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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 인구 감소, 재앙일까 축복일까
Cover Story ● 21세기의 인구경제학- ① 성장 한계에 직면한 지구
[48호] 2014년 04월 01일 (화) 라이너 클링홀츠 economyinsight@hani.co.kr
   
 

지금까지 인류의 발전은 대체로 인구 증가와 궤를 같이했다. 그러나 인구 성장이 종말을 맞는 건 불가피하다. 이는 경제성장 정체로 이어질 것이다. 반면 지구 생태환경에 주는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인류를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인도하는 데 필요한 두가지 가치는 미묘한 갈등 관계에 있다. 지구촌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하면 이 문제를 풀어내는 방정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_편집자

출산율 하락으로 2050년 이후 본격적인 감소세 돌입…
지속 가능한 해법 찾아야


지속 가능한 사회의 대전제는 탄탄한 인구 구성이다. 후속 세대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저출산’이라는 증기선에 몸을 실었다. 선진국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빈국이나 개발도상국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과 소득 수준 향상이 가져온 반작용이다. 경제활동인구 수혈에 비상이 걸린 지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까?


라이너 클링홀츠 Reiner Klingholz 베를린 인구개발연구소 소장

2297년 7월의 어느 따스한 아침.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피오르에 사는 토르핀 산갈라는 침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의 집은 짙은 빨간색 칠을 한 스웨덴식 목조주택이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창밖으로 펼쳐진 북대서양을 바라봤다. 그는 요오드화 공기정화기로 여과된 청정한 바닷바람을 폐 속 깊숙이 들이마셨다. 이 여과기는 공기 중에 있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없애준다. 그린란드 남동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피오르 곳곳엔 작은 도시들이 들어차 있다. 그린란드인들 대부분은 토르핀 산갈라처럼 전통가옥인 1.5층 집에 산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이 된 그린란드의 인구는 900만명에 이른다. 온화한 대서양 기후에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이 드넓게 펼쳐진 이 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국이자 최대 이민국이다. 세계 인구는 40억명에 조금 못 미친다. 인류는 과거 숱한 위기를 이겨냈고 드디어 평화를 찾았다.

2297년의 미래 시나리오는 인류가 장차 ‘성장의 한계’에 맞닥뜨릴 것이라는 지배적 견해와 전혀 다르다. 영국 인구통계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그의 책에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인류는 기아와 자원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세계 인구는 기록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천연자원 역시 세계경제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고갈되고 있다.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그러나 장기적 추이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세기 인류는 전무후무한 성장을 이뤄냈다. 21세기는 이런 고도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첫번째 시기다. 이는 인구 변화에서 비롯됐다. 여성들은 예전보다 훨씬 적은 수의 자녀를 출산한다. 인구 증가의 끝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050년이 되면 60살 이상 노령인구는 현재의 8억1천만명에서 20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출산율은 과거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고 소비 역시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자원고갈·식량위기·기후변화 같은 요인까지 감안하면 증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어느 순간엔 아예 멈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부작용도 사라질 것이다.

인구 유지 위해선 출산율 2.1명 넘어야

인구 증가는 오랫동안 경제성장의 엔진이었다. 인구 증가는 노동력·소비자·시장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인구증가율은 삶의 조건이 가장 좋은 부유한 선진국부터 낮아졌고, 이대로라면 현재의 인구마저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론적으로는 하나의 공동체가 이민자 없이 인구를 유지하려면 부부가 자녀 2명을 출산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부모가 될 때까지 생존할 수 없기에 실제로는 더 많은 자녀를 출산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인구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선 평균 출산율이 2.1명이면 충분하다. 반면 빈국은 2.2~2.6명이 필요하다.

현재 전세계 200여개국 중 90여개국의 여성 출산율이 2.1명을 밑돈다. 여기엔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브라질·일본 같은 인구대국도 포함된다. 육아와 직장생활의 병행이 가능한 사회복지 선진국(네덜란드·프랑스·스칸디나비아국가)도 평균 출산율이 2명을 넘지 못한다. 선진국의 평균 출산율은 1.6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출산율이 낮은 나라에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국가는 저출산을 막을 뾰족한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한국·독일·포르투갈·이탈리아·우크라이나·루마니아·세르비아·폴란드·헝가리는 여성 1인당 출산 자녀 수가 1.2~1.4명에 그친다. 이들이 자라나 부모 세대가 될 즈음엔 인구가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신생아 수는 유럽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1명, 조부모 세대보다 2명씩 줄었다.

개발도상국 여성들 역시 이전 세대보다 2~3명의 자녀를 덜 낳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30년 동안 여성 1인당 출산 자녀 수가 4.3명에서 1.9명으로 감소했고, 방글라데시는 6.6명에서 2.3명, 터키는 4.2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이란은 심지어 7명에서 1.8명으로 급감했다.

80살이 되는 토르핀 산갈라는 전형적인 그린란드인이다. 그의 5대 조부모인 슈리모티 달리트와 야산 카흐탄은 각각 방글라데시와 예멘 출신이다. 그들은 2071년 그린란드에 도착했다. 당시 그린란드 정부는 비어 있는 땅에 사람이 살도록 하기 위해 이민을 장려했다. 이를 통해 6천여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몇해 전 인도양 벵골만에 있는 방글라데시 해안가를 사이클론이 할퀴고 지나가면서 수백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예멘에선 먹는 물을 둘러싸고 종족 간의 내전이 지리하게 이어졌다. 달리트와 카흐탄은 키프로스를 출발해 그린란드로 가는 배에서 만났다. 얼마 뒤 둘은 이슬람교 관습에 따라 결혼했다. 이민자들은 그린란드의 원주민 언어인 ‘이누이트-크레올어’를 금방 익혔다. 이누이트-크레올어는 벵골어, 아랍어, 영어 그리고 북아프리카 하우사어와 스와힐리어의 영향을 두루 받았다. 전세계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그린란드어에는 다양한 언어의 요소가 고루 섞이게 됐다. 최근 방글라데시나 이란의 출산율이 저하된 이유는 과거 선진국의 경험과 다르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전통적으로 아이들이 노후를 대비한 ‘연금’ 같은 존재다. 우선 이 나라들에서도 아이들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빈곤층은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할 필요가 사라졌다. 농업공동체가 산업이나 지식 기반 사회로 전환되면 자녀는 생산 요소가 아닌 비용 요인이 된다. 국가가 공적 연금을 통해 노후 대책을 마련해주면 많은 자녀를 가질 동기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 사회·경제적 발전과 함께 소득이 증가하면서 ‘상품 소비 욕구’가 ‘자녀에 대한 욕구’를 밀어내게 된다.

   
▲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지하철역에 출근자들이 몰려 있다. 인구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선 평균 출산율이 2.1명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유럽은 물론 중국·브라질·일본 등 인구대국도 그 수치를 밑돈다. REUTERS

교육과 양성평등으로 개도국 출산율 하락

결과적으로 남성과 여성 간의 권력 차이도 사라진다. 여성이 교육 기회를 얻게 되면 새로운 소득 기회가 생겨난다. 이렇게 되면 여성이 많은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남성 생계부양자를 곁에 둘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인구통계학자들은 교육을 가장 효과적인 피임 수단으로 본다. 영국 런던정경대학의 인구학자 티머시 다이슨은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여성은 부엌에서 해방되고 남성과 동등한 삶을 향유할 수 있게 됐다”고 쓴 바 있다.

교육, 경제적 부, 개인의 자유가 증대되면서 사람들은 자녀를 더 이상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가족을 ‘계획’하게 된다. 이런 양상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하다. 교육 수준이 어느 선을 넘어서면 보통 자녀가 2명을 넘지 않도록 계획하게 된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인구는 더 이상 폭발하지 않고 점차 소멸의 길로 접어든다.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은행의 ‘복리이자’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복리 방식은 이자율은 동일하지만 이자율의 바탕이 되는 원금에 일정 기간 뒤 이자가 더해지기 때문에 예금 증가 속도가 빠르다. 이는 마치 연못에 피는 수련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다. 연못에 핀 수련의 수가 매일 2배로 늘어나더라도 사람들은 한동안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연못의 절반이 수련으로 가득 차게 되면 수련이 연못을 채우는 데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하급수적 인구 감소는 이와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인구가 줄어들다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 인구 감소 흐름을 막으려면 후세대는 자녀를 3명 또는 4명씩 출산해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이 정도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1960년대 말 전세계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5명이었다. 지금은 2.5명에 불과하다. 세계 인구증가율도 당시 2.1%에서 1.2%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곧바로 인구 증가의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한편에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고령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지금처럼 인구증가율이 하락한 건 1960년대 세계 인구보다 2배가 많은 72억명이었을 때(2014년 -편집자)부터다. 오랜 기간 최고 속도로 달려온 증기선이 멈추려면 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인구 감소 역시 수십년이 걸린다. 분명한 건 세계 인구의 성장세가 언젠가 멈춘다는 것이다.

미래 인구 전망에 대한 보고서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유엔 인구국이 산정한 것이다. 유엔은 통상 3가지 시나리오로 인구를 추정한다. 유엔은 가장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 전세계 인구를 96억명으로 전망했다. 2014년보다 24억명이 늘어난 것이다. 2050년 이후의 인구증가율을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21세기 후반기엔 세계 인구가 정점을 찍을 것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몇해 전 처음으로 2300년까지의 인구증가율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광범위하게 청취했다. 인구통계학자들은 인간 수명이 계속 증가하면서 2300년엔 전세계인의 평균수명이 96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전세계 출산율은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수준 이하까지 떨어져 여성 1인당 자녀 수가 2.05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래 인구증가율이 이런 추이를 보일 경우 22세기 초반 인구수는 90억명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현재 인구 3분의 1로 줄어들 수도

유엔은 이와 함께 인구가 급증하거나 급감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내놨다. ‘인구 급증’ 시나리오는 2100년 이후 전세계 여성 1인당 자녀 수를 아르헨티나의 현재 출산율인 2.35명으로, ‘인구 급감’ 시나리오는 덴마크의 현재 출산율인 1.85명으로 정해 추계한 것이다. 인구가 급증할 경우 2300년이 되면 세계 인구는 약 360억명으로 현재의 5배에 이르게 된다. 반면 인구가 급감할 경우 세계 인구는 2300년이면 23억명으로 줄게 된다. 현재 인구의 3분의 1가량이다. 이에 따르면 인류는 2550년엔 다시 그 절반으로 줄면서 1850년의 인구(11억7천만명) 수준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린란드로 간 최초 이주민으로부터 일곱 세대가 흐른 2297년이 되자 토착 원주민 후손의 비중은 그린란드 전체 인구의 2%까지 떨어졌다. 인구 구성 외에도 그린란드에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섬국가 그린란드는 말 그대로 ‘녹색의 땅’이 됐다. 21세기 말 이후 세계 평균기온은 4.6℃ 상승한 반면 그린란드는 9℃ 이상 올랐다. 이 때문에 20세기에 그린란드 빙하의 3분의 2인 200만km³가 유실됐다. 바다 수위가 4.5m 상승했지만 정작 그린란드 해안도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린란드는 육지가 점점 늘어나는 땅이었기 때문이다. 육지를 짓눌렀던 빙하가 녹으면서 그린란드 북대서양 쪽 지역이 점점 솟아올랐다. 지질학자들은 그린란드의 육지 상승이 앞으로 수백년에 걸쳐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지도를 뒤바꿔놓았다. 몰디브 같은 섬은 2297년보다 한참 전에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상하이·도쿄·뉴욕·런던 등 해안가에 있던 20세기 대도시의 일부 지역도 바닷속에 잠겼다. 2000년을 전후해 중국 경제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중국 동부 지역의 도시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그렇지만 2297년의 지구인들은 더 이상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지 않는다. 전세계 인구가 40억명에 불과한 것도 도움이 됐다. 21세기에는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자녀 수가 감소하면서 인구 증가가 멈췄다. 유엔은 2083년 10월9일 과거 나이지리아의 한 주였던 북부 국가 ‘카노’에서 출생한 신생아 유수프 아라바그를 지구시민 9,173,391,677호이자 전세계 인구 증가에 기여한 최후의 아이로 지정했다.

유엔의 인구 급증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매우 낮다. 지금의 자원은 물론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자원으로도 그런 규모의 인구를 먹여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인구 급증 과정에서 발생할 생태적 위기와 정치 불안도 인구 증가를 억제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사하라사막에 위치한 국가 차드, 말리, 니제르의 인구가 2100년이 되면 지금보다 각각 3배, 4배, 6배로 늘어나야 한다. 이런 예상치 역시 이 세 국가의 농업이나 경제적 잠재력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굶어죽거나 서로를 죽이고 도망치면서 인구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훨씬 현실적이다.

ⓒ Die Zeit 2014년 7호 Absage an den Untergang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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