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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통신요금
Editor’s Letter
[48호] 2014년 04월 01일 (화)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막대한 보조금 경쟁을 벌이던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정부 당국으로부터 최장 59일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예상된 일이었지만 유례없이 강도 높은 제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보조금 경쟁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미덥지가 않다. 지난 20여년 동안 똑같은 일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시장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과도한 보조금이 통신요금을 끌어올린다고 지적한다. 연간 7조원의 마케팅비를 쏟아부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선후 관계가 잘못됐다. 보조금 때문에 통신요금이 비싼 게 아니라 비싼 통신요금 때문에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벌어진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복잡할 것이 없다.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나중에 받는 통신요금에서 그만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이동통신 요금체계는 적게 쓸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짜여 있다. 정액제는 말할 것도 없다. 주어진 범위 내에서 최대한 써야 한다. 표준요금제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기본요금(1만1천원)이 너무 높다보니 적게 쓰면 배(통화량)보다 배꼽(기본요금)이 더 크다. 통화량이 적은 노인층이나 요금을 아끼려는 저소득층에 불리한 약탈적 요금제다. 실제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아무리 아껴써도 한달에 4만~5만원의 통신비가 나간다.

물론 알뜰폰이 있다. 기본요금이 싸고 정액제가 아닌 통화량에 비례한 요금제다보니 통신요금이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알뜰폰을 택하면 단말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비싼 돈을 주고 신형 휴대전화를 사거나 아니면 구형 휴대전화를 써야 한다. 고객은 결국 이통사들이 만들어놓은 덫, 비싼 기존 요금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러 해법이 있을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기본요금을 대폭 낮추거나 폐지하는 것이다. 먼저 기본요금을 부과할 뚜렷한 근거가 없다. 또한 ‘쓴 만큼 낸다’는 서비스 요금의 기본 취지에 반한다. 수도·전기 요금은 쓴 만큼 내는데 왜 통화료는 그렇게 하면 안 될까? 또 그런 요금제에 가입하려면 왜 꼭 알뜰폰으로 가야만 할까?

한 이통사 임원에게 캐물었더니 이렇게 털어놨다. “이익이 줄어드는 건 두번째 문제다. 기본요금을 없애고 통화량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하면 이통사들의 매출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다.”

이익이 나면 사람과 돈이 몰리기 마련이다. 단속으로는 보조금을 막을 수 없다. 그보다는 가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이통사만 살찌게 하는 요금체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보조금 경쟁도 사라진다. 요금에 일일이 개입하라는 게 아니다. 고객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와 선택권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통신요금’을 내서야 되겠는가.

정남기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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