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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진하는 수입차, 무너지는 독주체제
2014 한국경제 이것을 주목하라- ③ 국내차 시장의 지각변동
[45호] 2014년 01월 01일 (수) 이정애 economyinsight@hani.co.kr
   
▲ 값싼 수입차들이 쏟아지고 있다. 2013년 4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폴크스바겐 모델들이 신차 ‘폴로 1.6 TDI R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 차는 실용성을 강조한 2천만원대의 경차다. 뉴시스

관세 철폐, 환율 하락, 쿼터제한 해제 등으로 수입차 폭발적 성장 예상…
점유율 20% 가능성도


현대·기아자동차가 독주하던 국내 자동차 시장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새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입차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기 때문이다. 2000cc 미만 유럽산 휘발유 자동차에 대한 수입쿼터 제한도 없어진다. 수입차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정애 <한겨레> 경제부 기자

2013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큰 이슈 중 하나는 수입차 시장의 무서운 성장이었다. 디젤 등 고연비와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수입차 업체들은 연 20%의 판매 증가율을 보이며, 연간 최다 판매 기록(2012년 13만858대)을 갈아치웠다. 25개 브랜드, 459개 모델을 앞세워 11월 말까지 14만4092대의 차량을 국내 시장에서 팔았다. 판매량만 보면, 국내 완성차 업체 3위인 한국GM(13만3187대)을 넘어섰다.

2003년 1.9%(1만9481대)에 불과했던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년 사이 12~13%까지 올라왔다. 2000cc 미만 차량 판매가 54%나 증가하면서 부유층 등 특별한 사람이나 살 수 있는 차로 여겨지던 수입차는 이제 ‘나’도 생각해볼 수 있는 옵션이 됐다. 2014년의 관심사는 ‘대중화’의 물꼬를 튼 수입차가 성장의 본궤도에 올라 현대·기아차의 ‘독주 체제’나 다름없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격변을 일으킬 수 있는지다. 새해를 기점으로 국내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수입차에 유리한 환경이 두루 갖춰졌다고도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 차량 중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의 비중(659만대, 34.1%)이 증가했다. 교체 수요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또한 2014년부터 2000cc 초과 차량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인하(7→6%)되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1.6%)도 완전히 철폐(7월)된다. 엔저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가격 할인 폭을 넓힐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2013년 말 수입차 업체들이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내놨는데, 새해 국산차와의 가격 진검승부를 위한 ‘전초전’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수입차 업체들은 연말 할인 행사에서 무이자·저금리 혜택 등 금융 지원 방식 대신 직접 현금 할인을 해주는 방식을 내놨다. 국산차와의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경우도 있다. 크라이슬러의 대형 고급 세단 ‘300C’가 그 예다. 현금 구매시 700만원을 깎아주는 3.6 가솔린(원래 가격 5600만원) 모델의 경우, 배기량이 비슷한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3.8 익스클루시브, 5510만원)보다 600만원 넘게 가격이 낮아졌다. 한국토요타의 준중형 세단 캠리(2500cc)는 100만원이 할인된 3270만원에 판매됐다. 현대차의 쏘나타 터보(2000cc, 3190만원)보다 80만원 정도 비싸지만 배기량 차이를 감안하면 캠리가 오히려 더 저렴하다고 볼 수도 있다. 캠리는 한때 3070만원까지 가격을 낮춘 적도 있지만 공급 물량이 달려 프로모션 수준을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폐지나 엔저 효과가 당장 수입차의 가격 파괴로 이어지진 않을 거라고 얘기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박은석 차장은 “한-EU FTA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가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반영돼왔기 때문에 새해 유럽산 자동차의 관세 완전 폐지에 따른 체감 가격 인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 효과도 바로 가격 인하로 이어지진 않을 듯하다. 한국토요타의 김성환 차장은 “기준가격 자체를 내리기보다 다양한 가격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더 주목하는 것은 새해에 ‘유럽 가솔린 자동차 쿼터제’가 해제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입차 업체는 유럽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 기준인 유로5를 적용한 2000cc 미만 자동차를 연간 1천대까지만 수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EU FTA에 따라 우리나라도 유럽 배기가스 기준을 받아들이면서 내년부터는 유럽 가솔린 자동차를 제한 없이 들여와도 되기 때문이다. 연비 좋은 디젤 세단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장악한 유럽 수입차 업체가 소형 휘발유차 시장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특히 독일 양산차의 대표 주자로, 1200cc와 1400cc 등 다양한 소형 가솔린 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발 빠르게 다양한 가솔린 차량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올해 2000cc 미만 차량의 증가와 2천만원대까지 낮아진 다양한 고연비 디젤차로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면 내년부터는 모델 ‘다양화’가 가속되면서 남들과 ‘다른’ 걸 원하는 젊은 층 고객들의 선택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모델 다양화 등을 통해 내년에도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 15~20%의 점유율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아울러 애프터서비스(AS)센터 확충과 중고차 매입 프로그램 도입 등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서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국산차 업체들은 우려스러운 눈길로 이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새해 수입차 판매량이 올해보다 14.6%가량 증가한 18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의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이긴 하지만 10%대의 점유율로는 국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선진 자동차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30%선)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본(8%)에 비해 수입차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산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긴장해야 할 단계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번 수입차를 산 운전자는 차량을 교체할 때 다시 수입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산차 업체들이 수입차와의 비교 시승 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대표적인 볼륨 모델들에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디젤 엔진을 얹은 신차를 선보이고 있는 건 이탈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다. 떠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한 국산차의 몸부림은 새해 더욱 거세질 것 같다.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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