다. 얼마나 많은 여성이 해당 남성의 프로필을 자세하게 열람했으며 이후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좋아요’를 클릭했고 이 중에서 실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해당 남성을 ‘쇼핑’, 즉 만남을 원했는지에 따라 각 남성의 시장가치는 결정된다. ‘숍어맨’에는 여성만 고객으로 가입할 수 있다.

여기자 2명은 이제 찰리나 홀거를 사이버 장바구니에 담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남성에게서 자신을 소개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오면 여성 고객은 ‘해당 남성이 꼭 갖고 싶은 제품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자들은 남성 포토 갤러리를 체크하는 동안 자신들의 매력도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지받았다. 여기자 1명은 ‘전체 여성의 34%가 당신보다 더 높은 시장가치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것이 칭찬일까? 여기자들은 홀거, 마르쿠스, 찰리를 장바구니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

데이트 포털은 비현실적이고 요란한 풍자극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마르쿠스와 홀거는 실제 존재하는 남성들이다. 그리고 여러 사회적 연구조사에 따르면 사랑은 몇가지 점에서 시장과 작동 원리가 동일하다. 자본주의 법칙에 의거해 순위가 매겨지는 사랑은 시장처럼 작동한다.

돈과 사랑은 바늘과 실 같은 존재

가족사회학자이자 연방인구연구소 소장인 노르베르트 슈나이더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은 대안을 고려하고 자신의 교환가치를 항상 의식한다.” 이스라엘의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이러한 현상에 ‘감정 자본주의’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일루즈는 비즈니스와 사생활이 어떤 지점에서 구분이 모호해지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제품은 감정적인 메시지로 판매되고, 커플은 경제적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 커플은 스스로를 상품화하고 자신과 상대방의 효용성을 계산한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처절하게 말이다.

남녀관계를 연구하는 사회학자와 경제학자들은 ‘애정관계에 돈, 소유, 지위가 과거처럼 여전히 큰 역할을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물론 이제 시작하는 단계의 연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샤엘 바그너 쾰른대 사회학 교수는 “부동산 공동 소유만큼이나 이혼 위험을 줄여주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자녀를 둔 부부보다 자신들의 집을 보유한 부부의 이혼율이 오히려 더 높다고 한다.

오늘날 사회적·경제적 압박 없이 파트너를 선택할 자유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수백년간 결혼은 경제적 이유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졌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서로 비슷하거나 비즈니스 관계를 위해서 자녀의 결혼이 결정되던 때가 있었다. 남성은 지참금에 따라 신부를 정했고, 여성은 가족을 먹여살릴 부양자를 원했다. 과거에 돈과 사랑은 실과 바늘 같은 개념이었다. 유럽에서 돈과 사랑은 온갖 드라마의 주요 소재였다.

독일 여성의 39%가 자신의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성 취업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연방주 6곳에서는 남성 취업자보다 여성 취업자 수가 더 많다. 네 가정 중 한 가정의 주요 부양자는 여성이다. 독일에서 남녀 간 연봉 차이는 여전히 크다. 여성단체들은 지난 3월25일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에 이를 주요 의제로 삼았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오래전부터 배우자 선택에서 더 이상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도 배우자 선택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남성이 과거보다 가족 전체를 홀로 부양해야 하는 경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는 로맨티시스트들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사랑을 둘러싼 게임 규칙은 변했다. 하지만 경제적 영향력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제적 제반 여건의 변화가 배우자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는 특히 인터넷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불문율의 (그리고 불편한) 진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노르베르트 슈나이너 소장 등 사회학자들은 데이트 포털 등에서 두가지 트렌드를 확인했다. 우선 미인이 돈과 지위를 가진 남성의 사랑을 쟁취해 사회적 지위가 격상된다는 ‘신데렐라’ 모델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을 여전히 원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미 성공을 거둬 더 이상 올라갈 사회적 지위가 없어진 여성이 늘어나면서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을 찾기는 힘들어졌다.

그렇다면 남성은 어떨까? 남성들 역시 사회적 여건이 달라지면서 과거와 다른 여성상을 갖게 되었다. 몇년 전만 해도 남성은 여론조사에서 무엇보다 “매력적인 여성을 원한다”고 답했다. 남성은 자신보다 소득이 낮고 직업적으로 그다지 성공하지 않은 여성과 주로 결혼했다. 무직인 남성은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고독한 커리어우먼은 10년 전만 해도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동정받는 전형적인 캐릭터였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 나오는 붉은 머리의 변호사 미란다였다. 극중에서 미란다는 스피드 데이팅에 참여하는데 남성들에게 거절만 당한다. 미란다가 자신의 직업을 속이고 스튜어디스라고 소개하자 그제야 남성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독일연방인구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임원이 남성 임원보다 독신인 경우가 2배 더 많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도 달라질 것이다.

그사이 젊은 남성들이 크게 달라졌다. 사회학자이자 베를린 학술센터 소장인 유타 알멘딩어의 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미인을 여자친구로 둔 남성은 이제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20∼34살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4명 중 3명은 교육 수준이 비슷하고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배우자를 원했다. 5년 전만 해도 남성 2명 중 1명만이 이런 배우자를 원했다. “젊은 세대의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에서 남녀 성별은 더 이상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여성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을, 남성은 자신보다 젊은 여성을 원하는 것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과 여성은 자신이 가정의 유일한 생계 부양자이기를 원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결혼 행태가 변하면 사회도 달라진다. 지금이 그렇다. 사회적 불평등은 계속 심화될 것이다. 돈도 없고 교육도 많이 받지 못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결혼시장을 통한 사회적 지위 향상의 기회가 사라질 것이다. 특히 독일에서 결혼을 통한 사회적 지위 향상은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간호사는 의사와, 스튜어디스는 비행기 조종사와 결혼했다.

   
▲ 할리우드의 스타 커플인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영화 <미스터 앤드 미세스 스미스>에서 이들은 청부살인업자 부부로 나와 서로를 해치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직장에서 배우자는 경쟁관계일 때가 종종 있다. REUTERS

무너진 공식 ‘성공한 남성, 매력적 여성’

20세기에 독일에서는 결혼을 통해 대기업의 임원으로 승진한 신데렐라가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존재했다. 프리데 슈프링거(세계 최대 출판그룹 ‘악셀 슈프링거’의 최대주주)는 과거 슈프링거 출판사에서 잡일을 하는 도우미로 일했고, 베르텔스만 감독이사회의 리즈 몬 이사는 전화교환원으로 시작했다. 주르캄프 출판사의 주주 울라 운젤트 베르케비츠는 과거 무명에 가까운 작가였다.

현재 독일에서 전체 부부의 약 80%가 교육 수준이 유사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 비중이 더 높았다. 그리고 이에 따라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대졸자들은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의 전형을 따라 자신의 짝을 대학에서 찾는다. 미국에서 중산층과 상류층의 이혼율은 1970년대 이후 점점 낮아지고 있다. 2회 이상의 이혼은 하류층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인들이 자신과 조건이 유사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우연의 법칙에 따라 배우자를 선택한다면 남성 기업인은 피부관리사와, 여의사는 헬스 트레이너와 결혼하게 될 것이다. 또한 빈부 격차는 1960년대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최대의 사회적 난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사회학자 제러미 그린우드는 입증해 보였다.

제러미 그린우드 연구팀은 ‘메리 유어 라이크’(Marry Your Like)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가별 사회적 불평등을 수치화한 이른바 지니계수의 추이를 조사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지니계수가 0.25인 반면, 현재 미국의 지니계수는 0.43을 기록했다. 과거처럼 우연의 법칙에 따라 미국인들이 결혼한다면 미국의 지니계수는 0.34로 줄어들 것이라고 그린우드는 산정했다.

하지만 오늘날 빈자는 빈자와, 부자는 부자와 결혼한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여비서 대신 기업 컨설턴트와 결혼하고, 할리우드 여배우는 자신의 운전기사 대신 동료 배우와 결혼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예외란 없어 보인다. 인터넷은 배우자 선택의 폭을 훨씬 넓혔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결혼 연령도 점점 높아진다. 옛 동독 지역에서는 부부의 대다수가 첫 아기 출산 뒤 혼인신고를 한다.

부부간 역할 분담에서도 더 이상 남녀의 성은 기준이 되지 않는다. 은행 계좌 수와 재정적 책임, 가사 분담과 자녀 양육까지 모든 것이 부부의 협의와 거래에 따라 이뤄진다. 절대적인 시간 배분 및 맞벌이 부부의 근무시간 등의 문제는 부부의 역할 분담 과정에서 두 사람을 첨예한 대립으로 몰아갈 수 있다.

비슷한 조건의 결혼 확산 추세

12월의 베를린. 슈프레강변의 한 공장 홀에서 사회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은 사민당이 새 정부 연정협약을 가결하고 새 정부에 임명될 장관들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검은 머리에 안경을 쓴 날씬한 여성이 연단에 오르자 장내는 일순 조용해진다.

장내에 모인 사민당원 전체가 사민당의 신임 사무총장이 된 야스민 파히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민자 출신이자 정치 신인인 파히미가 사민당의 살림꾼으로 임명된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파히미의 등장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사민당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파히미가 미샤엘 바실리아디스 화학노조 대표의 아내라는 것이다.

화학노조 대표는 사민당에 중요한 사람이다. 새 정부 임기 첫해에 화학노조 대표는 사민당 당수이자 신임 에너지부 장관 지그마 가브리엘의 연합군이자 때로는 반대파 역할을 할 것이다. 남편의 지위가 사민당 사무총장인 파히미에게 문제가 될까? 가브리엘 당수는 사무총장과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민당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역할을 맡은 부부와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좋을까?

야스민 파히미는 운이 좋은 경우다. 반면 요아힘 가우크 연방대통령의 동거녀인 다니엘라 샤트는 정치부 기자직을 포기했다. 함부르크의 사민당원 브리타 에른스트는 함부르크 시정부 입성을 노렸다. 하지만 남편 올라프 숄츠가 당내 경선을 통해 사민당 후보가 되어 선거에서 이기면서 에른스트는 자신의 계획을 접어야 했다. 전 자민당 원내대표 라이너 브뤼덜레의 아내는 한 연방주의 중앙은행장에 도전하려 했지만 당시 남편이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결국 중앙은행장을 포기해야 했다.

여성이 커리어를 쌓으면서 부부는 클린턴 부부처럼 서로를 후원하거나 혹은 서로에게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다. 경쟁관계인 금융업체에 몸담고 있는 두 투자은행가들이 사랑에 빠졌는데 회사 기밀을 지켜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후일 교수직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같은 학과의 연구원들이 사귀게 된다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해야 할까?

   
▲ 미국의 인기 TV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 출연한 여배우들. 변호사 미란다 역을 맡은 신시아 닉슨(맨 오른쪽)은 극중에서 스튜어디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에야 남성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이제는 이성을 고르는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 REUTERS

과거에 남자는 내조할 여자를 원했고, 여자는 생계 부양자를 찾았다. 지금은 배우자가 직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극단적인 경우 영화 <미스터 앤드 미세스 스미스>처럼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부부는 청부살인업자로서 서로를 해치워야 함을 알게 되기도 한다.

부부의 직업적 이해관계의 극단적 대립을 경험으로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곳이 인구 2만3천명의 소도시 헤르초겐아우라흐다. 이곳에는 글로벌 브랜드 퓨마와 아디다스 본사가 있다. 같은 기업에서 나온 퓨마와 아디다스는 분사 이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브랜드의 경쟁관계는 헤르초겐아우라흐 지역사회도 분열시켰다. 퓨마에서 일하는 남성이 아디다스에서 일하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거나 그 반대의 경우 양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를 반기지 않았다.

이곳 주민들은 퓨마 편 혹은 아디다스 편으로 갈라져 있다. 핵심 인력이 상대 회사로 옮겨가면 배우자도 함께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재 퓨마와 아디다스는 부부 혹은 커플이 각기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과거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랑 때문에 직장을 바꾼 직원들이 <차이트> 취재진과의 이직과 관련해 인터뷰하는 것은 금지됐다.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에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적대관계의 가족이나 <현자 나탄>처럼 적대관계의 종교나 <웨스트사이드스토리>처럼 서로 다른 피부색도 이제는 사랑과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서로에게 붙여진 라벨만이 중요할 뿐이다.

샌드버그 “가정에 충실한 남자 만나라”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는 “자신의 커리어에 가장 중요한 결정은 전공 분야가 아니라 제대로 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다”라고 젊은 여성들에게 말했다. 샌드버그는 자신의 커리어 가이드북 <린 인>(Lean In)에서 가정에 충실한 배우자를 만나라고 여성들에게 충고한다. “자녀의 기저귀를 가는 남편만큼 섹시한 남자가 과연 있을까”라고 외친다. 이는 실용주의일까, 아니면 남녀의 성역할에서 뒤바뀐 1950년대 패턴으로의 회귀일까? 여하튼 샌드버그의 신간은 전세계적으로 수백만권이 팔려나갔다.

슈테파니 퀴블러(33)와 슈테펜 퀴블러(38)는 셰릴 샌드버그가 지향점으로 삼는 부부다. 젊고 성공지향적인 컨설턴트 슈테파니는 역시 젊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SAP의 정보엔지니어 슈테펜 퀴블러와 사랑에 빠지고 사내 커플이 된다. 10여년 전 둘의 러브 스토리는 아주 고전적으로 시작됐다.

두 사람은 SAP 발도르프 본사의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다. 슈테파니는 컨설턴트로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슈테펜은 SAP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었다. 그는 프로그래밍 작업에 열정을 느끼고 있었다. 슈테파니는 현재 인사를 담당하고, 슈테펜은 소프트웨어 신제품을 담당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아내가 남편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았고, 부하 직원 수도 더 많아졌다. 이 모든 것이 “계획이나 논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고 슈테파니는 회상한다. “기회가 자연스럽게 주어졌고, 나는 내게 온 기회를 잡았을 뿐이다.” 슈테펜은 “아내의 승진에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아내의 승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아내의 현재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둘은 가사를 정확하게 분담한다. 올해 초부터 슈테파니는 데이터 관리 서비스 부문 총괄 책임자로 일하고 있으며, 슈테파니는 “매달 최소 일주일은 주말을 포함해 해외 출장을 다닌다”고 말했다. 슈테펜은 2살 된 아들을 돌보기 위해 주간 노동시간을 기존의 60%로 줄였다. 퀴블러 부부는 많은 대화를 하고 친하게 지내는 한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지금의 가사 분담에 합의할 수 있었다. 슈테파니는 “남편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기 때문에 계속 내가 커리어를 쌓기로 어렵지 않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연봉이 더 높은 것이 현재의 가사 분담에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슈테파니는 주위 사람들의 끊임없는 간섭과 비아냥을 감내해야 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시샘과 부러움 그리고 무정한 엄마라는 비난을 수없이 받았다.” 자신보다 20살이 더 많은 남자들이 쿨한 척하면서도 슈테파니에게 “어린 아들이 보고 싶지 않냐”는 비난조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슈테파니는 “물론이죠. 당신이 세 자녀를 보고 싶어 하는 것 이상으로 어린 아들이 보고 싶죠”라고 답했다.

슈테펜은 자신이 업무 시간의 60%만 일하는 걸 동료 직원들이 이상하게 여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나절만 일하기 시작한 이후 슈테펜은 어린이집에서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낮 12시면 칼퇴근을 했다. 직원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존에 내가 하던 업무를 동료 직원들에게 배분하는 것이 이전에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짊어진 채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보다 쉽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일시적으로 직장 업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슈테펜의 생각이다.

맞벌이 부부, 사랑보다 금전 지향적 

사회학자들은 슈테펜의 생각이 일부만 맞다고 입증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돈을 적게 버는 관계는 여러 조사 결과에서 불안정하다고 나타났다. 하지만 남성이 일정 기간만 직장 업무시간을 줄이는 부부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유타 알멘딩어 소장이 관찰한 결과다.

여성이 재정적으로 더 나은 위치에 있어서 관계가 나빠지는 부부들은 크리스타 아펠트를 찾는다. 아펠트는 20여년 전 베를린에 결혼정보회사를 설립한 사업가다. 달변가이자 금발에 화려한 외모를 지닌 그녀의 고객들은 부유층이다. 고객 중에는 이른바 ‘다운 데이팅’(Down Dating)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커리어우먼도 있다. 이런 현대적인 커리어우먼들은 크리스타 아펠트로부터 ‘부드럽고 여성적으로 남성을 대하라’는 아주 고전적인 조언을 듣는다. “남자와 만날 때 마치 댄스하는 것처럼 행동하세요”라고 아펠트는 여자들에게 조언한다. 결정적인 문제는 남자와 여자 모두 과거보다 훨씬 구체적인 기대치를 가지고 만나는 것이라고 아펠트는 지적한다. 자신이 어떤 상대를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오히려 배우자를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온갖 데이트 포털 등이 완벽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환상을 키운다.

“경제적 독립성이 커질수록 동시에 물질적 압박과 이해관계 너머에 ‘오직 사랑만이 중요한’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연인관계는 사라진다”는 것이 에센대학의 크리스티네 빔바우어 사회학 교수가 내린 슬픈 결론이다. 빔바우어 교수는 ‘돈의 역설’을 주제로 한 박사 논문에서 맞벌이 부부들을 대상으로 상세한 설문조사를 했다. “맞벌이 부부는 금전에 상당히 종속돼 있고 또 금전 지향적이다.” 현대적인 커플이 지향하는 삶의 전제조건을 만드는 것 자체에 적지 않은 돈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노르베르트 슈나이더 등 사회학자들은 기존 인습에 따르는 ‘우리’라는 감정을 공유하는 부부를 ‘퓨전 커플’이라고 지칭한다. 퓨전 커플 대신 이른바 ‘나라는 존재가 2명 만난 커플’이 늘고 있다. 우리라는 감정 대신 내가 둘이라는 감정이 부부 사이에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제 부부는 서로를 위해서가 아닌 함께 살아가며 친구이자 자아실현을 위한 코치로서 상대방의 도움을 받는다. 현대적인 부부는 사랑을 위해 장바구니나 쇼핑 리스트를 필요로 하지 않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장바구니와 쇼핑 리스트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 Die Zeit 2014년 13호 Geliebter Konkurren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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