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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저성장 시대의 동력 마련해야
2014 한국경제 이것을 주목하라- ⑤ 저성장 고착화 막을 대책은?
[45호] 2014년 01월 01일 (수) 신민영 economyinsight@hani.co.kr
   
▲ REUTERS

계경제는 완만한 회복, 내수 체감경기는 불투명… 경제 활력 되찾을 근본 대책 시급

2014년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원화 강세 등으로 국내 경제의 회복세는 강하지 않을 듯하다. 체감경기도 크게 호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인데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사정이 금방 좋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기에 들어서고 있다.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한 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외환위기 때만도 못해요!” 지난 수년간 수없이 들어온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들의 푸념이다. 마침 몇년 만에 경기가 회복된다는 전망이다. 새해에 희망을 걸어보게 되는 이유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 답답하고 거북한 것도 사실이다. 경기가 좋아지고 정말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건지 조심스럽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중·장기적 순항에 필요한 준비 태세라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스럽다.

먼저 경기 흐름을 살펴보자. 길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짧게는 2011년 상반기 이후 하강기를 걸어온 우리 경제는 2013년 상반기 건설 투자 반등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상승 추세로 반전됐다. 하반기에도 선진국의 호전에 따라 수출이 완만하게 살아나면서 경기회복이 이어졌다. 수출과 소비가 이끄는 완만한 경기회복은 201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회복의 전제는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정도 나아지는 세계경제의 상승세다. 선진국의 소비 수요가 회복되면서 내구재와 정보기술(IT) 부품을 중심으로 우리의 주력 제품 수출이 2013년보다 개선될 전망이다. 또한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되고 실질적인 국민소득 확대 추세가 이어지면서 몇년간 이어져온 소비 침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13년 2만4천달러(추정치 -편집자)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4년 2만5500달러 전후를 기록할 듯하다. 산술적으로 3~4년 뒤면 1인당 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수년간의 경기 부진 끝에 회복되는 첫해치고는 약하다. 외환위기나 카드 사태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첫해에는 경기회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세계경기 회복세가 완만하고 국제 교역이 부진하다. 또한 이전의 경기침체기와 달리 원화가 강세를 띠어 원화 약세에 기댄 빠른 경기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회복과 관련해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가장 주목할 요인은 미국의 출구전략과 원화절상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Tapering)에 돌입했기 때문에 신흥국으로부터 자금 유출이 재개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지적된다. 그러나 2013년 한차례의 경험이 예방주사가 돼서 양적완화 축소의 충격은 미미할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 국내 항공산업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엔지니어들이 경남 사천공장에서 자체 개발한 경공격기 FA-50을 조립하고 있다(왼쪽).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3년 12월13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새해 기업 투자가 살아날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오른쪽). 뉴시스

원화 강세로 빠른 경기회복 어려워

그러나 가뜩이나 신흥국의 경기 흐름이 좋지 않아 취약국을 중심으로 위기가 금융 부문을 넘어 실물로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 경우 앞서 본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원화 강세도 문제다.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원화 절상이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힘입은 엔화 약세가 더해지면서 우리의 수출 경쟁력과 기업 수익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화 절상은 1년가량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견실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질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경기회복이 완만히 이어지다 슬그머니 경기가 다시 하강한다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 정도로 회복력이 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거나 더 완화된 통화정책 기조로 바꾸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 2013년 하반기 들어 1% 아래에 머무른 물가상승률은 경기 흐름상 앞으로 다소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간 물가상승률이 목표 범위 하한을 밑돌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약해 자산가격 거품 형성 같은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대외 금리차가 유지되는 가운데 원화 절상이 예상되는 점도 완화적 통화정책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이다. 한편 재정 확대는 당분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하향 리스크를 잘 극복해 2013년의 3% 수준에서 2014년 3%대 후반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호전된다 해도 문제점은 남는다. 살림살이가 나아진다고 해도 그것을 피부로 느끼기 쉽지 않다는 거다. 가장 큰 이유는 성장세 자체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수년간의 저성장 끝에 나타난 3%대 성장은 경제가 좋아진다는 느낌을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경제주체가 피부로 느끼는 것은 전년 대비 변화율보다 경제지표의 수준 자체인 경우가 많다. 경기가 좋았던 수년 전의 매출을 기억하지 지난해 최악의 매출에 비해 나아졌다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도 장을 보는 가정주부의 처지에서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기호전에 부문별로 온도 차이가 나리라는 점도 체감경기 개선을 어렵게 한다. 올해 소비가 다소 나아진다지만 내수보다 수출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수출 부문에서도 소수 대기업의 비중이 높다보니 취업자의 절대다수가 종사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상황은 경기회복이 좀더 이어질 때나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호전은 부동산과 건설 경기가 좋을 때 잘 느껴진다. 특히 부동산 경기의 호조는 가전이나 인테리어, 이삿짐센터 등 관련 수요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올해 주택 가격은 하락세가 멈추는 정도에 그치고 건설 투자는 제자리걸음일 가능성이 높다.

한발 더 물러나 새해를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함에 따라 자영업의 상황과 고용이 나아진다고 치자.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구 고령화와 경제 활력 저하, 캐치업(Catch up·따라잡기) 경제의 종말과 너트크래커(Nutcracker·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호두까기의 호두처럼 위태로운 상황을 일컫는 말) 신세 등과 같은 장기적·구조적인 측면에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 2013년 12월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소기업 DMC 타워에서 열린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구직 등록카드를 작성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고령화와 취업난이 심화되는 저성장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체감경기 호전 미지수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로 저성장고착화 문제의 해결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 과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만 보더라도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상반기엔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논의가 주로 이뤄지다가 몇몇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뒤 하반기에는 기초연금과 세제 개편 등이 주된 이슈가 됐다.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보다 분배 상황이 좋거나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도 아니어서 의미 있는 논란으로 볼 측면도 있다.

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위한 정책 과제를 수립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국가 경영이라 할 수 있다. 이때 문제의식과 실천 방안이 잘 조율돼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저성장을 탈출해 전체 파이의 크기를 키우기 위한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중·장기 성장 비전과 전략이 최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비교적 여건도 좋다. 2014년은 출범 2년차로서 새로운 정부의 초기이고 지난 5~6년간 세계경제를 괴롭혀온 선진국의 부동산 침체나 유로존 국가의 부채 위기 같은 이른바 ‘테일 리스크’(Tail Risk)도 여느 해보다 적다. 미국의 출구전략 개시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지만 그 정도 위험과 불확실성이 없던 해는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장기 성장전략 가운데 빠질 수 없는 것이 서비스산업의 촉진 방안이다.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내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은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방안임과 동시에 우리 경제의 질적 전환과 저성장세 탈피를 위한 핵심 과제다. 의료·관광·교육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성장력 확충이 상당히 탄력받을 수 있다.

아울러 그간 충족되지 못한 서비스 소비를 통해 국민의 행복도가 높아지고 소비 증가에 따라 원자재 수입이 늘어 지나치게 커진 경상수지 흑자를 완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 분야의 투자가 늘어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혁신 지원 체제를 갖추는 등 공급 측면에서 중·장기적인 해법 모색이 요구된다. 복잡하게 얽힌 민감한 이해관계 조정은 어려운 일이지만 어렵다고 피할 일은 아니다. 이해 당사자들 간의 대화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역경을 헤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성과를 이뤄내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나라나 마찬가지다. 현재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동시에 IT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는 IT 제조업에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도 IT화하고 있으며 IT는 의료 등 서비스업과도 상당한 시너지를 가진다. 새 물결이 밀려올 때는 기존 경쟁 우위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진입장벽이 낮아 동참과 도전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초입에서 좌초할 수 있지만 동시에 세계를 앞서나가는 기회이기도 하다.

현재의 경제 흐름과 정책 기조에 단절적인 변화가 없다면 1990~2000년대 일본과 같은 0%대 성장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다. 성장이 정체하면 사회가 희망과 역동성을 잃어간다. 도전보다 현실도피적 삶이 늘어나고 결국 우리의 자녀가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저활력과 저출산 등 근본적인 문제를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해결해나가며 ‘다시 젊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2014년은 그 출발점이 되는 첫해가 되기 기대한다.

myshin@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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