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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생태계라야” 다산네트위크
Interview ●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46호] 2014년 02월 01일 (토) 조일준 economyinsight@hani.co.kr

최근 한국은행은 201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1%포인트 높은 3.8%로 제시했다. 그러나 체감경기는 전망치에 훨씬 못 미친다. 또한 기업 양극화, 소득 격차, 고용 불안 등 여러 구조적 요인이 경제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에게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그는 벤처 활성화를 가로막는 여러 장벽들에 대해 거침없는 ‘돌직구’를 던졌다.

   
▲ 다산네트위크 제공

조일준 부편집장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정책의 단계적 축소를 시작했고, 유럽 경기도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한다. 벤처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어떤가.

벤처기업은 언제나 배고프고 힘들다. 세계 경기의 영향을 받겠지만 그보다는 정부 정책이 결정적 영향을 준다. 정부가 지난해에 창업자금 지원 활성화를 위한 5·15 대책을 내놓은 것은 벤처업계의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반갑다. 최근 개정된 관련 시행령에 따라 펀드를 조성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큰 방향에서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킬 만한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 저조한 코스닥 시장만 정상화되면 벤처 생태계도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제2의 벤처 붐 인프라’라는 게 법적·제도적 장치를 말하는가.

그렇다. 해야 할 게 많다. 중요한 것 중하나가 이른바 ‘웰 다잉’ 프로그램이다. 벤처 생태계에선 실패가 다반사다.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성공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면서 법과 제도를 만든다. 기업 경영에 실패하면 범죄자 취급을 받고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는 걸 당연히 여긴다.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담금질돼야 스타 기업이 나온다. 실패를 관용하는 제도,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사회, 이런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최근 몇년 새 국내에선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업종 일부는 호황을 누렸으나 나머지 대부분의 업종은 여전히 불경기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에서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두 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1960~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할 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고, 그것이 벤처였다. 현대 정주영씨와 삼성 이병철씨를 벤처 1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당시에 정부가 엄청나게 밀어줘서 오늘날의 대기업이 됐다.

이제는 제2의 창조경제를 해야 한다. 어린 나무들에게도 물을 줘야지 재벌 2세, 3세가 영원히 기득권을 누리도록 하는 건 창조경제가 아니다. 어느 사회에나 기득권은 있지만 그게 과도하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부와 기득권이 편중돼 있다. 그 균형을 잡기 위해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키우는 창조경제를 하자는 거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낙오하는 한국

벤처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게 자금 문제다. 자금 지원 방식이 ‘융자’에서 ‘투자’로 가야 하지만 대부분의 개미투자가들은 리스크를 최대한 회피하고 눈앞의 수익을 좇는다. ‘에인절 투자자’(Angel Investor·창업 초기의 벤처기업에 자금 지원과 경영 지도를 해주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치 투자의 보람을 느끼고 재투자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가능한가.

가장 바람직한 것은 벤처업계에서 돈을 번 벤처기업가들이 에인절 투자자가 돼서 재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일부 사례가 나타나는데 매우 소중한 새싹이다. 그런 게 미국 실리콘밸리의 힘이다. 벤처 투자나 에인절 투자를 한몫 잡는 로또로 생각하면 오해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선의가 있는 투자자들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십시일반 참여해 큰 자본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에인절 투자의 핵심이자 덕목이다.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에는 그런 돈이 5천억원 가까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껏해야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10분의 1 정도다. 그걸 살려내야 한다. 2000년 당시의 거품이 아니라 건전한 벤처 생태계를 갈망한다.

대기업과 재벌들이 유보금 명목으로 많은 현금을 쌓아둘 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자금을 벤처업계에 끌어들일 수는 없나.

기업 유보금은 생존 위험에 대한 대비다. 유보금이 쌓여 있다는 것은 빚(대출)도 그만큼 있다는 거다. 비싼 대출이자를 내가면서 왜 현금을 쌓아두고 있겠나. 기업들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거다. 유보금이 어느 정도라야 적정하느냐는 건 심리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역대 정부가 하나같이 대기업의 과도한 유동성 축적을 문제 삼고 투자를 촉구하지 않았나.

정부, 기업 그리고 가계가 3대 경제주체다. 그런데 이게 불균형이 심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자라고 본다. 기업도 부자다. 가계만 가난하다. 가계부채가 1천조원이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 정책은 3대 경제주체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라야 한다.

지금 왜 서민들이 힘들고 경제 전체가 잘 안 돌아갈까? 한마디로 부자들은 돈을 안 쓰고 돈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돈이 없다. 사회적·경제적 약자가 당하고 있는 거다. 정부가 돈 많은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서 가계 쪽으로 흘러가게 풀어야 한다. 또 정부가 빚을 더 내서라도 가계 쪽으로 퍼줘야 한다. 가계는 1천조원이 넘는 빚에 허덕이는데 정부만 재정 건전성을 운운하면 뭐하나? 가계가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하지, 가계가 정부 먹여살리려고 사는 건 아니잖나? (웃음)

해외시장 판로 개척과 브랜드 인지도 강화도 벤처업계의 과제다.

개별 기업의 자체 브랜드 구축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이 절실하다. 공동 브랜드를 확대해 대외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 최근 다산네트웍스가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수출입은행의 글로벌 강소기업 중점 지원 육성책 -편집자)으로 선정돼서 저금리 자금도 쓸 수 있고 수출에도 도움이 됐다. ‘이렇게 좋은 자금이 있었나?’ 했는데 알고 보니 대기업들은 모두가 저리 융자금을 쓰고 있더라, 중소 벤처기업들은 신용대출이 아닌 담보대출을 받아도 대기업보다 훨씬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한다. ‘시장의 원리’라는 게 정책 당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힘의 논리’로 작동한다.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중소기업청 등 벤처기업과 정부기관, 금융권 인사들이 지난 1월8일 서울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2014년 벤처업계 신년인사회를 열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제공

대개의 기업은 정부 규제 때문에 기업활동을 못하겠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데.

필요한 규제가 있고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 그걸 잘 구별하고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제119조)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기본적으로 존중하지만 부의 편중 같은 부작용을 막고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조항도 명시돼 있다.

외부 환경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기본 동력은 자생능력이다. 벤처업계는 어떤가.

이미 시장을 지배하는 기득권 기업들이 있는 상황에서 작은 신생업체들이 단지 새로운 아이디어, 신기술과 신제품으로 맞승부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재벌 2세가 매출 1천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시작하는 것과 벤처 2세가 매출 제로에서 시작하는 게 게임이 되겠나?

대기업 횡포 ‘시장 논리’ 아닌 ‘힘의 논리’

안 되지만 그 정도의 기득권은 인정한다 치자. 그런데 벤처 2세가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시장점유율을 좀 높이면 시장을 독과점한 재벌 2세가 정당한 경쟁 대신 덤핑을 친다. 그러면 벤처는 자금이 없으니까 망한다. 그건 ‘시장의 원리’가 아니라 반칙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이 경쟁력을 갖고 게임이 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노동집약이 아닌 기술집약 산업인 벤처업계가 일자리 창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젊은이들은 구직난에 아우성이다. 그런데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에는 인력이 몰린다. 그것도 양극화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잘못된 게, 공부 한가지만 잘하면 모든 걸 가질 수 있다. 그래선 안 된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 다르지 않나. 그런데 너무 쏠림 현상이 심하다. 사회구조적 문제다. 똑똑한 인재들이 한쪽에만 너무 몰려 있어도 (인력) 낭비 아닌가. 좀 고루 있어야지.

벤처기업은 독자적인 기술이 핵심이다. 특허권이나 지적재산권 보호는 문제가 없는가.

우리나라가 특허나 지적재산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대기업에 특허를 빼앗겨도 소송해서 보상받거나 이길 수 없다. 법으로 보호한다지만 잘 안 된다. 한 예로,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천지인’ 문자 입력 방식은 개인 발명가가 개발한 것이지 삼성의 특허권이 아니다. 그런데 삼성이 오랫동안 그걸 독점해 쓰니까 개발자가 소송을 걸었다. 삼성 쪽은 비싼 변호사를 사서 계속 새로운 이슈를 들고나오고, 그때마다 심의하느라 소송이 하 세월이었다.

결국 개발자가 특허권을 (2010년) 국가에 헌납해버렸다. 그래서 삼성 독점이 풀리고 모두가 쓸 수 있게 됐다. 아직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이 특허나 지적재산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게 대기업의 이익이 걸려 있지 않는 부분에서나 통할 뿐 대기업의 생사가 걸린 영역에선 쉽지 않다. 하루빨리 정비되고 강화돼야 한다.

벤처기업의 경영자이자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걸 보고 겪었을 것이다. 답답한 게 많을 텐데 본인이 직접 법과 제도를 입안하거나 고치는 쪽으로 나설 생각은 없나.

나는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인 청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여러 가지 정책적 조언을 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하지만 공직이나 정치는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미도 없고. 힘들어도 여기 기업 현장에서 ‘변방의 선수’로 열심히 뛸 생각이다. (웃음)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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