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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마음 돌보는 게 성공한 리더십
직장 내 스트레스 ‘문제는 상사’
[45호] 2014년 01월 01일 (수) 주자네 아만 등 economyinsight@hani.co.kr
   
▲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재산도 늘어나지만 현대인들은 점점 더 힘들어하고 있다.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직장인들이 햇빛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다. REUTERS

상사의 부정적 태도, 존중 부족이 스트레스 원인…
모범 보이면서 긍정 에너지 끌어내야


직장 내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성과 압박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는 직장 상사의 잘못된 리더십에서 발생한다. 직원들의 십중팔구는 상사에 대해 좌절·실망·분노·슬픔·혐오·모욕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주자네 아만 Susanne Amann
마르쿠스 데트머 Markus Dettmer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자미하 샤피 Samiha Shafy
얀코 티츠 Janko Tietz <슈피겔> 기자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소도시 네레스하임엔 1095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베네딕토 수도원이 있다. 예전엔 이곳에서 수도자들이 종교적 명상을 했지만 지금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영자와 직장인을 위한 장소로 이용된다. ‘묵상과 조우’이건 ‘스트레스와 인적자원 관리 세미나’이건 여기에 스트레스가 비집고 들어올 틈은 전혀 없다.

수도원 아래로 펼쳐지는 계곡은 목가적 풍경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곤 산책 중 남의 집 담벼락에 개가 오줌을 싸는 정도다. “경고를 무시하면 적절한 조취를 취하겠음”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정원 울타리에 걸려 있다.

네레스하임은 스트레스 예방과 관련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도시 외곽엔 ‘콘셉트앤드서비스’(Concept & Service)라는 콜센터가 있다. 이 회사는 소음 공해, 판매 실적 압박, 불안정한 고용 조건, 장시간 업무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다룬다. 그러나 정작 콘셉트앤드서비스에서는 이런 스트레스를 찾아볼 수 없다. 이곳 사장인 크리스티안 아이히호른은 “직원들이 정해진 2분의 통화 시간을 넘기고 세번 연속 2분30초 이상 통화하면 붉은색 경고등이 반짝인다”고 말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고객의 감소, 즉 수익 감소를 초래한다.

아이히호른의 회사엔 콜센터 같은 업종의 일반적 고용 형태인 파트타임 노동자가 없다. 직원들은 모두 전일제로 일한다. 그리고 성과급이 아닌 고정급을 받는다. 아이히호른은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을 최대 4명으로 제한하고, 직원들 사이에 500유로를 들여 방음벽을 설치했다. 2시간에 한번씩 휴식 시간도 주어진다. 회사 건물 1층에는 35명의 직원을 위한 작은 피트니스센터가 있다. 하루 종일 헤드셋을 쓰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직원들이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아이히호른은 “이들은 중개인이 아닌 우리 회사 직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경영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는 자신의 경영철학에 어긋난다면서 “우리 회사가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더 인간적으로 운영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다른 직장 상사와 달리 그는 업무나 성과 스트레스를 주는 대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조기 퇴직 원인의 41%는 정신질환

그러나 현실에선 대체로 직장 상사가 직원에게 업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같은 문제에 대해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이 바뀌는 상사, 이유 없이 질책하는 상사, 업무 목적이 뭔지 알려주지 않는 상사, 불가능한 시간 안에 업무를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상사를 만나봤을 것이다. 절대로 ‘부탁한다’거나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상사도 많다. 심지어 주말에 전자우편을 보내 당장 일을 처리하라고 명령하는 상사도 있다.

직장인들은 이런 상사의 행태에 많은 압박감을 느낀다. 상사는 직원이 예민해서 그렇다며 사소한 일로 치부할 테지만 정작 부하 직원들은 불안이나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체중 변화, 의욕 상실, 내적 공허, 이유 없는 분노 등에 시달린다. 알다시피 이런 증상은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으로 분류된다.

얼마 전 한 독일 보험사가 이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인 60%가량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끼고, 이 가운데 5명 중 1명은 업무에서 지속적인 압박감을 느낀다는 내용이었다. 독일 보험사들은 업무 관련 정신질환 치료비로 매년 30억유로를 지급한다. 2011년 한해 독일 직장인들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사용한 병가 일수는 모두 5300만일이었다. 15년 만에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독일 경제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매년 최소 450억유로의 손실을 입는다. 정신질환은 조기 퇴직 원인의 41%를 차지한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조기퇴직자의 평균 연령은 겨우 48살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 나라를 병들게 하는 걸까? 노동사회학자 슈테판 포스빙켈은 2년에 걸쳐 노동자들의 감정 상태를 분석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것이었다. 인간을 점점 더 한계 상황으로 내모는 건 시간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업무 자체가 아니다. 되레 디지털화된 세계의 숨가쁜 시간 분할과 직장 상사의 행동 방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포스빙켈은 존중·공감·격려·소통이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요아힘 갈루스카는 심신상관질병(정신과 신체가 서로 관계돼 있어 겉보기엔 신체적 질병이지만 그 기저엔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는 것 -편집자)에 특화된 병원의 원장이다. 병원 문을 연 1990년엔 병동이 1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개까지 늘어났다. 병원 직원도 700여명에 이른다.

3년 전 그는 다른 21명의 의사와 함께 ‘심리사회’(Psycho Social)라는 연구 모임을 발족했다.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해마다 인구의 약 30%에서 정신질환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절반은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본인도 모른 채 ‘영혼의 경색’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갈루스카는 그 원인이 직업 세계의 냉정한 인간관계에 있다고 봤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병원 직원들이 이같은 상황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의료 종사자들의 번아웃증후군 발생 비율은 최대 30%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갈루스카는 매주 화요일 병원 직원들과 미팅을 한다. 그리고 한가지 주제를 두고 병원 청소부부터 주임 의사까지 모든 직원이 속내를 털어놓고 발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미팅 시간엔 직원들이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번 8천유로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나 긍정적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위계구조의 폐해를 극복했고 직원들은 서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됐다.

   
▲ 프랑스 파리의 한 회사에서 직장인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고 있다(왼쪽).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건 업무 자체보다 숨가쁜 시간 분할과 직장 상사의 행동 방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일본 도쿄의 한 회사원이 에스컬레이터를 오르고 있다(오른쪽). REUTERS

성과 좋은 기업 긍정적 에너지 넘친다

미래사회 연구자인 호르스트 오파쇼브스키는 현대사회가 인류에게 도움이 되려면 직장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그는 야생의 세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아프리카 초원의 가젤들은 생존을 위해 달려야만 한다. 느린 가젤은 사자에게 잡아먹힌다. 사자들도 스스로 달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느린 사자는 배를 곯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파쇼브스키는 “가젤이건 사자건 해가 뜨면 달려야 한다. 사람들은 결단코 가젤이나 사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런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부도 늘어나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철도회사 도이체반은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회사의 건강관리 책임자 크리스티안 그라퍼르트는 “헌법은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반 직원 20여만명의 70%는 교대 근무자다. 그라퍼르트는 “직장 내 스트레스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는 문제를 더 이상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이 앓고 있는 정신병의 원인이 개인적인 것인지 직장 시스템에서 기인한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다.

도이체반은 2012년부터 모든 직원이 자신의 고충을 상담할 수 있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가족에게도 개방돼 있다. 센터에 있는 심리학자와 사회복지사들은 중독이나 가정 문제, 상사와의 갈등에 대해 조언해주고 관련 전문가를 연결해준다. 볼프강 판터는 이런 시스템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는 인물이다. ‘독일 기업 및 공장 소속 의사협회’ 회장인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리더십’이다. 그는 관리자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고경영자는 자신이 어떤 역할 모델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보스를 퇴근 뒤나 주말에도 만날 수 있다고 여기면 이는 다른 어떤 공식적 지침보다 회사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배려경영’(Mindful Leadership)이다. 이는 특히 빠른 속도로 일을 해야 하는 불안정한 변화의 시기일수록 직원들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스위스 장크트갈렌대학 경영학 교수인 하이케 브루흐는 55개국 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성공 원인을 분석했다. 주지하다시피 좋은 리더십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브루흐 교수는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일수록 직원들의 번아웃 위험도 줄어든다.” 부르흐 교수에 따르면, 성공한 조직은 ‘긍정적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이 긍정적 에너지가 기업의 업무 성과, 효율성 그리고 고객과 직원의 만족도를 높인다. 긍정적 에너지가 부족하면 직원들은 게을러지고 불평·불만이 많아지며 결국 집단적인 피로 상태, 즉 ‘조직적 번아웃’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브루흐 교수는 이를 두 유형으로 분류한다. 하나는 상사가 목표를 정한 뒤 부하 직원의 업무 성과를 조절하고 체계적인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상을 주거나 처벌을 하는 것이다. “다만 그 방식이 독재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보다는 또 다른 유형의 리더십이 진짜 성공의 열쇠다. 바로 상사가 모범이 되는 방식이다. 상사는 직원들에게 정신적 자극을 주기 위한 영감을 불어넣는다. 또 개개인의 잠재력을 파악해 그들이 가진 특수한 재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브루흐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이 큰 조직의 일원이라는 걸 느끼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 칭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좋은 상사는 직원들에게 기업의 전략을 전달하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두뇌 다루는 방식 알아야

좋은 리더십으로 경영되는 회사에서는 보통의 다른 회사보다 직원 결속력이 14.8%, 기업 호감도는 15.9% 높았고, 감정적 피로는 50% 낮았다. 브루흐 교수가 말하는 좋은 리더십과 나쁜 리더십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망치로 돌을 깨고 있는 남자에게 지금 뭐하냐고 물으면 그는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는 돌덩이 50개를 다듬고 있고 보수로 30유로를 받는다.” 그러나 만약 좋은 상사가 있다면 그 남자의 대답은 “나는 성당을 짓고 있다”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나쁜 상사들로 가득 차 있다. “십중팔구 직원들은 상사에 대해 좌절·실망·분노·슬픔·혐오·모욕 같은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는 한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한 주에서 소속 경찰관 1천명에게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물었더니, 그들은 잘못된 조직체계, 상사의 부정적 태도, 존중 부족, 소통 부족을 가장 빈번하게 꼽았다. 경찰 직업 자체라고 답한 비율은 가장 낮았다. 빌레펠트대학 건강학과 교수 베른하르트 바두라는 “현대사회는 두뇌가 가장 중요한 노동 도구다. 따라서 두뇌를 다루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리더에게 중요한 건 더 이상 좋은 엔지니어나 행정법학자가 아니라 직원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하게 오랫동안 근무할 직원이 필요하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독일은 이 분야에서 여전히 후진국이다. 유럽 통계청 자료를 보면, 독일인 남성은 평균 55.8살까지 건강을 유지하지만 스웨덴 남성은 69.2살이었다. 독일인은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국내총생산의 11.3%를 의료비용으로 지출하지만 평균 수명은 세계 18위에 그친다.

인류사에서 기술 혁신과 사회 변혁은 반복해서 이뤄졌다. 기차가 마차를 대신하게 됐을 때 학자들은 인간이 시속 25km를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가 발명됐을 때 의학자들은 사람은 초당 24개 이상의 화면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가 사람을 병들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동시대 사람들은 새로운 혁신에 금방 익숙해졌다. 이를 설명하는 마법의 단어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연구자들이 말하는 회복탄력성이란 인간이 경험을 통해 배우고 극한 상황에서도 정신적 손상 없이 버텨낼 수 있도록 하는 내면의 힘을 의미한다.

ⓒ Der Spiegel 2013년 제45호 Problem: Chef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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