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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집값, 치솟는 전셋값, 불어나는 빚
2014 한국경제 이것을 주목하라- ② 기로에 선 부동산
[45호] 2014년 01월 01일 (수)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세종시 아파트의 전세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세종시 첫마을에서는 이미 전세금이 분양가를 넘어섰다. 2013년 12월 초 세종시에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뉴시스

저금리·고령화·장기침체로 전환기 맞은 부동산 시장…
매매 활성화 정책으로 안정될지 의문


부동산 시장이 기로에 섰다. 집값은 하락하고 전셋값은 폭등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가 사라지면서 주거비가 싼 전세로 수요가 몰린 탓이다. 국회는 매매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말 취득세 인하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시장이 매매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상황에서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혼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남기 편집장

새해 국내 경제의 또 다른 복병은 부동산 시장이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사이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부동산이 다시 국내 경제를 흔들고 있다. 또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늘어나면서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구조적 전환기에 걸맞은 정부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경제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계속될 경우 국내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여러 측면에서 기로에 서 있다. 중요한 사실을 몇가지 짚어보자. 2000년대 급등한 집값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가 1천조원에 육박했다. 집 때문에 가계가 빚에 짓눌리고 있는 것이다. 2013년 6월 말 개인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137%에 달했다. 2003년엔 107%였으나 지난 10여년 동안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 비율도 높아졌다. 중요한 점은,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에도 이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125%에서 2012년 136%, 2013년 137%로 증가 추세가 여전하다.

반면 집값은 떨어지고 있다. 2011년 서울부터 시작돼 2012년부터 본격화된 집값 하락세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013년 10~11월 집값이 약간 오르기는 했지만 정부 8·28 대책 발표 이후 일시적인 현상이어서 추세를 되돌렸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서울 지역의 주요 아파트 가격은 고점에 비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떨어진 상태다. 빚을 얻어 집을 산 사람의 처지에서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전셋값은 폭등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는 2011년 크게 오른 뒤 주춤했다가 다시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2012년 11월 현재 60.6%에 달했다. 아파트만 보면 66.4%다. 과거 기준으로 보면 매매 수요로 전환될 시점을 넘어섰는데도 계속 전셋값만 오르고 있다.

월세도 급속히 늘어나는 중이다. 집주인들이 예금 금리의 두배 수준인 연 6~11%의 월세 수입을 겨냥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점유 형태로 본 주거 비율은 자가 51%, 전세 21%, 월세 19% 수준이다. 전세금이 높은 곳에선 전세와 월세의 중간 형태인 보증부 월세가 급속히 확산되는 실정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거품이 빠지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것과 동시에 전셋값이 급등하고 반전세나 월세가 확산되는 혼란스러운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야기된 가장 큰 원인은 장기 경기침체로 저금리가 지속되고 집값 상승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집값이 하락해도 몇년 뒤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꾸준한 매수세가 유지됐고 전세 수요가 그렇게 폭증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상태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매맷값과 전셋값이 차이 나는 이유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전셋값과 매맷값이 비슷한 게 정상이다”고 말했다.

저금리에 따른 보상 욕구도 강하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2.6~2.8%로 떨어지면서 전세보증금을 받아도 이자소득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전셋값을 올려 줄어든 금융소득을 보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가, 전세, 월세의 주거비 차이도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2010년 KDI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 가구의 연평균 주거비는 180만원이다. 그러나 월세 가구는 이 금액이 312만원에 이른다. 자가 주거비도 세금 부담 때문에 전세보다 훨씬 높은 271만원에 이른다. 게다가 전·월세 전환율(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은 2012년 9월 전국 평균 9.84%(서울 아파트 기준 6.42%)로 전세자금 대출금리에 비해 훨씬 높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주거비가 싼 전세로 수요가 몰리는 게 당연하다.

따라서 최근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구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정책과 방식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집값 상승과 매매 활성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2년 말 국회를 통과한 취득세 영구 인하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 대책으로 약간의 매매 활성화가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기식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한 기고에서 “매매 수요를 늘리거나 전세보증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월세를 현행 금리 수준으로 안정시켜 전세 수요를 자연스럽게 월세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과 정반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구조적인 변혁기를 맞고 있는데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새해 부동산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개인과 가계의 입장에서는 떨어지는 집값, 치솟는 전셋값, 늘어나는 가계부채라는 3중고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반면 정부는 매매 활성화만 외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새해 국내 경제의 향배를 좌우할 최대 변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 가계의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가계 소비지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소득이지만 주거비 또한 그에 못지않게 큰 영향을 준다”며 “특히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게 되면 당장 현금 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에 소비심리 악화에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으로 인한 역자산 효과와 전셋값 상승 및 월세 전환으로 가해지는 가계에 대한 압박이 예상외로 크다는 얘기다. 실제 통계청의 2013년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소비지출 가운데 주거·수도·광열비의 지출이 6.5%나 증가했다. 그만큼 주거비가 가파르게 올랐다는 뜻이다.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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