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눈앞의 대어를 놓친 뒤 속앓이를 하고 있다. 동방전략의 하나로 추진했던 우크라이나와의 경제협력협정 체결이 막판에 무산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그 배후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었다. 푸틴은 동유럽 국가들을 영향권에 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갑자기 송유관을 폐쇄하고 주요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힘의 외교다. 세계적으로도 푸틴은 시리아 화학무기 폐지안 중재 등에서 정치적·외교적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_편집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시리아 화학무기 폐지안을 중재 했고, 미국 정보 당국의 도·감청 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의 망명을 허용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성과는 우크라 이나의 '유럽연합(EU)행'을 막은 것이다. 푸틴이 EU에 대응하기 위해 구상 중인 옛 소련 경제통합체에서 우크라이나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EU는 러시아가 훼방을 놨다며 분개하 고 있다.

크리스티안 네프 Christian Neef
마티아스 셰프 Matthias Schepp <슈피겔> 기자

지난해 11월4일 두 남자가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걷 고 있었다. 한 사람은 외투를 걸쳤고 다른 한 사람은 대주교 복 장을 하고 있다. 둘은 성 바실리 대성당 앞에 서 있는 러시아의 민족해방 투사 미닌과 포샤르스키의 기념비로 다가갔다. 미닌과 포샤르스키는 1611년 폴란드의 점령에 대항한 투쟁의 지도자였 다. 이들이 400여년 전 모스크바 도심을 해방시킨 11월4일은 러 시아의 국경일이자 러시아 국민이 뭉치면 그 어떤 외적도 물리칠 수 있다는 믿음의 상징이다.

러시아 정교회의 총대주교 키릴과 제국의 세속적인 지배자 블 라디미르 푸틴은 붉은 카네이션을 기념비에 바쳤다. 러시아 정 교회의 수장은 크렘린궁의 대통령에게 ‘위대한 러시아를 보전’한 공로로 감사장을 수여했다. 푸틴으로선 예상치 못한 기쁜 선물 이었다. 키릴 총대주교는 “우리는 당신이 과거 러시아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존중하고 다른 모든 국가를 존중 하는 국가로 만들기 위해 그 누구보다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을 알 고 있다”며 푸틴을 칭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