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표기 및 제조법 공개 요구에 “향수 예술과 산업 기반 몰락시키는 조처” 반발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원료 규제 법안에 대해 향수업계는 ‘자연은 축소하고 인공은 확대하는 방향’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제조법 변경은 향수산업의 기존 생산 체제를 모두 바꾸게 함으로써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의학계 역시 알레르기의 위험에 비해 규제가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향수 과용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라베아 바이저 Rabea weihser <차이트> 문화부 편집자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1년 전부터 이 문제가 뜨거운 토론 대상이었다. 로비스트들은 이 새로운 향수 강령을 두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협상을 시도하는 중이다. 현재 상정된 법안의 기한이 조만간 만료되는 만큼 곧 공개토론에 부쳐질 것이다. 법안의 기본 방향은 ‘자연은 축소하고 인공은 확대한다’가 될 테니 화학기업들에나 딱 들어맞는 것이다.

프랑스 회사들은 한편에서 향수 예술이 몰락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판단한다. 향수를 창조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제조자들은 지금 흡사 물감 상자에서 기본 색을 도난당한 화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 향수업체의 상부 조직인 국제향료협회(IFRA)는 EU의 가혹한 향수 생산 강령이 단순히 미학적 가치의 상실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지속해온 향수산업의 모든 체제를 변경해야 할 운명으로 내모는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향수업계가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향수 제조 공식이 바뀌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각각의 향수가 지녔던 독특한 향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