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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스크
Editor’s Letter
[43호] 2013년 11월 01일 (금) 정남기 jnamki@hani.co.kr

재계가 거의 초토화됐다. 대기업치고 성한 회사가 별로 없다. SK·한화·CJ는 횡령,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회장이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LIG그룹은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혐의로 총수 부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효성은 탈세 혐의로, 현대그룹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KT 이석채 회장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STX·동양·대한전선·웅진 등은 경영난으로 그룹이 거의 거덜났다. 그뿐 아니다. 건설업계와 해운업계의 많은 기업들이 생사의 경계를 오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반신불수 상태에 빠진 게 말이다. 금융위기 직후에도 지금처럼 재계가 흉흉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모든 중요한 결정을 지금까지 총수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총수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줄 수는 없다. 경제를 핑계 대고 봐주기 시작하면 누구도 처벌받을 사람이 없다.

중요한 점은 흔들리는 기업들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나아가 오너 리스크다. 경영 판단을 잘못한 오너가 있는가 하면 이해할 수 없는 무리한 투자를 하거나 개인 지분 방어를 위해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다 회사를 사지로 몰아넣은 오너도 있다.

국내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훨씬 강해졌다. 내실 경영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쌓으며 세계 곳곳에서 상당한 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의 구태의연한 경영 방식만은 그대로다. 시스템이 아닌 오너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회사가 돌아가고 임직원과 주주의 이익보다는 오너 개인의 이익이 우선되는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이번 기회를 환부를 도려내고 새살을 돋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다. 특히 금융은 거의 개방돼 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만큼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 회사가 무너지면 최고경영자나 총수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임직원, 거래 기업, 고객도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다.

선진국에선 국내처럼 오너 1인 통치 체제로 유지되는 기업이 거의 없다. 대부분 오너가 없다. 오너가 있다 해도 전문경영인을 앞세우고 자신은 최고경영자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선진국 수준의 경영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가 됐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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