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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도둑 “튀는 색은 싫어”
[Trend]
[4호] 2010년 08월 01일 (일) 벤 폴라르트 economyinsight@hani.co.kr

벤 폴라르트 Ben Vollard 틸뷔르흐대학 경제학과 부교수

네덜란드 학생들이 자신의 자전거를 분홍이나 노란색으로 페인트칠을 하는 것이 목격됐다. 이런 밝은 색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고 다른 사람에게 잘 팔리지도 않는다면, 그 자전거는 도난 위험이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페인트칠 관행은 수십 년간 계속돼왔다. 자전거의 밝은색이 어느 정도 도난 방지 효과가 있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이런 논리를 따르면, 한몫 챙기려는 차량 절도범은 가장 인기가 높은 색깔의 차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색상이 핵심이다. 은색과 노란색 차의 가격은 판매대리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국립자동차경매협회(National Auto Auction Association)는 인기 있는 색의 중고차 평균가격이 동종의 비인기색 차량보다 1천달러 이상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자동차 도둑은 도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찾기 어려운 평범한 색의 차량을 선호할 것이다. 게다가 훔친 차량으로 강도짓을 도모하려는 자에겐 차 색깔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림1_색상별 신차 판매량(네덜란드·1990~2009년)


   
 


중고차 시세 높은 색상 노려

즉, ‘경제적’ 범죄행위로 밝은색 차량의 도난율이 낮다(Becker·1968, Felson and Boba·2010). 현재 대부분의 절도는 돈 때문에 일어난다.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 순간적으로 남의 차를 타고 돌아다니거나, 일시적인 운전을 위해 차를 훔치는 행위는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차를 훔칠 때 열쇠 없이 차의 시동을 거는 ‘핫와이어링’(hotwiring) 방지에 효과적인 ‘전기 엔진 이모빌라이저’(Engine Immobilizer·엔진 컨트롤 유닛 암호와 손잡이 부분에 삽입된 트랜스폰더 암호가 일치해야 시동을 걸 수 있는 도난 방지 시스템)의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Vollard et al·2010).
네덜란드에서 신차 구매자들은 검은색과 파란색, 은색(회색) 차량을 선호한다. 이 세 가지 색상이 최근 몇 년간 거래된 차량의 80%를 차지한다. <그림1>은 차 구매자의 취향이 점점 더 보수화되는 추세를 보여준다. 빨간색과 녹색의 인기는 떨어지고 은색(회색) 선호도는 높아졌다.

도난 두려우면 분홍색 차 사라
상당수 도난 차량들이 동유럽 등 타국으로 수출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취향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가장 인기가 높은 색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특히 흰색에 대한 인기도에 편차 존재), 비인기 색에 대한 성향은 매우 유사하다. 자동차 페인트 제조사인 듀폰의 자료를 보면, 네덜란드 사람들의 색 선호도는 다른 유럽 국가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Dupont Automotive·2009). 세계적으로 보아도 검은색·파란색·흰색·은색(회색) 차량이 2009년 신차 판매량의 86%를 차지한다.
차량 절도 행위에 대한 경제적인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2004~2008년 네덜란드에서 여객 차량과 도난당한 모든 차에 대한 자료를 종합했다. 자료는 자동차관리국(Department of Motor Vehicle) 경찰, 네덜란드 통계국(CBS)이 제공했는데, 인기 있는 15개 제조사(알파로메오, 아우디, BMW, 시트로앵, 플랫, 포드, 혼다, 마쓰다, 메르세데스벤츠, 오펠, 푸조, 르노, 도요타, 폴크스바겐, 볼보)의 차량을 취합한 것이다. 재판매할 목적으로 절도 표적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3년 된 차에 초점을 맞추었다(차 도난의 85%가 이 부류에 속한다).
<그림2>는 차량의 색상별로 본 도난 위험률(2004~2008)이다. 앞에서 예측한 것처럼 검은색·파란색·은색(회색) 차량이 일반적이지 않은 색의 차량보다 자주 도난됨을 알 수 있다. 분홍색 차량을 선택하는 것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최고 대책이다. 최근 몇 년간 3년 된 분홍색 차량 109대 중 단 한 대도 도난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것은 검은색 차량이 가장 인기가 많은 회색(은색) 차량보다 더 높은 도난율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는 색상 외의 다른 요인이 차량 절도범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일 수 있다. 호화로운 차에는 검은색이 더 인기가 많다. 그러나 아우디·BMW·메르세데스벤츠 세 개의 고급 차량 제조사를 빼더라도 검은색 차량의 도난율이 높은 동일한 패턴(<그림2>의 오른쪽 막대)이 나타난다(전체적으로는 도난율이 약간 낮음). 제조사와 상관없이 가장 비싼 모델의 색은 검정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것을 단정하거나 입증하기는 어렵다.
‘고급 모델’이 갖는 통계적 편차를 제거하기 위해 검은색을 뺀 파란색과 은색(회색) 차만 살펴봤더니 덜 일반적인 색의 차량에 비해 평균 도난율이 약 40% 높았다. 이로써 일반적이지 않은 색이 갖는 도난 예방 효과가 고급차에 장착된 도난차량 추적 장치와 맞먹는 효과를 낸다고 말할 수 있다(Gonzalez-Navarro·2008).
   
 

고급차에 많은 검정색 도난율 최고
어떤 사람들은 노란색이나 오렌지색 차량의 운전을 즐기지만 이런 색깔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즉, 중고차 딜러가 제공한 시세를 비교하면 이런 색 차량의 재판매 가격은 5~10% 낮다. 약 1천유로(약 160만원) 차이가 난다. 낮은 중고차 가격은 도난 방지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지급하는 일종의 암묵적 비용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이런 도난 방지 효과가 이 차량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여태까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중고차 가격 측면의 불이익은 튀는 색상의 차량을 운전하는 즐거움이 가져다주는 효용의 크기보다 작거나 같아야 한다. 왜냐하면 중고차 가격의 불이익이 운전의 효용보다 더 크다면 구입자가 처음부터 그 색상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도난 방지 장치인 로잭(LoJack)의 가격이 500유로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튀는 색상이 가져다주는 도난 방지의 금전적 가치는 로잭의 시장가격과 적어도 동일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차량 도난과 외관 색상이 얼마나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는지 따져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동차 구매시장에서 차량 색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차량 색상은 구입 단계에서 15년 전보다 지금이 3배가량 더 중요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차량 구매자의 취향이 보수화함에 따라 인기 있는 세 가지 색과 그 외 다른 색상의 차량 사이에 중고차 가격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엔진 이모빌라이저 덕분에) 차량 절도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대다수 절도범은 이제 일시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아니라 차량 절도 전문가로 국한된다. 의심의 여지 없이 전문 절도범들은 일반적인 색상을 강력하게 선호한다.
 
   
 


빨간색 노리는 간 큰 절도범도

재판매 가격만이 차량 절도범의 일반적인 색상 선호에 영향을 주는가? 아니면 체포의 위험도 영향을 미치는가? 최근 차량 절도의 역사는 여기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빨간색은 시선을 집중시키는 색인 게 분명하다. 이는 경찰의 시선도 포함한다. 빨간색은 세기가 바뀌면서 유행에 합류하지 못한 색이기도 하다(<그림1> 참조). 1990년 초에 신차의 25%가 빨간색이었다. 지금은 5%에 그친다. 빨간색 차량의 감소는 네덜란드뿐만이 아니라 세계적 추세임을 자료로부터 알 수 있다. 절도범이 재판매 가격에만 관심이 있고 밝은 색상의 차량을 타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1990년대 빨간색 차의 도난율이 더 높게 나타나야 한다. <그림3>은 은색(회색) 사례뿐만 아니라 신차 판매에서 빨간색의 인기는 도난 차량의 빨간색 비율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차량 절도범들이 교통경찰에게 적발되는 것을 특별히 걱정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일반 색과 비일반 색 차량의 도난율 차이는 차 절도범들이 재판매 가격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차량을 선택하는 동기는 범행이 발각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중고차 판매 가격의 차이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튀는 색의 차를 운전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거나 도리어 이를 즐긴다면, 이러한 색의 차를 사서 부수적으로 얻는 도난 방지 효과의 가치는 비싼 차에 장착된 안전장치의 가격과 동등하다고 볼 수 있다. 
ⓒ Voxeu

참고 문헌
Becker, Gary S, ‘Crime and Punishment: an economic approach’(범죄와 처벌: 경제적인 시각에서의 접근),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76:169∼217, 1968.
DuPont Automotive, ‘Color Popularity Report’(색상 인기도에 대한 보고), Wilmington (DE), 2009.
Felson, marcus, Rachel Boba, <Crime and everyday life>(범죄와 일상생활), 4th edition, Sage, Los Angeloes, 2010.
Gonzalez-Navarro, Marco, ‘Deterrence and geographical externalities in auto theft’(자동차 도난에서 저지 효과와 지리적 외부성), mimeo, Princeton University, 2008.
National Auto Auction Association, 2010.
Vollard, Ben, Jan van Our, Stefan Toonen, ‘Costs and benefits of government intervention in victim precaution. Evidence from a natural experiment in car security’(피해자 예방에 정부 개입의 비용과 이익: 차량 안전 실험으로부터 증거), Mimeo, Tilburg Univesity, 2010.


차 도난 방지 장치의 ‘외부 효과’

길거리에 세워둔 자동차가 도난당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클럽’(Club)과 같은 도난 방지 장비로 운전대를 잠그고 있다. 클럽은 상당히 커서 눈에 쉽게 띈다. 클럽을 사용함으로써, 자동차 주인은 잠재적 도둑에게 자신의 차를 쉽게 훔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셈이다. 하지만 거기에 내포된 또 다른 의미는 자기 이웃의 자동차, 곧 클럽을 장착하지 않은 차가 훨씬 더 훔치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클럽은 클럽을 장착하지 않은 이웃의 자동차에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초래한다. 로잭(LoJack)이란 기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클럽과 정반대이다. 그것은 소형 무선 송신기로 크기가 카드 한 벌 정도에 불과하며 자동차 도둑의 눈에 띄지 않게 자동차 안이나 바닥에 숨겨놓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자동차가 도난을 당하게 되면 경찰이 송신기를 작동시켜 거기서 전송되는 신호를 추격해 곧바로 자동차를 찾아낼 수 있다. …로잭이 있으면 우리는 신속하게 자동차를 되찾을 수 있다. 자동차 절도에 관한 한, 속도가 뭣보다 중요하다. 일단 자동차가 도난당하고 며칠이 지나면 우리는 보통 차를 되찾기는 틀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미 자동차가 완전히 해체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어진 도시에서 로잭을 장착한 자동차가 1% 많아질 때마다, 전체 자동차 도난 건수는 20% 하락했다. 어떤 차에 로잭이 장착돼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자동차 도둑은 자동차를 훔칠 결심을 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로잭은 상대적으로 비싸서 가격이 대략 700달러로 불과 2% 미만의 신차에만 장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수의 자동차들은 로잭을 살 수 없을 정도로 인색한 운전자들을 위해 희귀하면서도 놀라운 긍정적 외부 효과를 초래했는데, 로잭 덕분에 그들의 자동차가 도난당할 확률도 낮아진 것이다. -스티븐 레빗, <슈퍼 괴짜경제학>, 247~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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