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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불안에 지갑 닫은 베이비붐 세대
2014 한국경제 이것을 주목하라- ① 민간소비 살아날까?
[45호] 2014년 01월 01일 (수)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얼어붙은 민간소비, 폭등하는 전셋값, 수입차의 대공세, 위기의 IT산업

2014년 희망찬 새해가 찾아왔다. 어느 때보다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러나 정작 국내 경제의 앞길은 먹구름투성이다. 여전히 안갯속에 싸여 있는 한국 경제의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다.

첫째는 경제 회생의 핵심인 민간소비의 회복 여부다. 미래를 불안하게 보는 50~60대가 지갑을 꽉 닫은 채 돈을 안 쓰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늘어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둘째는 기로에 선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 시장은 집값 하락과 전셋값 폭등이 계속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셋째는 수입 자동차의 약진으로 현대·기아자동차의 국내 시장 독주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관세 철폐, 환율 하락, 쿼터 제한 해제 등으로 값싼 수입차들이 밀려들면서 국내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넷째는 위기의 정보기술(IT) 산업이다. 선진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들어가면서 새해부터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저가 보급형 위주로 바뀌어갈 전망이다. 국내 IT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기다. _편집자


2012년 내수 위축과 함께 경기 냉각… 수출과 설비투자보다 민간소비 활성화가 관건

새해 경제 전망들을 보면 수출 증가와 설비투자 회복에 대한 기대가 많이 반영돼 있다. 그러나 국내 경기의 회복은 가계소비가 살아나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중반 가계의 실질 소비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경기 악화의 결정타였다. 따라서 내수 활성화, 그 가운데서도 민간소비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50~60대는 아예 지갑을 닫았다.

   
▲ 백화점 업계가 겨울 정기세일에 들어간 2013년 11월 말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50~60대의 지출이 현저히 감소했다. 뉴시스

정남기 편집장

국내외 금융기관과 연구소들의 2014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대체로 3.6~3.8% 수준이다. 2013년 추정치가 2.8%인 만큼 그리 낮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 바닥을 헤매던 국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분히 기대 섞인 전망이 반영돼 있다. 대외 경제 여건이 좋아지면서 수출이 증가하고 2013년 부진했던 설비투자가 회복돼 경제가 활성화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그리 분명하지 않다. 세계경제가 2013년보다 나아질 것이란 다소 막연한 전제들이 깔려 있다.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미국 경제의 호조 정도다. 나머지 대외 여건은 불확실하기 그지없다.

2012년과 2013년의 설비투자가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새해에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낙관하기는 어렵다. 산업연구원((KIET)의 강두용 동향분석실장은 “2013년 초 많은 연구기관들이 설비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내년 설비투자 증가에 대한 예측들도 다소 희망 섞인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종이 불황이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웅진과 동양은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STX도 회생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동부, 현대, 한진 등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이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설사 설비투자가 늘어난다 해도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 투자 금액의 절반 이상을 기계설비 수입에 쓰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한 새해에도 국내 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소비가 살아나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내수가 살아야 국가 경제 전체에 활력이 붙는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소득은 잘 늘지 않고 부채만 불어나니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사람이 체감하는 경기는 소비 아니겠느냐. 수출도 크지만 종사자 수로 보면 내수가 훨씬 크다. 소비 회복 여부가 새해 국내 경제의 가장 중요한 초점이다”고 말했다.

소비 위축은 최근의 경제지표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구당 실질 소비지출은 2012년 3분기부터 2013년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상태다. 2012년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0.7%를 시작으로 -0.3%, -2.4%, -0.4%, -0.1%로 최근 약간 회복되는 추세지만 향후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소비 위축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 10여년 동안 소득이 늘지 않은 데 있다.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0년 69%에서 2012년 62%까지 줄었다. 반면 기업소득 비중은 17%에서 23%로 커졌다. 가계소득이 늘고는 있지만 경제성장률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의 경기 악화는 이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경기가 급속히 냉각된 것은 2012년 중반부터다. 이 시기는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이 뚝 떨어지고 실질 소비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개인과 기업의 소비심리가 먼저 얼어붙고, 그다음에 소비지출이 줄어드는 순서로 경기가 나빠졌다.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가처분소득×100) 추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2012년 1분기까지 77%를 유지하던 평균소비성향은 2분기 74.1%로 크게 하락했다. 이어 3분기에는 실질 소비지출이 마이너스(-0.7%)로 돌아섰다. 평균소비성향이란 가처분소득 가운데 소비지출에 쓴 돈의 비율을 말한다. 이 수치가 70%면 세금·공과금을 내고 남은 돈 100원 가운데 70원만 쓰고 나머지를 저축한다는 뜻이다. 이 수치의 하락은 소비심리가 위축돼 지갑에 있는 돈마저도 안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득 효과’에 더해 ‘자산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본다. 실물 자산인 집값이 떨어지고 부채인 은행 빚이 늘어나면서 소비심리가 냉각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 증폭, 고령화 추세로 인한 50~60대의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소비성향(가구주 기준)을 보면 39살 이하 가구가 76.1%에서 74.5%로 1.6%포인트 하락한 데 반해 40대는 79.7%에서 77.8%로 1.9%포인트, 50대는 75.3%에서 69.5%로 5.8%포인트, 60대 이상은 81.1%에서 71.7%로 9.4%포인트 하락했다.

50대 베이비붐 세대부터 소비 성향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진 것은 집 하나밖에 없는데 집값은 하락하고 빚은 늘어나고 있어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40대와 50대의 소비지출이 가장 많다. 그러나 40대는 교육비 때문에 지출을 줄이기 어렵다. 반면 50대부터는 퇴직을 앞두고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동철 KDI 부장은 “50대 이상의 고령층이 지갑을 닫고 있음은 분명하다. 고령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다 이들이 대부분 집을 갖고 있어 집값 하락의 여파를 누구보다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2013년 말부터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구조적으로 소비가 위축된 상태에서는 수출이 늘어나고 설비투자가 증가한다 해도 경제가 활력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얼어붙은 민간소비를 풀어내고 장기적으로는 가계소득을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의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도 내수 부진을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고 있다. 2013년 10월 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27.3%가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내수 부진’을 꼽았다. ‘수출 부진’을 든 기업은 13.5%에 그쳤다.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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