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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룡들은 어떻게 몰락했나
Cover Story ● IT 20년 전쟁 최후의 승자는?- ① 운명이 갈린 거대 기업들
[43호] 2013년 11월 01일 (금) 아르민 말러 외 economyinsight@hani.co.kr
   
 

1990년대 초반 개인용컴퓨터(PC)와 인터넷의 대중화로 정보기술(IT) 혁명이 시작된 지 2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IT 기업들이 흥망을 거듭했다. 어느 기업도 정상의 자리를 10년 이상 지키지 못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혁신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연 20년 IT 전쟁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_편집자

디지털 공룡들은 어떻게 몰락했나
IBM·소니·MS·노키아, 혁신 소홀했다가 선두권 이탈… 미래 패권은 애플과 구글에

디지털 혁명은 산업계 전체를 뒤흔들어놓았다. 한때 세계 시장의 선두주자였다 할지라도 혁신에 소홀했거나 뒤진 기업들은 줄줄이 경쟁 대열에서 탈락하고 핵심 산업을 포기하고 있다. 한번 흐름을 놓친 자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핀란드의 노키아가 주력 사업이던 휴대전화 부문을 끝내 포기한 것이다. 코닥·소니·애플·마이크로소프트·IBM 등 굴지의 거대 기업들이 그런 쓰라린 경험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 기업들 대부분이 이미 관련 기술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트렌드를 놓쳤다는 점이다.


아르민 말러 Armin Mahler
미하엘라 시슬 Michaela Schiessl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빌란트 바그너 Wieland Wagner <슈피겔> 기자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인터넷에서는 이미 음모론이 떠돌고 있었다. 사보타주라느니, 산업스파이였는데 금방 정체가 드러났다느니 하는 말이었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이 캐나다인이 자신의 과거 고용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값싸게 인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핀란드 기업인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을 일부러 망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나쁜 짓’에 대한 보상으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차기 최고경영자가 된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현실이 되기에는 소름 끼칠 정도로 재미있다. 하지만 한때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던 기업에서 이젠 남은 게 거의 없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에게 이런 신화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휴대전화 사업를 지배하고 있었고, 주식 시가총액이 3천억유로(약 434조원)에 근접하던 기업이 핵심 사업을 겨우 54억유로(약 7조8000억원)에 팔아넘겼다. 아니 팔아넘길 수밖에 없었다.

엘롭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근본적인 실수는 그가 노키아의 CEO가 되기 전에 저질러졌다. 결국 그는 최소한 네트워크 사업이라도 살리기 위해 한때 이 기업의 핵심 사업이던 분야를 마치 짐덩이처럼 벗어던져야만 했다.

노키아는 교과서에 실릴 만한 사례다. 이는 제품만 수명 사이클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 업계 그리고 전략도 수명 사이클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최고의 위치에 머무르려는 자는 자신의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새로 발견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어떤 테크놀로지 기업도 이 일을 해내지 못했다. “성공은 변화의 적”이라고 경제학자이자 기업 컨설턴트인 헤르만 지몬은 말했다. 기업이 성공하면 경영진들 사이에 자신들이 무적의 존재라도 된 듯한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하고, 여기에 거만함까지 결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외 없이 찾아오는 ‘혁신가의 딜레마’

이런 자만심은 오늘날 그 무엇보다 위험하다. 디지털 혁명이 업계 전체를 뒤집어놓았고, 변화 속도가 과거보다 몇배나 빨라졌기 때문이다. 신진 벤처기업이 갑자기 기반을 다진 사업 모델에 의구심을 품게 만들고, 아웃사이더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의 선도 기업을 공격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은 이를 ‘디지털 붕괴’(Disruption), 즉 기존 시스템의 파괴 혹은 혼란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학 석좌교수인 그는 자신의 스테디셀러 저서 <혁신가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서 많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새롭고 힘든 도전에 나서기보다 자신들의 히트 상품과 성공한 사업 모델을 마지막 순간까지 방어하는 것을 선택하는 현상을 설명했다.

   
 

현대의 경제사는 이같은 사례로 가득 차 있다. 스마트폰의 선구자 블랙베리는 너무 오랫동안 경영자들과 다른 전문가 고객들 사이에서 자사가 차지하고 있던 우월적 위치를 믿었다, 애플과 구글이 처음에는 일반 대중 시장을, 그리고 나중에는 결국 전문가 고객들마저 정복한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지금 블랙베리는 매각 대상이 되었다.

인터넷의 선구자인 야후는 낭비를 일삼다가 구글에 추월당했다. 이제 야후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과거 구글의 경영진이던 머리사 메이어를 영입했다. 역설적이게도 다른 시장 선도 기업의 실수를 바탕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자신들이 놓친 것을 회복하기 위해 최근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쓰러진 거인 중 하나다.

1970년대에 컴퓨터 세계를 지배하던 기업은 IBM이었다. 당시 ‘빅 블루’(Big Blue)라는 경외심에 가득 찬 별명으로 불리던 이 기업을 위협할 경쟁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던 IBM은 1980년 신생 벤처기업이던 마이크로소프트에 운영체제 개발을 의뢰했다. 그리고 컴퓨터 업계를 완전히 변화시킬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IBM은 젊은 개발자들에게 이 운영 시스템의 권리를 넘겨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상승과 ‘빅 블루’의 하강이 시작됐다. IBM은 개인 컴퓨터의 새로운 시대에 소프트웨어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예측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시대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새천년이 시작되던 시기,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었고,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도 여전히 성공적인 기업으로 남아 있고, 빌 게이츠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자다. 하지만 오늘날 컴퓨터 업계는 다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그리고 애플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혁신가의 딜레마’에 희생된 기업이다. 경영진들은 인터넷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혁명의 트렌드를 놓쳤다. 그리고 이 실수와 함께 디지털 세계의 미래 시장도 놓쳤다. 디지털 세계의 미래가 일차적으로 모바일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추격은 너무 늦게 시작됐다. 아주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으며,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수억달러를 투자하고 최고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투입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초라한 3%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휴대전화와 컴퓨터의 결합이라는 다가오는 혁신을 전혀 알지 못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말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발전의 선두주자였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동식 미니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기는 새로운 제품군의 후보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윈도의 또 다른 사용 가능성을 찾기 위해 개발된 장치였다.

MS, IBM 뛰어넘고 정상 지키다 애플에 덜미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찬물로 얻어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스마트폰을 위한 새로운 운영체제가 개발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0년 윈도폰을 시장에 출시했을 때 애플과 구글은 이미 난공불락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부 인수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서로 맞춤형으로 생산되는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약간의 지분을 더 확보해 이 기업이 컴퓨터 세계에서 중요하지 않은 위치로 추락하는 걸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었던 힘과 거대함은 아마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디지털 혁명의 세계에서 흐름을 놓친 자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어떤 기업은 무슨 방법을 쓰든 성공적으로 살아남게 되고, 다른 기업들은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이스트맨코닥이 겪어야 했던 일이기도 하다. 한때 미국 경제의 아이콘이던 코닥은 파산 선고를 받아야 할 지경에 처했다. 디지털카메라의 승리 행진은 코닥의 영역이던 필름과 전통적인 카메라 사업 분야를 단 몇년 만에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독일 카메라 제조업체인 라이카 역시 몇년 전 파산 위기에 처했다.

코닥, 노키아,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그 외 다른 많은 과거의 시장 선도 기업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손안에 쥐고 있었다. 나중에 그들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히게 될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 구글의 아미트 싱할 검색부문 수석부회장이 지난 9월 구글의 최신 검색 알고리즘 ‘휴먼 버드’를 소개하고 있다. 구글은 애플과 함께 정보기술(IT)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왼쪽). 애플 세계마케팅 부문의 필립 실러 수석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아이패드 미니’의 출시를 소개하고 있다(오른쪽). REUTERS

코닥은 1975년 이미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다. 그다지 뛰어난 성능이 없는 투박한 기계였지만 코닥의 일부 엔지니어들은 이 기술의 가능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시기가 이미 늦어버릴 때까지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아날로그 카메라 사업에 계속 몰두했다.

노키아는 애플이 아이폰을 앞세우고 시장에 진출하기 전 이미 화면 접촉으로 작동하는 터치스크린 방식을 제품군에 포함시켜놓고 있었다. 그리고 내려받을 수 있는 소형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즉 앱(APP)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이를 거대한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기 전에 이미 노키아가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키아는 이런 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노키아는 휴대전화에서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인식했다. 그 틈을 오늘날 스마트폰의 기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애플이 파고든 것이다. 기업은 애플과 같은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고 마에다 사토루 역시 말한다. “명확한 비전, 일목요연한 제품군, 이것이 바로 성공의 길이다.” 과거 소니에서 일했던 마에다는 현재 경쟁 기업의 자문을 맡고 있다. 그의 과거 고용주인 소니는 한때 오늘날의 애플처럼 ‘트렌드세터’(흐름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기업 -편집자)였다.

소니의 황금시대에 대한 기억은 일본 도쿄 고텐야마 지역에 있는 작은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곳에서 과거 소니의 히트상품인 최초의 테이프 리코더(1962), 최초의 카세트 리코더(1966), 워크맨(1979) 그리고 휴대용 CD 플레이어(1982)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니는 모바일 인터넷 기술을 간과한 채 워크맨을 디지털화하지 않았다. 소니는 주력 산업인 CD 산업에 영향이 미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오늘날 전자기기 베스트셀러는 애플이 내놓는다. 소니는 이미 오래전에 경쟁에서 낙오했다. “한때 소니는 의미 없는 시장점유율 싸움에 나섰지만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고 마에다는 말했다. 지난 회계연도에 소니그룹은 5년 만에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IT 부문 사업의 성공 때문이라기보다는 보험사업과 극심한 긴축정책 덕분이었다.

첨단기술 사장시킨 코닥과 노키아

소니·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 한때 거인이던 이 기업들의 추락이 보여주는 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세계에서는 모든 잘못된 진로 설정이나 트렌드 합류의 실패가 바로 기업의 파멸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기업이 한때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이같은 사실이 바로 하소 플라트너가 쉬지 못하는 이유다. 그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40년 전에 창립한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를 쉴 새 없이 앞으로 전진시키고 있다. 경영진과 직원들에겐 공포스러운 일이다. “나는 아무래도 편집증 환자인 것 같다”고 플라트너는 말했다.

SAP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리그에 참여하는 유일한 독일 기업이다. 플라트너는 자신이 보기에 너무 굼뜬 SAP 본사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 지난 7월31일 SAP의 전 직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본사는 관료화 경향이 있고, 결국 그렇게 되었다. 너무 늦은 일 처리, 너무 많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과도한 통제, 결과 없는 형식적 보고, 끊임없이 떠도는 루머, 경직된 계층구조, 거짓된 현실 창조, 과거 미화, 고객 소통 부족, 방어주의, 출세주의 그리고 그 외의 많은 문제가 우리 기업문화에 스며들었다.”

이는 그를 분노하게 한다. SAP의 발도르프 본사는 이미 3단계 계층 구조를 폐지했지만 모든 것이 아직도 너무 느리게 진행된다는 게 플라트너의 불만이다. 플라트너는 “나는 때때로 발도르프 본사에 있는 개발자들의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더 빨리 움직여’라고 소리치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에 그는 대학생들과 함께 포츠담의 하소 플라트너 연구소에서 발도르프 SAP 본사에서 시작한 데이터뱅크 ‘하나’(Hana)를 새로운 미래 제품으로 개발했다. 처음에 경영진들은 이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발도르프 본사는 기존 기업 소프트웨어를 더욱 최적화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었다. 플라트너의 데이터뱅크는 비즈니스에 그다지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플라트너가 스스로 벤처기업을 차려서 이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위협하자 그때서야 SAP의 경영진들은 그의 의견에 따랐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 앤드루 그로브는 예전에 테크놀로지 기업의 경쟁에 대해서 “편집증 환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에 머무르려는 기업은 플라트너처럼 계속 전진하도록 채찍질하는 최고경영자가 필요하다. 아니면 애플을 유례없는 성공으로 이끈 창립자 스티브 잡스처럼 비전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

   
▲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0월 화면 풀 터치 방식의 운영체제 윈도8.1 업그레이드판을 출시했다. MS는 최근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인수한 뒤 실지 회복을 노리고 있다. REUTERS

미래 혁신의 아이콘은 애플 아닌 구글

2011년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애플의 미래에 대한 의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CEO 팀 쿡이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아직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환상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만일 곧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지 않으면 신화는 사라질 것이다. 애플의 주가는 지금 고점 대비 30% 하락한 상태다. 현재 애플의 주식 시가총액은 2012년 9월에 비해 2100억달러가 감소했다. 애플은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멋진 기업이고 애플에서 내놓는 제품은 사람들을 매혹시키지만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구글이다.

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그리고 장기간 CEO로 있는 에릭 슈미트를 중심으로 하는 구글의 경영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를 가지고 했던 것처럼 구글이 단 하나의 제품에 집중해 다른 모든 사업이 그 아래로 종속되거나 야후처럼 단 하나의 사업 모델에 집중해 그것에 알맞은 부가 제품만 쌓아올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페이스북마저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업 모델이 결국 단 한가지의 아이디어로 제한되고 있다.

‘크게 생각하라!’는 실리콘밸리의 모토이긴 하지만 주저 없이 이 모토를 따르는 기업은 오직 구글, 그리고 어쩌면 아마존뿐이다. 검색엔진의 거인인 구글은 온 힘을 다해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큰 미래의 트렌드를 다른 경쟁 기업들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따라가고, 이를 통해 가능한 영역을 독점하기 위한 것이다.

그 와중에 테크놀로지의 구석구석을 누비는 구글의 여행은 때때로 목적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구글은 체계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의 핵심 산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다수의 신생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현재 독점 규제 기구가 구글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구글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했던 것처럼 자사의 시장 장악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권력을 무너뜨린 것은 관청이 아니라 경쟁과 새로운 발전에 제때 반응하지 못한 경영진의 무능력이었다. 이런 사태를 영구적으로 막을 수 있는 하이테크 기업은 없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 Der Spiegel 2013년 제34호 Schneller, höher, pleit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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