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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피치는 흥행을 말한다
영화 흥행을 위한 첫번째 조건
[42호] 2013년 10월 01일 (화) 김윤지 economyinsight@hano.co.kr

영화 제작의 가장 첫번째 단계는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이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간결하게 요약한 20~30단어의 피치를 검토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 피치가 짧을수록 시나리오가 높은 가격에 팔리고, 높은 가격에 팔린 시나리오가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입증됐다. 한줄 설명으로 핵심을 전달하는 능력은 영화 제작에서도 성공의 핵심 요소인 셈이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영어로 ‘피치’(Pitch)의 뜻은 ‘던지다’ ‘겨냥하다’ 등이다. 야구의 투수를 ‘피처’(Pitcher)라 일컫는 것도 이 뜻에서 유래한다. 그런데 좀더 뜻을 찾다보면 ‘구입과 거래를 하도록 설득·권유하다’는 의미도 있다. 피치의 이런 의미를 잘 담은 단어가 ‘시나리오 피칭’이다. 시나리오 피칭은 시나리오작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작자나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이다. 한편의 시나리오가 영화화되는지, 아니면 그냥 글로 남는지가 정해지는 중요한 분기점이 바로 시나리오 피칭인 것이다.

시나리오 피칭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나 드라마 아이템을 발굴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영화 한편을 제작할 때 수백개의 피치(간결하게 시나리오를 설명해놓은 것)를 검토한다. 미국 드라마 시리즈는 보통 400~500편의 피칭을 통해 아이템을 발굴한다.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재가 많았던 미국 드라마 시리즈 <로스트>의 경우 1년에 걸쳐 약 1천편의 피칭을 통해 하나의 아이템을 선정했다고 알려진다.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영화제 피칭 행사와 단독 피칭 행사 등을 통해 시나리오작가가 제작자나 피디와 연결되곤 한다.

피칭의 핵심은 ‘한줄 정리’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이 시나리오는 이러이러한 내용이니 투자를 하라고 제작자를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적인 피칭을 위해선 영화의 핵심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되, 투자자를 혹하게 할 매력이 있어야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25단어 이내로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은 영화의 조건”이라 말했던 것도 한줄 정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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