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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줄지 않아, 형태가 바뀔 뿐
집중 기획 ● 소비자의 변신은 무죄
[46호] 2014년 02월 01일 (토) 클레르 알레 외 economyinsight@hani.co.kr
   
 

소비가 진화하고 있다. 생산과 마케팅 방식도 바뀌고 있다. 20세기 전반기의 자본주의가 대량생산 시대였다면 제2차 대전이 끝난 후반기엔 대중소비사회가 꽃을 피웠다. 소비가 미덕이고 소비자는 왕이었다. 21세기의 소비는 이전 시대와는 뚜렷이 구별된다. 일상 소비생활에선 ‘최소비용-최대효용’의 심리가 뚜렷하다. 또한 첨단 정보기술(IT)에는 과감히 지갑을 열고, 정보검색과 협력소비로 권익을 극대화한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네트워크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_편집자

시장 양극화, 유통경로 다각화, 개인맞춤형 소비, 첨단기기로 자기표현 추세

유럽의 경제위기가 소비사회를 완전히 망가뜨린 건 아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혹독한 구조조정은 소비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는 현대사회의 급격한 정보기술(IT) 환경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는 더 효율적이고 똑똑하며 소비자 권리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을 보인다.


클레르 알레 Clair Alet
상드라 모아티 Sandra Moatti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50살 이하 주부층은 어디로 간 것일까? 가정의 장바구니를 담당하는 이 소비자 계층은 오랫동안 마케팅의 주요 타깃이 돼왔다. 특히 ‘영광의 30년’이라 불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경제호황기 동안 주부 소비자들은 대중소비사회를 구현하는 화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구매력 증가와 중산층 확대를 바탕으로 규격화된 상품 소비가 확대되면서 대중소비사회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이런 대중소비 모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모델은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가령 요즘 소비자는 이전보다 지갑은 얇아지고 성향은 까다로워졌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50년간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1인당 소비 규모가 3배가량 커졌다. 반대로 소비증가율은 꾸준히 감소했다. 2012년에는 -0.4%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60년 동안 소비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3년(-0.2%) 이후 이때가 두번째였다. 소비증가율 감소는 구매력(소득증가율과 물가인상률의 차이를 바탕으로 계산)이 후퇴한 결과였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에 따르면, 2012년 프랑스의 구매력은 약 0.9% 하락했다.

프랑스 생활조건연구조사센터(CREDOC)에서 소비 부문을 담당하는 파스칼 에벨은 “오늘날 소비자의 태도가 급변하는 현상을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초기 몇년 동안만 해도 소비자는 어떻게든 인터넷 할인이나 바겐세일 등을 통해서라도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요즘은 문자 그대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아예 지갑을 닫고 구매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경제위기는 소비사회에 조종을 울리는 것일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여전히 소비는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매년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절반 이상이 가계소비 지출에 흘러들어가고 있다. 2012년 프랑스의 가계소비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56%를 차지했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이 비중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위기에도 줄지 않는 소비

소비는 중요한 조세 수입원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1954년 프랑스에서 처음 신설된 뒤 세계 전역으로 ‘수출’된 부가가치세가 오늘날 단연 최고의 세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2012년 부가세 수입은 1420억유로를 차지한 반면, 일반사회보장분담금(CSG)은 900억유로, 소득세는 600억유로였다). 말하자면 요즘 같은 긴축재정 시기에는 부가가치세가 국고를 채우는 효과적인 수단이 돼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듯, 2008년 이후 유럽에서는 부가가치세의 평균 세율이 2%포인트 정도 인상됐다.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다른 유럽 국가들의 행보에 동참하지 않던 프랑스마저 결국 새해 첫날인 2014년 1월1일 부가가치세 인상 행렬에 가세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개인의 소비 욕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만 소비 양태가 바뀌고 있다. 모든 소비 항목이 경제위기로 인해 똑같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닌 셈이다. 물론 신차 시장(2012년 판매량 13.6% 감소)의 경우 위기로 인해 심한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지만 중고차 시장은 꾸준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정보기술(IT) 상품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여전히 소비가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의 수단임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 2014년 새해 첫 할인 행사 중인 프랑스 파리의 백화점에서 한 여성이 쇼핑을 하고 있다. REUTERS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태블릿PC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최신 제품을 시연해보고 있다. REUTERS

요즘은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이상 자동차는 아니다. 자동차는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교통수단임이 분명하지만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자동차를 자아의 연장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없다. 반면 첨단기술 제품은 글로벌 네트워크 세계에 속한 사람임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파스칼 에벨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소비 기능을 넘어 사회적 기능, 더 나아가 생물학적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첨단기기가 소비자에게 흡사 지능을 갖춘 제2의 신체기관이 돼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그칠 줄 모르는 소비욕과 위기로 인해 얄팍해진 지갑을 어떻게 하면 잘 조화시킬 수 있을까? 상품의 양극화는 이런 갈등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먼저 저가 상품은 기능성 면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해준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서비스만 보장되면 기타 부가서비스나 브랜드 따위는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반면 고가 상품은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며, 특권층이 아닌 계층에까지 널리 소비되고 있다. 요컨대 소비자는 노동에 의한 사회 편입을 통해 충족하기 힘든 개인의 인정 욕구를 명품 브랜드를 통해 대신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획일적 대중소비 시대의 종말

소비자는 불황기에 소비를 지속하기 위한 방편으로 ‘스마트하게 구매’하는 법도 터득하고 있다. 이를테면 상품 가격을 서로 비교하거나, 중고 상품을 구매하거나, 이른바 ‘협력소비’(카셰어링 등의 공유경제 -편집자)를 통해 개인 간 서비스를 교환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태도는 위기를 자양분 삼아 널리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종종 인터넷이 편리한 도구가 돼주고 있다.

인터넷 활용은 또 다른 종류의 강한 소비자 욕구도 충족해주고 있다. 바로 개인별 가치관이나 취향에 따라 자신만의 필요성에 가장 적합한 맞춤 대우를 받고 싶다는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이미 15년 전부터 대형 유통업체들의 성장 정체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소매상업 부문에서 전체 매출 대비 대형마트의 비중이 1999년 20%에서 2011년 18%로 줄어든 것이다.

소비자 욕구의 변화는 제품라인이 점차 세분화되거나 유통경로가 다각화되는 현상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요즘은 우중충한 대형 점포 안에서 카트를 밀고 다니며 대량으로 묶인 제품 진열대에서 방금 전 내 이웃이 집어든 것과 똑같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한물간 쇼핑법이 돼버렸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맞춤형’ 상품을 갈망한다.

이런 측면에서 “IT 신기술은 혁신적인 고객 파악 수단이 되고 있다”고 프랑스 소비 관련 연구 자문기관 사회·소비관측소(ObSoCo)를 운영하는 경제학자 필리프 모아티가 설명했다. 사실상 IT 신기술은 상품이 아닌 고객과 고객의 욕구를 출발점으로 삼는 ‘정밀한 상거래’의 놀라운 장을 열어젖히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이라 했던가? 예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누리며 소비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신소비자층이 오늘날 훨씬 더 세심한 배려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혜택을 받는 만큼 신소비자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밀한 개인정보를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더 많은 감시에 시달리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4년 1월호(제331호)
Les metamorphoses du consommateur
번역 허보미 위원


 생필품 지출 줄고 고정지출 늘어난 프랑스

프랑스의 소비지출 구조가 반세기 만에 크게 변했다. 먼저 식료품과 의류비 비중이 줄어든 반면 주택·교통·의료·통신·레크리에이션 비중은 증가했다. 이같은 소비 추이의 이면에는 또 다른 현상이 감춰져 있다. 바로 1960년 전체 소비지출의 30%에 불과하던 서비스 관련 지출이 2000년대 중반 이후 50%를 넘어선 것이다.

또한 생필품 지출 비중은 감소한 반면 고정지출 비중은 증가했다. 고정지출이 늘어난 것은, 주택 비용이 상승한데다 가정마다 여러 통신장비(휴대전화·인터넷)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고정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 평균 12.8%에서 1980년 22%로 증가한 데 이어 2012년 28%로 치솟았다.

하지만 고정지출 증가가 모든 사회계층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활조건연구조사센터(CREDOC)에 따르면, 빈곤층은 가계지출 대비 고정지출 비중이 1979~2005년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고소득층은 기껏해야 7% 증가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경제위기의 여파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계층도 저소득층이었다. CREDOC에 따르면, 식량 불안정 상태에 있는 가계, 즉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는 2009년 이후 2.5%가 늘어 전체 가계의 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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