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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주도하는 플랫폼 될 것”
112 • Economy Insight 2014.04 Interview ● 지미 메이먼 <허핑턴포스트> 최고경영자
[48호] 2014년 04월 01일 (화) 조일준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 2월28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출범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온라인 뉴스 플랫폼 <허핑턴포스트>와 <한겨레>가 손잡고 만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뉴스 사이트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일본 등에 이은 11번째 국제판으로, 개방형 디지털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지미 메이먼 <허핑턴포스트> 최고경영자에게 뉴미디어의 현재와 미래 전망을 들어봤다.

   
▲ 지미 메이먼 <허핑턴포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정보기술(IT)의 발달과 새로운 온라인 미디어 환경이 전통 저널리즘 매체에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진단했다. 한겨레 정용일

조일준 부편집장

당신은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전문 경영인이다. 미디어와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내가 창업한 첫 회사는 인터넷 컨설팅 기업(Neo Ideo)이었다. 두번째로 설립한 회사 역시 동영상을 유통하는 미디어 회사(GoViral)였다. 그런 점에서 난 항상 미디어 관련 업종에서 일해왔다. 미디어와 저널리즘은 독자(시청자)가 있어야 하므로, 저널리즘의 변화와 미래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다수 서구 미디어는 뉴스 생산과 소비의 플랫폼과 방식이 바뀌고 있다. 말하자면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한가운데에 있다.

따라서 미디어도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온라인 미디어다. 내 관점이 미디어의 수익 창출과 저널리즘의 양적·질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미디어를 비즈니스 시각에서 바라보는 건가.

미디어가 독자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을 찾는 데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미디어는 전통 매체와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미디어를 소비하고 콘텐츠를 유통한다. 지난 100년 동안 신문과 방송은 (정보와 시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해왔을 뿐, 대화가 없었다.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어 (뉴스 공급자와 소비자가) 쌍방향으로 작동한다. 미디어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저널리스트가 독점한 전통 미디어

시민의 참여와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것 같다.

아주 오랫동안 저널리스트들만 뉴스를 쓸 수 있었다. 물론 저널리스트가 중요한 구실을 하지만 (뉴스 생산과 유통에서) 독점 구조다. <허핑턴포스트>는 새로운 뉴스 플랫폼이다. 이제 우리(보통 사람)가 뉴스를 창조하고 보완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경제와 사회 분야에서 필자와 독자, 독자와 독자 사이에 매우 흥미로운 대화가 시작되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의 각 영역을 감시하는 것은 대중 블로거들의 글쓰기와 구별되는 저널리즘의 중요한 기능이다. SNS 저널리즘의 미래는 무엇인가.

탐사보도 저널리즘이 중요한 까닭이다. 전통적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감춰진 걸 폭로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야기를 잘 써내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필요하다. 대중과 소통하려면 ‘좋은 서사’(Good Narrative)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조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허핑턴포스트>를 ‘뉴스 사이트’가 아닌 ‘뉴스 플랫폼’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도 하지만 ‘큐레이터’ 역할도 한다.

<허핑턴포스트>는 전세계에 1천여명의 저널리스트가 있으며, 블로거는 5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대중과 소통하며 각기 다른 관점을 공유한다. 이건 미디어가 새롭게 진화한 모델이라고 본다.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사람이 미디어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방식을 구현한 것이다. 어느 한쪽의 의견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의사소통, 모두가 귀기울일 수 있는 민주적 대화가 중요하다.

지금까진 전통 미디어가 여론 형성을 주도해왔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 의제 설정과 여론 형성 경로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는가.

좋은 질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단하긴 어렵다. 지난 수십년간 서구 미디어는 많은 것을 좌우 구도로 나누고 의견의 양극화를 조장해왔다. 누구도 사회를 통합하려 하지 않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미디어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정보 접근도 가능해졌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 지지 집단과 민주당 지지 집단으로 나라가 갈라져 있다. 예컨대 <폭스뉴스>는 극우적 시각을 보도하는데, 사업적 측면에선 성공했다고 하지만 건강한 사회를 위해선 미디어가 결론을 주기보다 사람들이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도 사회적 환경이 바뀌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다양해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어떻게 사람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할 수 있을까.

<허핑턴포스트>와 <한겨레>는 같은 DNA를 가졌고 매우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두 매체 모두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by the people, for the people) DNA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좌파, 우파를 보지 않는다. 우리도 편집팀이 있긴 하지만, 좌우 논리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트렌드가 어떤지,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볼 것이다.

아시아에서도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있다. 예컨대 2011년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스캔들이 터졌을 때 정부는 진실을 감추려 했고, 미디어 역시 그것을 깊이 취재하지 않았다. 그런 행태가 전통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웠다. 더 넓은 독자층과 대화하고 탐사보도가 가능한 미디어 조직을 갖추는 게 중요한 이유다.

당신이 강조하는 ‘사회적 유전자’라는 게 뭔가.

밀레니엄 신세대(현재 10~20대 젊은이)를 생각해보자. 그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사회를 바라보고 바꾸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소셜미디어 DNA’는 그런 것이다. 오늘날 그들이 처음 대하는 미디어는 더 이상 텔레비전이 아니다. 갈수록 컴퓨터를 많이 이용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활용한다. 단순히 의자에 파묻혀 있는 게 아니라 뭔가에 공헌하고 싶고 발언을 들어주기 원하는 세대가 출현하고 있다. 오늘날 대중은 힘이 커졌다. ‘아랍의 봄’(2010년 시작된 아랍·이슬람 지역의 대규모 민주화 민중운동 -편집자)에서도 미디어가 혁명을 촉진했다.

   
▲ 지미 메이먼 CEO는 지난 2월 말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출범일에 맞춰 서울을 방문했다. 호텔에서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스튜디오 필요 없는 소셜TV 론칭

<허핑턴포스트>는 2012년 ‘소셜TV’를 표방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인 ‘허포스트 라이브’(HuffPost Live)를 시작했다. <CNN>같은 매체와 어떻게 다른가.

<CNN>은 1992년 이라크 전쟁을 생중계로 보도하면서 급성장했고 지금까지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현재 미디어 환경과 뉴스 사이클이 바뀌고 있고, 방식의 모델은 뉴미디어와 비교하면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뉴스 생산과 유통 비용이 너무 비싸다. 그래서 매시간 똑같은 뉴스를 되풀이해서 방송한다. 하지만 오늘날 뉴스 전달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1시간만 지나도 ‘구문’(Old News)이 된다. 더 똑똑한 방식으로 뉴스를 발견하고 매순간 뉴스를 창조하는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

‘허포스트 라이브’는 쌍방향 방식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너무 비싸서 불가능했을 방송 시스템을 구축했고, 기술 발달로 방송 비용은 더 싸질 거다, ‘허포스트 라이브’는 25분 단위로 방송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손쉽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가 나와 전문 분야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람들이 굳이 스튜디오에 나올 필요 없이 스카이프나 구글 행아웃 같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툴을 통해 토론을 벌인다.

지난 18개월 동안 2만여명이 이전까지와는 다른 ‘허포스트 라이브’ 방식의 대화에 참여했다. 우리는 그런 환경을 조성해 대화를 촉진하고 공동체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단순히 한곳에 모아놓는 것만으로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나.

조화가 필요하다. 하나는 넓이, 다른 하나는 깊이다. 사람들은 많은 분량의 뉴스와 이야기를 갈망하며 SNS에 뉴스를 올리기도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현재 <허핑턴포스트>는 매일 1600건 가까운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58초에 하나꼴이다. 소셜미디어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또 다른 하나가 콘텐츠의 깊이다. 그래서 탐사보도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뉴스를 생산하지만 모든 뉴스가 깊이를 갖춘 건 아니기 때문이다.

<허핑턴포스트>는 <르몽드>(프랑스), <엘파이스>(스페인), <아사히신문>(일본) 등 많은 유력 매체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수익과 저널리즘 양면에서 평가해본 적 있나.

<허핑턴포스트> 국제판은 한국이 11번째다. 앞으로 3년 안에 15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전세계에서 1억명의 독자를 얻고 싶다. 현재 목표치에 근접한 9400만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재무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특정 국가에 국제판을 만들 때 3년 안에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다는 판단 없이는 진출하지 않는다. 또한 3~5년 안에 해당 국가의 뉴스 카테고리에서 ‘톱 5’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랑스판은 (2012년 1월) 출범한 지 9개월 만에 <르몽드>를 앞질렀다. <허핑턴포스트>는 전적으로 광고 수익에 의존하므로 시장 규모가 매우 중요하다. 시장 규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익을 올릴 수 없다.

뉴미디어의 콘텐츠를 고객맞춤형으로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오늘날 미디어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디지털 미디어가 멋진 점은, 예컨대 당신이 결혼에 관한 정보를 원한다면, 수십만명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고 비용도 별로 안 든다는 것이다. 특정 주제에 관한 카테고리를 만들어놓으면 그와 관련한 광고주를 찾기도 쉽다.

인쇄 매체나 TV는 그런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이제 9년째인데 50여개 카테고리를 갖추고 있다. 다른 국제판들은 처음에 통상 3~5개로 시작한다. 정치·사회·엔터테인먼트 같은 중요한 분야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뉴미디어, 값싼 비용으로 독자와 소통

정보통신 기술과 SNS의 발달로 개인정보가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많다.

개인정보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개인정보 관련 법규가 있는 이유다. 이와 동시에, 나는 데이터를 이용해서 세상의 흐름이 어떤지, 사람들이 어떤 토론을 원하는지 이해함으로써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이 ‘결혼’이란 주제에 관심 없고 ‘항해’에 관심이 많다면 그와 관련된 콘텐츠를 바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건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미디어 이용자 개개인의 콘텐츠 소비 행태 분석에 기반한다. 독자에게 더 똑똑하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이것이 프라이버시 침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독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주 역동적인 사회고, 빅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대단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한국인이 썩 잘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 충만한 삶을 누리는 것이다. 한국은 기술 발달에 힘입어 높은 경쟁력을 갖췄으며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그건 대단하다. 이제 그다음 단계가 있다. 일하는 삶, 개인의 삶, 가족의 삶이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허핑턴포스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지배’(World Domination)다. (웃음) 세계는 갈수록 더 글로벌화하고 있다. 글로벌 이슈와 어젠다, 나아가 글로벌하지 않은 문제까지 우리가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에 흥미가 많다. <허핑턴포스트>는 더 긴밀히 연결된 국제사회에서 한국인을 미국인·독일인과 연결할 수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토론을 벌이는 플랫폼을 촉진할 수 있다. 우리가 바로 그런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

더 깊은 이해가 더 좋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더 깊은 이해는 토론과 대화, 그리고 다른 지역에 대한 정보와 탐사보도에서 나온다. 그것이 우리가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던스(Guidance)가 된다. 바라건대, <허핑턴포스트>가 사람들을 더 가깝게 불러모음으로써 사람들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나의 바람, 아주 큰 희망이다.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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