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적 기업문화의 상징… 대주주 측근들 장기 독주로 2013년에야 개혁 착수

티센크루프의 전임 경영자들은 성역이었다. 비판과 토론이 허용되지 않는 군대식 기업문화에서 경영진의 오류와 실패는 드러날 수 없었다. 새 경영진이 가장 먼저 직원들과의 소통에 나선 건 이런 문화를 바꿔보기 위해서였다. 티센크루프는 철강사업에 치우진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비용을 절감해 재도약에 나설 태세다.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가 중국 내 엘리베이터 사업이다.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디트마어 하브라네크 Dietmar Hawranek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피겔> 기자

티센크루프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티센은 1956년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게를로스의 사냥터를 임대했다. 크루프재단의 회장이자 사냥 애호가인 베르톨트 베이츠는 이 마을의 명예주민이었다. 오랫동안 티센크루프의 대표이사를 지낸 에케하르트 슐츠는 이곳에 집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수년간 함께 사냥을 했다. 베이츠가 늙고 약해지자 슐츠가 그를 위해 많은 사슴을 쓰러뜨렸다고 한다.

사냥은 늘 두 사람의 대화 주제였다. 여성 직원이 우연히 갈색 옷을 입고 출근하면 슐츠는 “갈색은 사냥할 때나 입는 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같은 취미를 통해 베이츠와 슐츠는 가까워졌고 이는 티센크루프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왔다. 베이츠의 총애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티센크루프그룹의 경영감독위원회 위원장인 게르하르트 크로메였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베이츠는 평소 자신이 죽은 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크루프재단의 대표 자리를 크로메에게 물려주기로 약속했다. 크로메는 늙은 신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썼다. 이 때문에 슐츠를 3번 연속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그렇게 해서 슐츠는 2011년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