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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하라
2014 한국경제 이것을 주목하라- ④ 성장 한계 보이는 IT산업
[45호] 2014년 01월 01일 (수)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 2013년 9월 독일 베를린의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한 기자가 스마트워치를 손에 찬 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REUTERS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 조만간 포화…
하드웨어 중심 ‘따라잡기’ 전략 벗어나 대안 찾기 시급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이머징마켓 등 저가 보급형 시장은 남아 있지만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뿐 아니다. 최근 정보기술(IT) 산업의 기술혁신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앞으로 기술혁신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산업을 주도하리라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없는 국내 IT 업체들의 고민은 깊어간다.


정남기 편집장

국내외적으로 스마트폰 확장세가 둔화되면서 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저가 보급형 중심의 이머징마켓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중국 기업들과 힘겨운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한다. 2014년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7.6%로 전세계 국가 중 가장 높았다. 2013년 말에는 79.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12년 분기당 200만~300만명씩 늘던 가입자 수도 2013년 2분기 123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국외 시장은 아직 여유가 있다. 2013년 말 현재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은 14.8%에 불과하다. 나라별로는 노르웨이 55%, 오스트레일리아 50.2%, 스웨덴 46.9%, 영국 46.6%, 일본 39.9%, 미국 39.8%, 중국 19.3% 등이다. 하지만 SA는 2013년 말 노르웨이 63.6%, 오스트레일리아 60.9% 등 선진국들의 보급률이 50~60%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 추세라면 2014년 말에는 선진국의 스마트폰 보급률도 대부분 6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시장이 1~2년 안에 포화상태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뒤에도 시장은 계속 커질 수 있다. 신흥국과 이머징마켓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고가 프리미엄 전략이 먹히지 않는 곳이다. 구매력을 감안할 때 저가 보급형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성능보다는 가격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술혁신의 일반적 과정을 보더라도 1차로 성능 혁명이 일어나고 2차로 가격 혁명이 일어나 새로운 제품이 대중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2007년 애플이 혁신적인 아이폰을 출시해 성능 혁신을 이뤄냈다면 지금은 가격 혁명이 임박한 단계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휘어지는 스마트폰으로 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파격적인 기술혁신을 이뤄내기는 힘든 상태다. IT 전문가들은 대체로 2014년은 선진국 이외의 지역을 중심으로 보급형 스마트폰이 확산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 경우 국내 스마트폰들이 중국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성능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샤오미·비보 등의 중국 기업들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내놨으며, 화면 해상도와 메모리 용량 등에서 국내 제품을 앞서기도 한다. 가격은 훨씬 싸다. 기술에선 큰 차이가 없고 가격은 상당한 차이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의 서기만 연구위원은 “이머징마켓에서 기술적 차이가 거의 없는 중국 제품과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은 쉽지 않다. 별도의 저가 브랜드를 도입해 시장을 개척해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스마트폰뿐 아니다. 이는 IT 산업 전반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PC) 출시 이후 급격하게 이뤄진 IT 산업의 기술혁신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 서 나오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술혁신 주기가 30~40년이기 때문에 PC의 등장을 기점으로 하면 지금이 그 주기의 마지막에 와 있는 셈이다.

물론 국내 IT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제품들의 경쟁력은 앞으로도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트렌드가 바뀌어도 바로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타깃을 정해 따라가는 일종의 ‘무빙타깃’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웨어러블컴퓨터’(몸에 부착하고 다니는 스마트 기기)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의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주목받은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도 스마트폰 이후의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 기술 개발에만 매달려서는 IT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의 장석인 성장동력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IT 산업에서) 하드웨어 부분은 거의 다 왔다. 이제 남은 것은 하드웨어에 담기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다”라고 말했다. 하드웨어 중심 IT 혁명의 전반부가 마무리되고 이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중심으로 2차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기업들은 언제든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노키아·소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이 주류에서 밀려난 것은 기술이 뒤떨어져서가 아니라 트렌드를 놓쳤기 때문이다. 국내 IT 기업들에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 강화라는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콘텐츠는 제조업체들이 손대기 어려운 분야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문화와 창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한국과 비슷한 문화권인데도 국내 기업들이 콘텐츠 분야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다. IT 전문가들은 그나마 가능한 것이 소프트웨어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카카오톡, 라인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인적 투자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기반이 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서기만 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는 개인의 창의성과 기술적 혁신이 모두 작용하는 분야여서 우리가 개척할 여지가 있다”며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소프트웨어에 투자하지 않으면 10년 뒤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은 2014년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면서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는 국내 IT 기업들이 장기 전략과 투자에서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jnamki@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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