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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싼 온라인 행복장터 열겠다”
Interview ● 이상욱 농협 농업경제 대표
[44호] 2013년 12월 01일 (일)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 이상욱 농협 농업경제 대표가 온라인 국민행복장터 개설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국민행복장터는 농협 유통망을 이용해 판매 농산물의 가격을 20~25% 낮추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농협 경제사업 부문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농협의 사업구조가 개편되면서 전문성과 독립성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농협이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다. 이상욱 농업경제 대표는 유통구조 혁신과 원가절감을 통해 이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농협이 지난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했다. 달라진 점이 뭔가.

경제 부문이 독립되면서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 체제가 갖춰졌다. 전문성과 경쟁력도 강화됐다. 과거에는 경제 부문에서 적자가 나도 금융 쪽이 벌면 된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잘못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자세를 갖게 됐다. 정신적 태도, 마인드가 변했다. 원가 의식도 높아졌다.

사실 경제 부문에서 흑자를 낸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 과거에는 매년 1천억원 정도 적자였다. 그러나 지난해 최초로 237억원의 흑자를 냈다. 올해는 400억원가량의 흑자를 예상한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신규 사업을 개척해서 이룩한 성과다. 의지하려는 타성을 벗어나 자립경영을 하려는 의지가 주효했다.

어떻게 원가절감을 했나.

대표로 오자마자 원가절감을 강조했다. 월마트 창업자 샘 월턴은 EDLP(Everyday Low Price)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제는 EDLC(Everyday Low Cost)가 중요하다. 코스트가 낮아지지 않으면 가격을 낮출 수 없다. 재고 관리, 전기료·수도료 절감, 배송 합리화 등 원가절감 요인이 많다. 원가절감을 잘해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마케팅은 전통적으로 4P를 강조해왔다. 제품(Product), 가격(Price), 홍보(Promotion), 위치(Place)다. 그러나 나는 5P를 얘기한다. 철학(Pilosophy)을 추가했다. 고객과 농민을 생각하는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유통 혁신과 자립경영이 당면 과제

농산물 가격이 서민 생활에 중요하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농산물이 물가 불안의 주범이라는 인식은 아쉽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9.7kg에 불과하다.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계산해보면 밥 1공기에 300원꼴이다. 아이스크림 하나 값도 안 된다. 그런데도 쌀·배추·상추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고 한다.

기존 농산물 유통구조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국내 농산물 유통은 경로가 다양하고 단계가 복잡한 것이 문제다. 역대 정부가 유통구조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했다. 공정성과 합리성만 따졌기 때문이다. 도매시장의 전통적인 경매 방식이 그것이다. 경매는 공정하기는 하지만 가격 등락이 너무 심하다. 수박만 해도 그날 햇볕이 있나 없나에 따라 2만원짜리가 1만원으로 떨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최대 생산자 단체인 농협 중심의 농산물 유통 계열화를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 국내 농산물의 70~80%는 도매시장의 경매를 통해 조달된다. 앞으로는 경매가 아닌 정가·수의 매매로 거래돼야 한다. 농협이 농가와 직접 협상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그래야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다. 현재 15%에 불과한 정가·수의 매매 비율을 2017년까지 60%로 높이려고 한다.

유통계열화를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되나.

첫째, 산지 유통을 조직화하고 규모화하려 한다. 그렇게 해서 거래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협상력을 키우면 대형 유통업체가 횡포를 부려도 대응할 수 있다. 원가도 절감된다. 둘째, 도매물류를 강화해야 한다. 안성농식품물류센터처럼 지역별 물류센터를 만들어 유통 단계를 줄여야 한다. 산지유통센터(APC)가 지역 물류센터로 농산물을 보내면 물류센터가 소포장, 전처리, 가공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셋째, 소비지의 유통경로를 효율화하고 확대하려고 한다. 신선한 농산물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오프라인) 직거래 장터를 많이 늘리려고 한다. 로컬푸드 매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농민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다. 꾸러미 사업도 있다. 회원들이 한달에 20만~30만원을 내면 일주일 단위로 달걀·두부·콩나물·양파 등 필요한 농산물을 집으로 배달해준다. e쇼핑몰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산지·도매시장·소비지가 어울려 유통계열화를 하면 생산물의 50%를 경매를 거치지 않고 농협이 책임지고 팔아줄 수 있다. 그러면 예측 가능한 농산물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농협이 추진하는 국민행복장터는 어떤 내용인가.

그동안 농협은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다보니 인터넷 쇼핑몰을 너무 소홀히 했다. 이제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려 한다. 지금까지 인터넷 쇼핑몰의 농산물 판매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 차이가 없었다. 단지 직접 가지 않고 산다는 편리성만 있었다.

(온라인 판매가 잘되려면) 가격 차이가 있어야 한다. 일단 우리 농산물만 판매하는 농산물 전문 사이트 ‘A(Agriculture)마켓’을 개설해 20~25% 싸게 공급할 계획이다. 그럼 어떻게 가격을 낮추느냐? 먼저 안성물류센터가 대규모로 농산물을 구매한다. 예를 들어 나주농협에서 배 1만상자를 사서 7천상자를 대형 유통업체에 뿌려준다. 그리고 나머지 3천상자를 국민행복장터에서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대신 그 물량은 안성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산지유통센터가 소비자에게 직접 보낸다. 가격은 안성물류센터가 사들이는 가격에 택배비와 소정의 수수료만 더해진다. 대형 유통업체가 직거래 사업을 한다 해도 물류센터를 거치면 원가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농협에서는 산지유통센터가 직송해버리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민행복장터에서 온라인으로 농산물을 사면 안성물류센터가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것과 같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과 차이가 나는 것은 두가지다. 수입 농산물이 아닌 우리 농산물을 파는 것이고, 가격 면에서 20~25% 싸게 파는 것이다. 농협은 옥션·지마켓 등에 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국민행복장터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사업도 활발하게 할 계획이다.

   
▲ 농협은 전국 곳곳에 지역 물류센터를 건설해 유통구조를 현대화할 계획이다. 이상욱 농협 농업경제 대표가 안성농식품물류센터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농산물 수출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11월4일 홍콩으로 농산물을 처음 수출했다.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가지 4t 분량이다. 앞으로 수출 전략 품목은 파프리카(일본), 배(미국·대만), 딸기(동남아), 유자차(중국) 등이다. 안성물류센터를 수출의 전진기지화할 것이다. 중국에 부유층 8천만명이 있다. 이들에게 한국이 친환경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 다만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하면 그만큼 우리도 사과나 배에 대해 문을 열어줘야 한다. 그게 어려운 점이다.

가격정보 시스템을 갖춘다고 들었다.

지금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가격정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로 들어가봐야 한다. 게다가 도매가격이나 평균가격만 제공한다. 농협은 전국 5개 권역의 대표 하나로클럽 매장 주요 농산물의 소비자가격을 매일 조사해 인터넷 또는 모바일로 실시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날씨 예보를 하는 것처럼 농산물 가격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처리해 방송에 내보내려 한다. 주부조사단 50명이 하나로클럽 매장 가격을 조사해 입력하고 이를 방송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럼 방송사가 민감 품목 중심으로 하루 네댓 차례 방송을 내보내게 된다. 이 정보가 농산물 가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게 된다. 업자들의 가격 농간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지 않겠느냐.

온라인 직거래 매장 가격 인하에 주력

식품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국 103개 가공 공장에서 개별적으로 생산·마케팅을 하다보니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식품 가공 공장을 품목별로 통합해 규모화하고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마케팅을 전개하려 한다. 한우 국물 라면인 ‘팔도장터라면’ 같은 것들이다. 지금까지 100만개 넘게 팔렸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가칭 ‘(주)농협식품’을 설립해 종합식품회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식품사업은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게 아니다.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늘리는 게 목표다. 말하자면 우리 농산물의 판로를 확대하는 차원이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식품업체들은 원료 대부분을 수입 농산물로 사용하고 있다.

농협이 수입 농산물을 판다는 지적이 있다.

원칙적으로 농협 매장에서는 수입 농산물을 팔 수 없다. 지금도 99.9%가 우리 농산물이다. 그러나 공판장 중매인들이 납품 거래처의 요구 때문에 일부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로클럽에서는 팔지 않는다. 다만 다문화 가정이 많은 지역에서는 취급하기도 한다. 수산물은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고기가 별로 없다. 자급할 수 없는 품목은 불가피하게 외국산을 취급하고 있다.

기업과의 상생형 광고는 어떤 취지에서 시작했나.

농산물 상자에 광고를 붙이는 게 안 될 이유가 없다. 최근 시범 행사를 했다. 밀감 10만상자를 구입해 판매하면서 상자에 기업 광고를 붙이는 대가로 광고료만큼 3천원을 할인해 1만원짜리를 7천원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배추, 마늘, 고추 등을 놓고 기업들과 협의 중이다. 이런 상생형 광고 상품을 골목상권의 작은 슈퍼마켓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골목상권 보호 차원이다. 값싼 제품을 판매하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겠느냐.

개인적 경영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창의와 혁신을 위해 열정을 갖고 도전하라는 것이다. 창의·혁신·열정·도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중시하는 것은 열정이다. 열정이 있으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성성지화 가이요원’(星星之火 可以燎原, 별빛같이 작은 불씨가 광활한 들판을 태운다)이란 문구를 좋아한다.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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