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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은 공공의 적?
Editor’s Letter
[47호] 2014년 03월 01일 (토)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말은 3개년 계획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보면 2017년 말까지 4개년 계획이다. 결국 현 대통령 임기 말까지 경제 분야의 국정 과제와 목표를 최종 확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9개 핵심 과제 가운데 첫번째가 ‘기초 튼튼’ 분야의 공공기관 개혁이란 점이다. 세부 계획으로는 △방만경영 근절 △부채 감축 △비리 척결 △생산성 제고 △강도 높은 재정개혁 등이 제시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평소 말대로 비정상의 정상화, 원칙의 구현을 강조한 모양새다.

문제는 지금 공공기관 개혁이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모든 일에는 선후와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 아무리 방향이 옳아도 수순이 잘못 되면 일을 망치기 때문이다. 지금도 숱한 민생 현안들이 널려 있다. 과연 공기업부터 때려잡는 것이 그렇게 급한지 의문이 든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납품 비리는 그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현재 공공기관이 당면한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50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해결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과제다.

그 막대한 부채는 왜 발생했을까? 임직원의 모럴해저드 때문일까? 사실 대부분의 공공기관 부채는 대통령 공약 사업이나 대형 국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142조원의 빚을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보자. 토지공사의 부채는 2003년까지만 해도 20조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몇번의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급격히 불어났다. 이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노무현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사업이 결정적이었다. 코레일 부채 14조3천억원과 철도시설공단의 부채 17조3천억원도 알고 보면 경부고속철도 건설 때부터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사업 부채 9조5천억원의 부채를 떠안은 수자원공사는 말할 것도 없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는 공공기관 부채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과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자산매각, 사업구조조정, 구분회계 확대 등 겉핥기식 대책뿐이다. 이런 식으로는 경제혁신을 할 수 없다. 9대 핵심 과제는 물론이고 공공기관 개혁 하나도 이뤄내기 힘들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박 대통령의 공약인 행복주택 추진을 위해 토지주택공사는 2017년까지 34조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것도 결국 공기업 부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를 운용하는 것은 원칙대로 한다고만 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적합한 정책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지 옳고 그름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경제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재단하고 공공기관부터 손보겠다는 발상은 너무 위험해 보인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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