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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와 나쁜 친구들
[Focus]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입스 스미스 Yves Smith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판매한 투자상품(Abacus 2007 AC1)이 사기에 해당한다며 제소한 데 대해 전통적인 미디어나 블로그 세계 모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바쿠스(Abacus 2007 AC1)라는 투자상품은 부동산 대출에 기초한 합성 CDO(부채담보부증권)다. 당시 골드만 삭스의 주가는 물론이고 주식시장 전체가 하락한 것을 보면 이 제소건을 추세의 전환 즉, 금융산업에 있어서 의심스런 관행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방임적 자세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로 보는 듯하다.

SEC의 총구, 소굴 전역 겨냥 안 할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SEC가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현재로서는 조사 범위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EC가 메릴린치, UBS, 도이치은행이 발행한 특정 CDO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언급된 사례들 모두가 이미 해당 투자은행을 상대로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런 최초의 사격이 범죄 혐의자들의 소굴 전역으로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점은 SEC가 이번 사건에 얼마나 공격적으로 임할 것이냐다. 이번 소송이 결연하게 주도권을 쥐는 시작이 될지, 아니면 ‘묻지마 식’의 은행구제와 금융산업에 대한 계속적인 지원에 화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노력에 불과한 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 세계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월가의 상징 골드만삭스 본부 건물.
그리고 수많은 논평가들이 SEC의 주장이 어느정도 소송거리가 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 그것도 아직은 말하기에 너무 이르다. SEC의 주장은 약식재판에 그치지는 않을 정도로 충실해 보인다. 일단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된다면 SEC가 골드만삭스나 해당 투자상품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폴슨 헤지펀드, 공식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ACA의 직원 등 이 투자상품의 직간접적인 관련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상황이 진척됨에 따라 SEC는 더 많은 혐의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히 유혹해 조져버려”

골드만삭스가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프록터앤드갬블 (Procter & Gamble)을 비롯한 몇몇 대기업이 파생상품 거래에서 입은 손해를 이유로 뱅커스트러스트를 제소했을 때 많은 논평가들은 소송거리가 안 되는 걸 가지고 괜한 짓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프록터앤드갬블에는 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된 막강한 재무부서가 있기 때문에 능숙한 시장 참가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회사가 사기를 당했다고 어떻게 주장할 수 있겠는가? 그 소송은 부실채권에 따른 손실을 막으려는 노력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프록터앤드갬블이, 뱅커스트러스트 직원들끼리 자신들의 거래에 대해 나눈 대화를 녹음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자 여론은 극적으로 돌아섰다. “재미있는 장사야. 조용히 유혹해서 조져버리는 거야”라는 은행의 착취적 행태를 까발리는 녹취록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뱅커스트러스트는 이런 스캔들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도이치은행에 매각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골드만삭스에 대한 소송이 더 원대한 공세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한다면 SEC나 민간 소송자들이 다음 타깃으로 삼을만한 것은 무엇일까? 최소한 세 가지 채널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존 폴슨 (폴슨 헤지펀드의 대표)과 관련된 다른 CDO와 폴슨과 관련이 없는 골드만삭스의 ‘Abacus’ 상품 △은행들이 자기 계정으로 운용하는 것이 명백해 보이는 Abacus와 동일한 합성 CDO 프로그램들 △폴슨의 것과 구조적인 면에서는 다르지만 CDO를 이용해 부실한 특정 서브프라임 대출에 대한 신용디폴트스와프 (CDS)에 저가로 접근해 보자는 동일한 의도에서 설계된 Magnetar CDO가 바로 그것들이다.
그레고리 주커만 월스트리트 기자는 저서 <사상 최고의 거래>(The Greatest Trade Ever)란 책에서 합성 CDO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폴슨을 CDO의 배후로 묘사하고 있다. 주커만에 따르면, 폴슨은 2006년에 골드만삭스와 도이치은행 그리고 베어스턴스에 접근해 자신이 후원할테니 합성 CDO를 발행하라고 제의하면서 대신에 자신이 그 CDO의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돈을 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베어스턴스는 그런 행위가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 반면에 골드만삭스와 도이치은행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도이치은행도 같은 혐의

본 블로그는 골드만삭스의 Abacus 프로그램 (25건, 총 100억달러 규모)이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돈을 걸겠다는 폴슨의 바람을 충족시키면서 고객에게는 다른 CDO와 다를 게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구설수에 덜 올랐지만 도이치은행의 ‘Start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인 Magnetar와 관련된 CDO 중 하나가 SEC의 조사 목록에 올라있긴 하지만 이 CDO는 2007년부터 의심스런 CDO의 하나로 진작부터  지목됐다. Magnetar CDO는 합성 CDO를 주요 구성요소로 이용한 서브프라임 쇼트 전략 (서브프라임 대출의 부실을 점치고 거기서 이익을 챙기려는 전략)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우리는 은행별로 거래 내역을 집계했는데, 거래건수가 총 29건에 금액은 액면가치로 370억달러가 넘었다. 이 집계표를 보면 CDO의 부실을 예상하고 거래를 설계한 것으로 보이는 CDO 후원회사들 중에 아직까지 감독당국의 의심을 받지 않는 금융회사들이 있는데 프랑스의 칼리옹 은행, 일본의 미즈호 은행, 씨티그룹, 리먼브라더스, 와코비아 은행 등이다.
SEC가 파헤치려고 하기만 한다면 파헤칠 것이 넘친다는 말이다. 하지만 SEC가 행정부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고 일부러 타격을 가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알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번역 천행욱

*필자는 하버드대 출신의 금융전문가로 ‘Naked Capitalism’라는 블로그를 통해 경제분석을 다루고 있다. 최근 금융과 관련한 최고의 블로그에 연속으로 선정되고 있으며 2010년 3월 현재 금융 블로그 중  방문자 수 5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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