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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삼겹살값 인하? 외국인 배만 불렸다
Cover Story ●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2년- ① 수입 삼겹살로 본 FTA 효과
[47호] 2014년 03월 01일 (토) 이재명 economyinsight@hani.co.kr
   
 

관세가 없어지면 수입품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고 교역이 늘어난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취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유로운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한 얘기다. 농축산물은 대부분 수출업자들이 지배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수입 삼겹살이 대표적이다. 22.5~25%의 관세가 거의 사라졌지만 소비자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미국이나 칠레의 수출업체들이 단가를 올려 막대한 이윤을 챙겨갔다. 물론 품목에 따라 수입·유통 업자들이 관세 인하의 이익을 챙겨가는 경우도 있다. 포도, 오렌지 등 과일류다.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거의 없었다. FTA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본 쪽은 세계시장에서 물량과 가격을 쥐고 흔드는 거대 농축산물 수출업체들이었다. _편집자

관세 낮춰도 국내 소비자가격 그대로…
줄어든 세수는 가격 올린 수출업자들 주머니로


국가 간 무역거래에서 관세장벽을 허무는 시장개방은 경제적 실익을 따지는 일종의 게임이다. 그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춘 분야와 그렇지 않은 곳의 명암이 뚜렷이 갈리기 때문이다. 국익의 총량이 늘어야 명분을 갖는다는 얘기다. 농업 분야의 희생을 대가로 추진한 자유무역협정(FTA)의 반대급부는 ‘소비자 후생 증대’였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왜 그럴까? 한-미 FTA 발효 2년을 맞아 대표적 국민 먹거리인 삼겹살을 통해 그 이유를 파헤쳐봤다.


이재명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입니다.”

정부가 거센 반대 여론에도 FTA를 강행한 명분 가운데 하나는 바로 소비자 후생 증대였다. 관세가 인하되거나 폐지되면 그만큼 수입가격이 내려가 결국 소비자가 더 싼값에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2011년 10월 한-미 FTA 발효를 두달 앞두고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라는 홍보책자에 담겨 있다.

칠레산 삼겹살값 FTA 이후 77% 상승

“가족·친구들과 함께 놀러간 야유회에서, 우리 회사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우리 주위에 기쁜 일이 있을 때, 그리고 위로할 일이 있을 때에도 우리 국민들이 쉽게 찾는 음식은 바로 삼겹살에 소주 한잔입니다”로 시작하는 홍보책자는 “미국산 생삼겹살 관세 22.5%가 10년에 걸쳐 매년 2.2%씩 철폐되면 앞으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산 먹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로 끝맺는다.

칠레는 물론 미국·유럽연합(EU) 등과의 FTA가 발효되고 적게는 2년, 많게는 10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호언장담은 얼마나 실현됐을까?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정부의 약속과 달리 일반 국민은 FTA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를 거의 체감하지 못한다. 삼겹살을 비롯한 수입 소비재 품목의 소비자가격이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망과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현장에 있는 농축산물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FTA 체결에 따른 관세 인하 혜택의 대부분이 외국 수출업체들에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수출업자들이 때론 노골적으로, 때론 교묘한 상술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며 FTA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수출업자들은 어떤 식으로 삼겹살에서 떨어져나간 관세를 자신들 몫으로 가져갈까?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관세 인하에 맞춰 미리 수출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일부터 관세율이 2.5% 떨어지는 걸 알고 있는 외국인 수출업자가 미리 수출가격을 2.5% 안팎으로 올리는 식이다. 이 경우 국내 소비자가격은 변하지 않게 되고 당연히 국내 소비자는 관세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물론 수입업자들이 국내 시판 가격을 내리지 않고 인하된 관세를 챙겨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이다. 결국에는 독점적 지위에 있는 수출업자들이 가격을 올려 관세 인하분을 대부분 가져간다.

이는 FTA 발효 이후 삼겹살 수입단가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관세청이 발표하는 수입단가는 국외 수출업자가 국내 수입업자에게 판매하는 삼겹살 가격에 국내까지의 운반비용과 각종 보험료를 포함한 것이다. 여기엔 관세, 환율, 수입업체의 국내 유통 비용과 이윤은 반영되지 않는다.

   
▲ 미국의 한 대규모 돼지농장에서 먹이를 주고 있다. 이 농장은 단백질이 풍부한 살코기 위주의 돼지고기를 원하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돼지를 기르는 곳이다. REUTERS

가장 극명한 사례가 칠레산 삼겹살이다. 우리나라와 칠레의 FTA는 2004년 4월 발효됐다. 칠레산 냉동 삼겹살 수입단가는 FTA 발효 직전(2004년 1~3월) 1kg당 2.48달러였지만, 그 뒤 거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올라 지난해에는 4.39달러까지 치솟았다. 연평균 7%씩, 무려 77%가 오른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관세는 매년 2.2%씩 하락해 애초 25%에서 지난해 2.4%까지 낮아졌다. 칠레산 삼겹살은 인하된 관세율을 상쇄하고도 50%가 더 오른 셈이다.

칠레산 생삼겹살(냉장 삼겹살)도 마찬가지다. 수입이 시작된 2006년 1kg당 수입단가는 4.38달러였지만 매년 상승해 지난해에는 5.30달러까지 뛰었다. 그동안 중국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 시세가 다소 오르긴 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눈에 띄게 높은 인상률이다.

칠레 수출업체들이 노골적으로 수출가격을 올려왔다는 건 멕시코와 비교하면 더 뚜렷해진다. 멕시코는 칠레와 같은 남미권 국가이면서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 또 칠레와 멕시코는 돼지고기의 생산 방식, 품질, 물류비용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칠레산 생삼겹살의 수입단가는 멕시코산에 견줘 5~22% 높다. 멕시코산이 싸다 해도 높은 관세가 붙으면 국내 시판 가격은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한 돼지고기 수입업체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외국 수출업자들이 관세가 낮아지면 자신들이 관세 인하분의 90%를 먹을 테니 수입업자들은 10%만 먹으라며 막무가내로 수출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삼겹살은 이와 다를까? 미국과의 FTA 발효는 아직 2년밖에 지나지 않아 뚜렷한 추세를 파악하는 데 제약이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한동안 독점적으로 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칠레와 달리 미국은 한국 시장에서 EU 등 다른 FTA 체결국과 경쟁하는 상황이라 더 교묘한 방식을 쓴다는 점이다.

2012~2013년 가격 하락은 공급과잉 영향

한-미 FTA 발효 직전(2012년 1~2월) 미국산 생삼겹살의 수입단가는 1kg에 평균 5.58달러였다. 그러나 직후(2012년 3~12월)엔 5.30달러로 낮아졌고 지난해엔 5.27달러까지 떨어졌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삼겹살 가격은 더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미국산 삼겹살의 소비자가격이 FTA 이후 낮아졌다고 주장하는 근거도 바로 이 통계가 뒷받침된 것이다.

그러나 2012년과 2013년은 구제역 파동을 거친 직후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01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당시 국내 돼지 사육 두수의 30%가량이 매몰됐다. 정부는 국내 돼지고기 수급과 물가 안정을 위해 2011년 22.5%이던 생삼겹살 관세를 철폐해 무관세로 수입하도록 했다(할당관세). 그로부터 1년 뒤인 2012년엔 국내 양돈농가의 돼지 사육이 정상화되고 이미 비축한 수입 삼겹살까지 겹치면서 삼겹살이 공급과잉 상태에 놓이게 된다.

   
▲ 외국인 수출업자는 FTA 체결로 인하된 관세만큼 미리 수출가격을 올린다.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 한 대형마트에서 수입 냉장 삼겹살을 팔고 있다. 뉴시스

이 때문에 2013년 국내산 삼겹살의 소비자가격(1kg당 1만6090원)은 2011년(2만240원)에 견줘 20% 이상 폭락했다. 그럼 수입단가도 소비자가격만큼 하락했을까? FTA를 체결하지않은 캐나다산 삼겹살의 수입단가는 같은 기간 20%가량 폭락했지만 미국산은 10% 하락하는 데 그쳤다. 미국산 삼겹살의 수입단가가 FTA 이후 낮아진 주요 원인이 한국 시장의 공급 증가로 삼겹살 가격이 폭락한 탓이지 관세 인하 때문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더 중요한 점은, 미국산은 관세가 낮기 때문에 캐나다산만큼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수출업자들은 다른 곳에서도 이익을 챙겼다. 수입업자 안아무개(42)씨는 “돼지 한마리를 분해하면 여러 부위가 나온다. 생삼겹살은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수입할 수 없다. 미국 수출업자들은 당시 한국의 생삼겹살 수요가 줄어들자 유통기간이 길어 대량 판매가 가능한 냉동 삼겹살이나 목살, 등심 부위의 가격을 올렸다. 즉, 수출 물량이 적은 부위의 가격을 깎아주면서 생색을 내고 대신 수출 물량이 많은 부위의 가격을 올렸다”며 “외국 수출업체는 어떤 식으로든 인하된 관세만큼의 이익을 챙겨간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산 생삼겹살의 수입단가는 다소 낮아졌지만 냉동 삼겹살과 다른 부위의 수입단가는 올랐다.

“관세 인하 효과 길어야 6개월”

미국 수출업자들이 관세 인하에 재빠르게 대응해 이익을 챙겨가는 건 구제역 사태 때도 확인된다. 당시 정부는 할당관세를 적용해 국내 수입업자가 무관세로 들여온 삼겹살을 수입가격 그대로 다시 구매했다. 그러자 2011년 미국산 냉장 삼겹살의 국내 수입단가는 직전 연도의 4.68달러에서 5.88달러로 무려 25%가량 올랐다. 역대 최고가였다. 특별한 가격 인상 요인이 없었음에도 미국 수출업체는 일시적으로 철폐된 관세(22.5%)만큼 고스란히 수출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또 다른 수입업체 관계자는 “초기엔 수입업자들이 실제 수입가격보다 부풀려 정부에서 돈을 받아냈다. 수입업자들만 신이 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이 사실을 안 외국 수출업자들이 바로 수출가격을 올렸다. 정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서 외국인들 배만 불렸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당시 대한양돈협회는 “냉장 삼겹살에 대한 할당관세 정책이 결과적으로 수입가격만 올리고 물가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악수 중의 악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수입업체 쪽은 FTA도 구제역 때 할당관세를 적용했던 것과 똑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이를 구조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런 상황은 수출업자의 시장지배력이 큰 농축산물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런 분석은 전문연구기관의 조사 결과에서도 뒷받침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삼겹살 등 돼지고기는 관세인하율과 도입단가 간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관세가 인하되면 오히려 한국으로 수출하는 단가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FTA 업무를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국 관계자는 “수입단가에 영향을 주는 건 관세 외에 환율, 국제 시세, 수요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구제역 파동으로 할당관세를 적용해 FTA 체결 이후 미국산 삼겹살 가격의 수입단가를 유의미하게 비교할 수 없다”면서도 “FTA 발효 이후 삼겹살의 국내 소비자가격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종전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이다.

   
▲ 2006년 10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고위급 협상에서 한국 쪽 김종훈 수석대표(오른쪽)와 미국 무역대표부 웬디 커틀러 대표가 회의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REUTERS

관료들은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석 결과만 내놓고 있다. 예컨대 FTA가 발효됐지만 국내 양돈농가가 입은 피해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은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한 양돈농가의 노력도 있다. 그렇지만 더 큰 이유는 인하된 관세만큼 외국 수출업체들이 가격을 올려 최종 국내 소비자가격이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국익 유출이다. FTA로 정부가 포기한 관세, 즉 줄어든 세수를 외국 수출업자가 가져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수입업자 안씨는 “관세 인하 효과는 길어야 6개월 정도다. FTA로 삼겹살의 소비자가격이 내려간다는 건 공무원들만의 생각이다. 수출업자나 수입업자 모두 관세 인하에 따른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FTA 아니라 FTA 할아버지를 맺어도 국민이 먹는 삼겹살 가격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miso@hani.co.kr


국내 소비 삼겹살, 절반은 수입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고기 섭취량은 평균 44kg이고 그 가운데 절반가량이 돼지고기다. 가장 선호하는 부위는 삼겹살이다. 1인당 소비량이 한해 10kg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인의 유별난 삼겹살 사랑 때문에 수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삼겹살의 절반(48%)이 수입된 것이다. 또한 전체 돼지고기 수입의 52%를 삼겹살이 차지한다. 삼겹살은 주로 미국·유럽연합(EU)·칠레 등에서 수입되며, 2012년 수입량은 13만t이었다. 수입 삼겹살은 국내산보다 통상 40~50%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정부가 언급한 ‘생삼겹살’은 통관 분류상 ‘냉장 삼겹살’을 말한다. 얼리지 않고 들여오는 생삼겹살은 생산일로부터 45일까지 유통된다. 반면 냉동 삼겹살은 유통기한이 2년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수입 생삼겹살은 전체 돼지고기 수입액의 6.1%고 냉동 삼겹살은 36.2%에 이른다. 생삼겹살의 수입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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