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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스마트폰 제조사 노키아의 비극
Cover Story ● IT 20년 전쟁 최후의 승자는?- ② 노키아의 실패가 주는 교훈
[43호] 2013년 11월 01일 (금) 마르크 슈발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2011년까지 휴대전화 시장의 지배자… 스마트폰 추세 모르고 하드웨어에 매달리다 실패

터치스크린 기능을 가진 최초의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회사는 바로 노키아였다. 그럼에도 노키아는 스마트폰으로의 추세 전환을 따라잡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자신의 경쟁자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초라한 퇴장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어떻게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지 그 명암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마르크 슈발리에 Marc Chevall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지난 9월3일은 핀란드의 국장일로 기록될 것 같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15년간 핀란드의 자존심과 번영을 상징한 휴대전화 사업의 역사가 막을 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패배를 재촉한 노키아의 전략적 실수도 문제이지만 노키아의 참패는 첨단기술 부문에서 유럽의 쇠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노키아에 부와 명성을 쌓게 해준 휴대전화 사업이 몇년 전부터 적자의 온상이 되어버리자 노키아는 결국 이 부문을 포기했다. 대신 독일 지멘스와 합작한 자회사 NSN(Nokia Solutions and Networks)의 지멘스 지분 전량을 몇달 전에 인수해 네트워크 장비 제조에 주력하게 됐다. 또한 노키아는 2007년 세계적인 전자지도 업체인 나브텍을 인수한 뒤 위치 기반 솔루션 부문 주력 업체 중 하나로 활동하고 있다. MS의 휴대전화 사업 인수 뒤 노키아의 매출은 반으로 줄어들었고, 8만8천명(2011년엔 13만4천명)의 직원 중 무려 3만2천명이 MS로 떠났다.

15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노키아는 종이, 고무장화, 타이어, 케이블, 나아가 텔레비전까지 차례차례 제조해왔다. 그러나 1993년 노키아는 폭발적인 수요를 보인 휴대전화 사업에만 전념하기 위해 다른 사업들을 다 포기했다. 당시 유럽은 휴대전화를 제조하는 ‘유일한 대륙’이었다. 유럽인은 각 나라에 고유한 휴대전화 규격 개발과 관련한 어려움을 일찍 자각하게 된다. 즉, 각국이 고유한 규격을 보유할 경우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 우편전기통신회의(CEPT)는 1982년부터 디지털통신 공통규격 마련을 담당할 실무그룹 GSM(Group Special Mobile)을 발족하게 된다. 이 작업의 결실로서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이란 규격이 1991년 4월 도입됐다. GSM이 유럽을 넘어 빠르게 세계적 규격으로 자리잡자 고유의 규격을 보유한 미국의 여러 통신업체들조차 이를 채택하게 된다.

한 국가가 기술 규격을 부과하는 경우 해당국 기업들은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노키아는 GSM 규격 덕분에 유럽 이외의 제조업체에 대해 경쟁 우위를 갖게 된다. 이 경쟁 우위가 산업적 탁월함과 결합하면서 노키아는 미국의 모토롤라를 제치고 1998년 세계 제1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등극했고, 2011년까지 1위 자리를 지켜낸다.

   
▲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왼쪽)와 노키아의 리스토 실라스마 이사회 의장이 지난 9월3일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부문 매각을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MS는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72억달러에 인수했다. REUTERS

13년 동안 휴대전화 시장의 지배자

2000대 초에는 노키아 휴대전화를 안 가진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였다. 노키아는 견고성과 사용의 간편함으로 유명하게 된 3210모델과 3310모델을 2억8천만대 이상 판매했다. 당시 노키아는 40%를 웃도는 시장점유율로 세계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노키아의 시가총액은 2000년 2230억유로(약 324조원)로 최고에 이른다. 이 수치는 MS가 지난 9월 노키아의 모바일 사업 인수를 위해 제시한 겨우 54억유로와 뚜렷이 대조되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그것은 곧 ‘아이폰’(i-Phone)의 출현이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으로의 방향 전환에 실패했다. 스마트폰 출현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1993년 IBM이 개발한 최초의 모델 ‘시몬’부터 시작해 아이폰에 앞서 스마트폰을 시도한 여러 휴대전화가 있었다. 1990년대 경영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팜(Palm)의 PDA와 1997년 출시돼 노키아의 걸작품으로 평가받았던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가 바로 그 사례다. 노키아는 개인 휴대용 단말기의 고전적 기능들(달력, 계산기, 주소록)처럼 SMS(휴대전화 단문 메시지)·전자우편·팩스·인터넷 기능 등을 하나로 모은 최초의 기업이다.

최초의 진정한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는 에릭슨380 모델은 2000년에 출시됐다. 당시 에릭슨 휴대전화는 이미 터치스크린을 장착했고 노키아·에릭슨·모토롤라·마쓰시타가 초기에 공동으로 개발하고 2008년 노키아가 독점 사용하기 위해 인수한 스마트폰 운영 시스템인 ‘심비안’의 최초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나의 모델에 모든 것을 걸고 해당 모델을 매우 비싸게 파는 애플의 전략은 언뜻 무모하게 보였다. 노키아 같은 전통적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모델 수를 늘리고 상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용 감축 노력을 전개했다. 애플사의 성공 열쇠는 스마트폰을 주로 전문가에게 판매하고 터치스크린을 부차적으로만 사용하던 시대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최대한 발전시키면서 대중을 겨냥한(가격은 예외지만) 상품을 고안해낸 데 있었다.

2008년 아이폰 응용 플랫폼인 애플스토어를 출시한 것은 대표적인 상업적 혁신이었다. 애플은 애플스토어의 매출에 대해 30%의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독립적인 개발자들이 만든 수천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유통시키면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또 그것으로 수개월이면 하나의 휴대전화 모델이 사장되는 시장에서 상품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이후 애플은 휴대전화 시장을 발전시킨 터치스크린 및 앱스토어라는 ‘게임의 규칙’을 설정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고통은 언제나 한꺼번에 몰려오는 법. 노키아는 2008년 구글이란 새로운 경쟁업체와 맞서게 된다. 구글은 애플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고유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출시한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자사 상품에만 장착하는 것과 달리 구글은 다른 업체들이 응용·변경할 수 있도록 만든 운영체제를 무상으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 제공함으로써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고유한 인터페이스, 즉 최소한의 비용으로 개별화된 스마트폰 상품을 만들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개발 전략으로 구글은 세력을 얻게 됐다. 현재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5개 중 4개에 안드로이드가 장착돼 있다. 특히 2012년 노키아를 대신해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업체가 된 삼성이 갤럭시 제품에 안드로이드를 장착하기로 해 구글은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구글의 목적은 인터넷 웹사이트들에서 엄청난 광고 수입을 가져다준 무료 서비스 시스템들, 즉 지메일(Gmail), 유튜브(Youtube), 맵스(Maps) 등을 휴대전화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리서치업체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지금까지 비교적 성공을 거둔 이 전략으로 구글은 2013년 166억달러(약 17조8천억원) 규모 모바일 광고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혁신적 경쟁업체, 애플과 구글의 출현

경쟁 환경의 변화에 직면한 노키아는 졸지에 패배자가 되고 만다. 노키아가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최초의 휴대전화를 상업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말이었다. 노키아는 귀중한 몇개월의 시간을 허비하고 소비자를 거의 설득시키지 못한 휴대전화 때문에 가격 인하란 대대적인 궤도 수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노키아의 과오는 애플의 휴대전화가 따라잡아야 할 경쟁 상품임을 미리 감지한 삼성과 달리 자신의 진짜 경쟁사가 누군지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 것이다. 노키아가 심비안과 같은 회사를 인수한 덕분에 소프트웨어에서 역량을 보유한 몇 안 되는 휴대전화 제조업체 중 하나였는데도 하드웨어의 우위성을 확신하는 엔지니어 문화에 지배된 까닭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충분히 중요하게 인식하지 못했다”고 바질 칼 유럽시청각정보통신연구소 모바일 전문연구원은 분석한다. 이와 달리 애플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정교한 결합을 통해 아이폰에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제품과 차별화한다.

2004년부터 노키아는 저가 전략으로 또 손해를 보게 된다. 산업적 탁월함을 바탕으로 노키아는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저가 단말기의 제조를 위해 대대적인 생산성 향상 노력을 했다. 그러나 저가 휴대전화 집중 전략으로 엄청난 적자를 보게 된다. 게다가 노키아는 저가 상품 시장에서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화웨이·ZTE 같은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을 예상하지도 못했다.

   
▲ 항공사진으로 촬영한 핀란드 헬싱키 서쪽 에스포 지역의 노키아 본사. 노키아는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 이후 경영이 악화되자 지난해 말 본사 건물을 매각한 뒤 다시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REUTERS

중대한 전략적 실수, 저가 휴대전화

노키아는 소홀히 여긴 고가 휴대전화 시장과 놓쳐버린 저가 휴대전화 시장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스마트폰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신흥국 시장을 포함한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흡수해버린다. 2013년 2분기에 최초로 스마트폰의 세계 판매 실적은 전통 휴대전화를 추월한다. 스마트폰 판매가 2013년에 50%나 증가한 반면 전통 휴대전화는 2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략 실패로 노키아 판매는 계속 추락해 2007년 40%를 웃돌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이 올해 15% 이하로 떨어졌다. 노키아는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여전히 2인자였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주변인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시장점유율 3%에 머물러 5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에도 들지 못했다.

노키아에 대한 최후의 일격은 공교롭게도 2010년 MS 출신인 노키아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엘롭에게서 오게 된다. 2011년 2월 엘롭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몰락을 막기 위해, 운영체제 심비안을 ‘시련의 플랫폼’으로 규정해 포기하고 MS의 윈도폰을 채택한다. 경쟁체제와 비교해 뒤처진 심비안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그 즉각적인 결과는 노키아 제품의 판매 추락으로 나타났다. MS의 운영체제 윈도를 장착한 노키아의 최초 스마트폰이 출현하기까지 10개월이나 흘렀고, 이 기간에 소비자는 사라질 운명에 처한 심비안이 탑재된 휴대전화를 사지 않았다.

이 거래로 이익을 본 쪽은 MS였다. 그때까지 승산이 없던 윈도폰이 노키아의 결정 뒤 세번째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운영체제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엘롭은 MS에 변함없이 충성하는 ‘트로이의 목마’였다는 소문이 더욱 부풀어오르게 된다. 실제 그로부터 2년 뒤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은 MS에 매각됐고, 노키아의 최고경영자인 엘롭은 친정인 MS의 부사장으로 기용된다.

전략적 실수에도 불구하고 노키아는 몰락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글쎄, 잘 모를 일이다. 가전제품·사진·정보통신 장비 등 다른 산업 분야의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노키아는 정보통신기술 발전의 희생자였다. 지금 전화 시장은 애플과 삼성 등 정보통신 업체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멘스·에릭슨·모토롤라·알카텔·사겜 등의 전통적인 휴대전화 업체들은 시장을 이미 떠났거나 블랙베리처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정교한 결합이 성공적인 전략이었음을 입증했다. 이후 애플의 경쟁업체들은 애플을 모방하려 애쓰게 된다. MS가 노키아를 인수한 것이나 구글이 MS의 자산을 인수한 것, 그리고 안드로이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유의 운영체제를 개발하려는 삼성의 의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모바일 시장을 훨씬 넘어서는 문제다. 왜냐하면 스마트폰, 특히 그 운영체제는 기업 및 개인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즉 홈오토메이션, 모바일 결제, 인터넷이 연결된 자동차, 텔레메디신(원격의료) 등 날로 증가하는 일상적인 인터랙션(기기와 사용자의 상호작용 -편집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끼리의 싸움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결정적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유용성은 사용자 수에 따라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요컨대 스마트폰의 사례처럼 ‘성공은 다시 성공을 부른다’는 법칙인 것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장착한 휴대전화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개발업체들이 해당 운영체제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더 많은 광고주들이 광고를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구글과 아이폰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애플은 휴대용 단말기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들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노키아는 아마 이 싸움에서 제대로 무장되지 않았던 것 같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3년 10월호(제328호)
Nokia, une defaite europeenne 번역 전지연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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