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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자동차’ 상용화 나선 현대·기아차
국내 특집 ● 자동차의 기술적 진화 어디까지- ① 친환경 수소연료전지차
[44호] 2013년 12월 01일 (일) 이재명 economyinsight@hani.co.kr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질주가 숨가쁘다. 기술적 도약 없이는 미래 먹거리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메이커들의 기술 각축장인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들어갔다. 그뿐 아니다. 국내외 업체들은 몇년 안에 자동주행 시스템을 상용화할 태세다. 수소연료전지차가 어떤 자동차이고 이번 양산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나아가 자동주행 등 자동차 기술이 어디까지 진화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_편집자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대량생산…
GM·도요타·벤츠 등 양산 나설 때 우위 점할 듯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든다는 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쾌한 상상일 뿐이었다. 이젠 그 꿈이 현실이 됐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성공해 유럽 수출에 나섰다. 내년엔 미국에서도 판매에 들어간다. 물론 일반인이 이 차를 구입하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한 건 수소연료차가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거란 점이다.


이재명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부르릉’ 하는 시동 소리는 물론 미세한 진동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몸은 기억한다. 자동차는 경쾌한 배기음과 엔진의 미세한 떨림을 지닌 기계라는 것을. 지금까지 얻어진 경험이 그렇다는 얘기다. 겉모습은 기존 자동차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순간 시동 버튼을 눌렀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무심결에 “시동이 걸린 건가요?”라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운전경력 20년에 이런 촌스러운 질문은 처음이다. “계기판에 있는 ‘READY’ 표지등에 파란불이 들어왔으니 출발해도 됩니다.” 조수석에 앉은 김성균 현대·기아자동차 책임연구원(연료전지개발2팀)이 답했다. 그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일었다.

현대·기아차가 양산에 들어간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연료차) 시험운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11월4일 경기도 용인의 현대·기아차 마북연구소는 가을색으로 단장한 낮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미끄러지듯 굴렀다. 침묵의 공간에 들어선 것처럼 모든 감각이 귀로 집중됐다. 타이어가 도로에 부딪치는 소리 외엔 다른 소음을 찾기 어려웠다.

김 연구원이 말했다. “지금 들리는 소리는 가공의 소리입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이 자동차가 움직이는 걸 알 수 있도록 시속 30km 이하로 움직일 땐 인공음을 내도록 설계됐습니다.” 수소연료차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움직인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다. 소음이나 진동이 없는 이유다. 그동안 자동차 회사들이 엔진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들인 돈은 천문학적이다. 그 난제가 일거에 해결된 셈이다.

수소연료 1회 충전으로 600km 주행

자동차 전용도로에 접어들자 가속페달을 밟았다. 저속에서의 가속력은 기존 자동차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2.5초다. 사라진 소리와 진동에 적응해나가자 눈이 바빠졌다. 엔진 회전수(RPM)를 나타내던 계기판 자리엔 모터 출력과 배터리 충전량 계기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차가 전기로 움직인다는 걸 알아챌 수 있는 유일한 시각 장치다.

전기를 어디서 어떻게 얻는 걸까? 전기차와는 무엇이 다를까? 수소연료차와 전기차 모두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결정적 차이는 전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느냐다. 전기차는 일부든 전부든 외부의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한다. 현재 전기차는 크게 세종류로 나뉜다. 전기를 저장한 배터리로만 가는 순수전기차(EV), 배터리와 기존 엔진을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HEV), 수시로 외부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다. 이들과 달리 수소연료차는 필요한 전기를 자체 생산한다. 원리는 물의 전기분해 과정을 거꾸로 이해하면 된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와 수소가 얻어지지만 역으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물과 전기가 생성된다. 산소는 공기 중에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수소는 따로 공급해줘야 한다. 수소가 연료인 셈이다. 수소연료차는 이를 위해 수소 저장탱크를 따로 두고 있다.

이 차의 심장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해내는 부품, 즉 연료전지다. ‘스택’이라 부르는 이 전기 생산 장치는 얇은 수백장의 전극막을 겹겹이 쌓아둔 것이다. 하나하나의 전극막에 수소와 산소가 지나가면 전기가 생성된다. 부산물은 열과 물이 전부다. 이 기술이 실용화된 것은 1980년대 후반 캐나다 벤처기업 ‘밸러드파워시스템스’에 의해서였다. 이후 다임러벤츠가 1994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선보였고, 혼다는 2002년 상용화에 성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1998년 기술 개발을 시작한 현대·기아차는 처음에 미국 회사의 연료전지를 사용해 차량을 만들었다. 하지만 2006년부터는 독자 개발한 연료전지를 쓰고 있다. 김 연구원은 “스택에서 얼마나 많은 전기를 뽑아내느냐, 즉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핵심 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움직인다. 따라서 소리와 진동이 전혀 없다. 전기 생산 과정에서 나온 물만 수증기 형태로 배출될 뿐 그 밖의 오염물질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한겨레 김명진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출력을 나타내는 계기판 바늘이 올라갔다. 가속을 위해 고출력의 전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 연구원은 “이 차의 최대 전력량은 100kW다. 휘발유나 디젤 엔진으로 치면 134마력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내리막길이나 가속페달을 밟지 않은 관성주행 때는 바퀴의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배터리에 저장하게 된다. 이렇게 저장된 전기는 급가속 등 좀더 높은 출력이 필요할 때 차량에 공급된다. 차엔 수소탱크 2개가 실려 있다. 여기에 수소 5.6kg을 저장해 최대 594km를 달릴 수 있다. 이 정도면 휘발유나 디젤 차량에 뒤지지 않는 주행거리다. 수소 0.96kg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높은 연비(휘발유 등가연비로 환산하면 27.8km/ℓ)와 대기압의 700배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고압용기가 개발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충전 시간도 3~5분이면 충분하다. 긴 주행거리와 짧은 충전 시간은 전기차와 비교해 수소연료차가 가진 큰 장점이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을 해도 30여분이 필요하고 주행거리 역시 200km 안팎에 불과하다.

문제는 값싼 수소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지금은 화학단지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수소를 쓴다. 1kg에 1만원가량에 유통된다. 1만원을 들여 100km를 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현재 화학단지에서 나오는 수소만으로도 수소연료차 몇백만대를 운행할 수 있다. 앞으로는 전기분해나 열분해 등을 통해 얻어진 수소를 좀더 싼 가격으로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장차 자동차용 충전수소 1kg을 3.9달러(약 4300원)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경쟁업체보다 2년 앞서 양산

차가 도로에 잠시 정차하자 김 연구원은 자동차 뒤편 배기구로 향했다. 전기 생산 과정에서 나온 물은 수증기 형태로 배출된다. 배기구에 맺힌 물방울을 손가락에 묻힌 김 연구원은 ‘순수 증류수’라고 했다. 그 밖의 오염물질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높은 연료 효율과 함께 ‘완전 무공해 차’라는 특성은 수소연료차가 미래형 자동차로 주목받는 결정적인 이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한해 6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에 2016년부터 판매량의 14% 이상을 저공해차로 팔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대당 5천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유럽연합(EU)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금까지는 권고사항이지만 2015년부터는 강제규정으로 전환돼 이산화탄소 1g을 초과 배출할 경우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자동차나 전기차 또는 수소연료차가 아니고서는 이런 연비 규제를 절대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본다. 규제가 도입된 이후 완성차 업체들이 예외 없이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혼합한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이브리드차 다음 단계가 전기차와 수소연료차가 될 것이라는 데 토를 다는 전문가는 없다.

30여분을 달린 차는 반환점을 돌아 속도를 냈다. 옆 차선에 독일산 고급 수입차들이 앞서 나갔다.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급가속을 시도했다. 계기판에 표시된 최고속도는 시속 200km였지만 순수하게 자동차 출력만으로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시속 160km다. 그러나 저속에서와 달리 고속에서 차의 반응은 느렸다. 도로 상황이나 속도에 따라 바퀴의 회전력이나 회전속도를 조절하는 변속기(기어)가 없다보니 더 그랬다. 김 연구원은 “기어를 장착하면 최고속도나 급가속력을 높일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별 의미가 없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 필요하면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울산에 전용 생산공장을 두고 지난 3월부터 수소연료차 양산에 들어갔다. 당장은 덴마크·스웨덴 등 유럽의 정부기관과 관공서 등이 수요자다. 본격 상용화는 2015년 이후, 국내외 시장 보급은 2020년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GM·도요타·혼다·벤츠 등 경쟁업체가 양산 목표를 2015~2017년으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2년 이상 빠른 셈이다. 현대·기아차가 경쟁업체에 앞서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산·학·연 연구개발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병기 현대·기아차 연료전지개발실장(이사)은 “경영진의 의지와 연구팀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2004년 정부과제로 선정되면서 대학과 연구기관, 부품 공급 중소기업이 동시에 연구·개발에 나섰던 게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120여개 부품회사와 기술 개발 협력을 통해 핵심 부품의 95% 이상을 국산화했다.

현대·기아차의 수소연료차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2011년 8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파이크 리서치’(Pike Research)는 현대·기아차의 이 분야 경쟁력을 다임러벤츠, 혼다, 도요타에 이은 4위로 평가했다. 수소연료차 분야의 ‘선두그룹’에 속한다는 의미다. 물론 현대·기아차 내부에선 그새 1·2위 업체와의 격차를 크게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안병기 이사는 “경쟁업체들의 기술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시스템은 상위 업체와 거의 동등한 수준에 와 있다”며 “가장 먼저 양산에 들어가 실험실이 아닌 실전에서 일등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 수소연료전지차의 심장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해내는 부품, 즉 ‘연료전지스택’이다. 김성균 현대·기아자동차 책임연구원(연료전지개발2팀)이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구실을 하는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1억원 넘는 비싼 가격 대중화 걸림돌

1시간여의 시험주행을 끝냈다. 바람 소리와 노면 마찰음을 빼면 고속에서도 전혀 소음이 없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대화가 가능했다. 도로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도 줄여줄 것이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경쾌한 배기음, 순간적 가속, 엔진의 떨림에서 느낄 수 있는 ‘운전의 재미’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다. 수소연료차가 가져올 혁명적 변화는 다른 데 있다. 환경오염은 물론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걱정을 획기적으로 덜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전기 생산에 화석연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친환경 차량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수소연료차가 대중화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가격을 낮춰야 한다. 현대·기아차의 수소연료차는 1대당 1억원이 넘는다. 10년 전 가격이 12억원이던 것에 비하면 10분의 1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는 일반 판매가 가능한 가격대를 5만달러(약 5천만~6천만원) 안팎으로 본다. 내연기관차, 전기차 등에 대해 수소연료차가 경쟁력을 갖는 시점을 2020년 이후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혼다는 2015년 500만엔(약 6천만원)에 수소연료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안병기 이사는 “통상 자동차 생산량이 10배가 되면 차값은 절반이 된다”며 “경쟁업체들이 2015년에 수소연료차를 출시하더라도 우리보다 싼 가격에 내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이나 수소 저장탱크의 안전성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수소가 위험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대중화는 지체될 수밖에 없다. 전황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반인들은 수소연료차가 커다란 고압수소폭탄을 싣고 다니는 것으로 생각한다. 수소탱크가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으면 선뜻 구매에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김 연구원이 “시동은 끄셨나요?”라고 물었다. 앞서 시험주행을 하던 몇몇 사람이 시동을 끄지 않은 채 내린 걸 기억해낸 것이다. 이번엔 기자가 웃었다. “껐습니다.” 새로운 기계에 적응하는 데 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다. 지구온난화와 화석연료 고갈을 염려하는 운전자들은 이런 변화와 기술 진보에 훨씬 빨리 적응해나갈 것이다.

miso@hani.co.kr


 

2015년 차량 가격 5천만원대 될 듯

수소연료차 시장은 현대·기아차, 도요타, 혼다, 닛산, GM, 다임러벤츠 등 각국 자동차 회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현대·기아차가 가장 먼저 양산 체제를 구축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지만 규모는 1천여대에 불과하다. 통상 본격적인 양산은 5만대 이상의 생산을 의미한다. 시장 역시 아직은 미미하다. 유럽을 중심으로 초기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관공서 등이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정도다. 돌파구는 가격 인하가 될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까지 수소연료차 가격을 1대당 5500만원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병기 이사는 “가격 인하 외에도 수소차의 내구성에 대한 소비자의 의구심을 줄이기 위해 보증 거리와 기간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독자적인 수소연료차 개발 행보에 위험성이 없는 건 아니다. 경쟁사들은 막대한 자금 조달과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 제휴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와 BMW는 지난 1월 수소연료차 공동개발을 선언하고 차량의 동력, 연료저장장치, 경량화 기술 등을 교류하기로 했다. 포드와 다임러는 이미 2008년부터 공동출자회사를 설립해 연료전지차 개발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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