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전통과 독립성 지키려 김중수 전 총재와 갈등 빚다가 퇴임…
중도적 통화정책 펼 듯

김중수 전 총재와 맞서 중앙은행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려 했던 이주열 전 부총재가 한국은행 총재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를 복귀시킨 1등 공신은 그와 악연을 맺었던 김 전 총재다. 그와 맞서는 과정에서 이 총재의 가치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그의 평소 업무 스타일을 고려해 신중하고 중도적인 통화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홍대선 <한겨레> 경제부 기자

“시장에서 매파에 가까운 중도파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기자)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이기 때문에 기관의 의견을 대변하는 사람입니다. (나중에) 한번 보시죠.”(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청와대는 장고 끝에 한국은행 출신인 이주열(62) 신임 총재를 김중수 전 총재의 후임자로 선택했다. 지명 시점은 김 전 총재가 임기를 채 한달도 남겨놓지 않은 3월3일이었다. 그날 오후 붉은색 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서울 소공동 한은 별관 기자회견장에 나온 이 신임 총재는 쏟아지는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김 전 총재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4년 전 총재 내정 직후 “한은도 정부”라고 한 뒤 많은 말을 했던 것과는 뚜렷하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 총재는 35년 동안 한은에서 일한 정통 ‘한은맨’이다. 주로 조사국에서 많이 일했다. 같이 근무한 사람들은 그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일처리가 꼼꼼한 편이다. 큰소리를 내지도 않지만 화내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고 기억했다. 지인들도 “매우 신중하면서 조용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