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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나올 때마다 수십조원씩 부채 급증
국내 특집 ● 공공기관 부채 그 진실은?- ① 정부 사업 떠안은 공기업들
[47호] 2014년 03월 01일 (토) 노현웅 economyinsight@hani.co.kr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가 493조원을 넘었다. 정부가 방만 경영을 질타하면서 공공기관을 정상화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공공기관의 경영 실패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공약이나 잘못된 정부 정책의 결과물이다. 위에서 떨어진 대형 국책사업을 수행하느라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애초 그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당사자들은 이미 무대에서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_편집자

고속철도·보금자리 등 대형 국책사업이 경영 파탄의 주범…
행복주택 사업도 결국 공기업 부담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혁신하겠다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혁 저항 움직임에 대한 경고 메시지까지 던졌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막대한 부채는 대부분 대형 국책사업을 떠맡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 예산으로 수행해야 할 사업을 공기업에 일방적으로 떠넘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요 공기업들의 부채가 어떻게 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는지 그 원인을 따져봤다.


노현웅 <한겨레> 경제부 기자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이 나라 경제를 좀먹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부터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의 방만함을 질타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는다.

공공기관 부채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공공기관 부채가 재정건전성과 국가신용도를 위협할 지경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한국수출입은행을 제외한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2008년 290조원에서 2012년 493조4천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철도공사·한국전력·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 등 12곳의 부채는 412조원에 달해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은 207.5%에 이른다.

   
▲ 대형 국책사업을 공기업 부담으로 떠넘긴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으로 10조원 가까운 부채를 떠안았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한강 이포보의 모습. 뉴시스

보금자리, 국민임대 사업 부채만 29조원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공기관 부채가 해당 기관의 방만한 경영 때문일까? 그보다는 대통령 공약사업 등 국책사업을 떠맡는 과정에서 누적돼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공기관을 개혁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란 얘기다.

먼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보자. 토지주택공사는 138조1천억원(2012년 말 기준)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탓에 방만 경영의 상징이 됐다.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28%를 차지하는 만큼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토지주택공사가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채의 대부분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국민임대아파트와 보금자리주택 건설의 부담을 짊어졌다. 토지주택공사는 최근 5년(2008~2012년) 동안 55조3320억원의 금융부채를 졌는데, 그중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사업 비용이 14조9646억원에 이른다. 노무현 정부 때 강하게 밀어붙였던 국민임대주택 사업과 관련된 부채도 13조9387억원에 달한다. 두 사업으로 진 빚만 29조원이다. 지난 5년 동안 늘어난 부채의 절반을 넘는다. 또 세종시 건설 비용으로 2조7552억원의 빚을 졌다. 모두 정치적 판단에 따라 위에서 떨어진 국책사업들이다.

문제는 건설 공기업의 구조적 특성 탓에 앞으로 빚이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임대한 국민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금융비용만 매년 8천억원이다. 정부가 서민층에게 지원한 주거복지의 대부분이 실은 공공기관 빚으로 지탱되는 구조였다는 의미다.

특히 토지주택공사 자산 167조원 가운데 67.4조원을 차지하는 임대주택 부문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3%에 이른다. 임대주택을 늘릴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다. 임대주택 한가구당 부채 발생액도 8700만원(2012년 기준)에 달한다. 게다가 임대주택은 법 규정상 매각할 방법도 없다. 정부가 별도 대책을 마련해주기 전까지는 토지주택공사가 그대로 안고 갈 수밖에 없다.

현재 토지주택공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데다 토지 수요도 줄었다. 개발된 택지를 분양해 현금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동맥경화가 생긴 것이다. 지난 5년간 토지주택공사에 쌓인 금융부채 55조3320억원 가운데 자기 업무로 인한 부채는 신도시·택지개발사업 14조310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토지주택공사의 재고자산이 현금화되는 데 걸리는 기간은 2008년 3.89년에서 2012년 5.12년으로 늘어났다. 자금회수 능력이 악화되면서 금융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의 흐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실제 2006년까지 연평균 5조원 미만이던 미매각 토지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부터 크게 늘어 2012년 말에는 32조원대로 늘었다. 그만큼 부채가 쌓일 수밖에 없다.

코레일에 떠넘겨진 고속철도 건설 부채

이 시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행복주택 사업의 추진 방향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행복주택 20만가구를 짓기 위해서는 2017년까지 토지주택공사 자금 34조원 남짓을 투입해야 한다. 개혁을 부르짖는 박근혜 정부가 사실은 공기업 부채 증가를 부추기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행복주택 사업을 추진할 경우 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할지도 모른다.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경우는 애초부터 잘못 설정된 철도산업 구조의 폐해를 부채 형태로 짊어지고 있다. 2012년 말 기준 코레일의 총부채는 14조3209억원이다. 비교적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던 코레일 총부채는 최근 10년 사이 두차례 크게 치솟았다. 2009년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인천공항철도의 지분과 부채를 인수하면서 1조9584억원이 늘었고, 2011년 회계 기준을 바꾸면서 계열사 부채를 떠안아 3조1260억원이 늘어났다.

이 두차례를 제하면, 코레일의 부채는 해마다 꾸준히 3천억~9천억원씩 늘어왔다.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철도산업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먼저 원가보상률이다. 코레일이 공기업으로 전환한 2005년 이후 물가는 30.9%(연평균 3%) 올랐다. 같은 기간 여객열차 운임은 17.2%(연평균 2.1%), 광역철도 운임은 21.3%(연평균 2.5%), 물류수송 운임은 12.5%(연평균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2005~2012년 평균 원가보상률은 71.7%에 그친다. 누적 총괄원가 31조720억원에 누적 총수입 22조2834억원으로, 결손액 8조7886억원은 고스란히 부채로 누적될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공익서비스비용(PSO) 보상이다. 공공교통수단인 철도의 원가 보상을 위해 정부는 철도산업발전법에 따라 일부 적자 노선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들어 보상 비율을 줄여가고 있다. 2005~2012년 지급되지 않은 미보상액이 7064억원이나 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부채는 코레일보다 많은 17조3천억원에 이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던 고속철도공단과 철도청의 건설부문을 합쳐서 2004년 출범했다. 그런 까닭에 고속철도 건설부채 6조3천억원을 태생부터 떠안았다. 그 뒤로 매년 1조2천억원씩 부채가 늘었다. 특히 2007~2009년에는 부채가 5조9천억원이나 늘었고, 부채비율도 급격히 높아졌다. 경부고속철도 복선화와 호남고속철도 복선화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맡아야 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떠넘긴 셈이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매년 선로사용료 명목으로 일반철도 유지·보수비의 70%, 고속철도 영업수익의 31%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내고 있다. 2005~2012년 선로사용료 납부액은 4조976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레일의 영업손실 총액보다 많다. 그런데도 코레일이 납부하는 선로사용료는 한국철도시설공단 건설 부채의 이자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고속철도 건설 부채와 이에 따른 이자, 낮은 철도 운임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부채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수공, 4대강 사업으로 10조원 빚더미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무산 역시 코레일 경영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011년 130%를 기록한 뒤 2012년 214.7%로 크게 뛰었다. 여기에 용산 개발 무산으로 부채가 2조2천억원 늘고 자본이 4조7천억원 줄면서 2013년 말 코레일의 부채비율(추정치)은 442.2%로 치솟았다. 민간기업이라면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준이다. 그뿐 아니다. 코레일은 용산 개발 시행사 드림허브, 국세청과 대규모 소송을 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코레일이 드림허브와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면 매몰비용을 보전받고도 6천억원의 현금이 유입되지만, 반대로 패소한다면 최대 1조6천억원의 영업외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토지주택공사와 코레일의 부채가 국민 생활을 위한 것이었다면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는 오로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동원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수자원공사는 1997년 공기업으로 분리된 뒤 나름대로 알찬 경영을 해왔다. 1997년 1조7459억원이던 부채는 10여 년이 지난 2008년에도 1조9623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사이 자산 규모가 커져 부채비율은 62.4%에서 19.6%로 4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 이인상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이상무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등이 지난 1월23일 한국노총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비판하는 ‘38개 중점관리 공공기관 노동조합 공동선언대회’를 하고 있다.(왼쪽)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첫번째) 등 정부 각료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지난 2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4대강 사업 명목으로만 7조1천억원이 늘었다. 2009년 1175억원이던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부채는 2010년 3조1924억원, 2011년 6조3437억원, 2013년 7조1235억원으로 늘었다. 그뿐 아니다. 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비도 고스란히 수자원공사의 부채로 쌓였다. 2009년 5420억원이던 아라뱃길 관련 부채는 2012년 2조4492억원으로 늘었다. 2012년 말 현재 수자원공사 부채 13조7779억원 가운데 69.5%인 9조5727억원이 두 사업에서 비롯된 셈이다.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오히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정부 대신 빚을 짊어진 수자원공사에 하천변 개발사업권을 주고, 그 개발이익으로 4대강 사업의 부채를 정리하려 했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부산, 나주 노안지구, 부여 규암지구 등 3개 지역에서 친수구역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사업 대상 면적이 1188만5천m²에 달하고 사업비도 5조4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부산 강서구 명지·강동·대저동 일대에 산업·물류·주거 기능이 포함된 복합물류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산업단지·주거단지 등 수요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에코델타시티 사업의 재무적 타당성에 대해 더 객관적이고 면밀한 검증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토지주택공사도 에코델타시티 개발 사업을 추진하다가 사업을 철회한 바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해본 적 없는 수자원공사가 잘못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5조4천억원을 투자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친수구역 사업이 수자원공사의 대규모 손실로 귀결될 경우 이는 잘못된 정부 정책의 결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금융부채 63%는 정부 탓”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재정을 지원받은 정부차입금과 일반 금융부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이자가 발생하는 금융부채 260조1천억원이 문제의 핵심이다. 감사원이 2007~2011년 10대 공공기관의 금융부채 원인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정부 정책사업 수행 과정에 진 빚이 37.2%로 가장 많았다. 또 전기·가스·철도 등 공공요금 통제로 발생한 금융부채가 14.8%, 해외사업 비중이 11.1%였다. 자체 사업으로 인한 금융부채는 29%에 머물렀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 개발 등을 위해 강하게 밀어붙였던 해외사업까지를 정부 몫으로 돌린다면 공공기관 부채 가운데 63.15%가 정부 탓으로 발생했다는 말이 된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도로 공공기관에 나랏빚을 대신 떠넘겨왔다. 이제 와서 공공기관 내부에서 부채의 원인을 찾으라고 강권한다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정말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를 개혁하고 싶다면 그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부터 반성하고 논공행상이 되어버린 기관장 인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은 “공공기관 빚 가운데 상당액이 정부 대신 짊어진 것이거나 정부 정책 실패 탓이라는 사실은 공공기관과 정부 모두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럼에도 모든 정권이 공공기관 개혁을 표방하는 것은 만만한 공공기관을 마구 때려 자신들의 개혁성을 드러내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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