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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와 UHD TV로 세계 정상 노린다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를 가다- ① 화려하게 부활한 LG
[42호] 2013년 10월 01일 (화) 이형섭 economyinsight@hano.co.kr
   
 

LG전자가 야심작인 스마트폰 G2와 태블릿 G패드를 내놨다. 평가는 기대 이상이다. G2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폰아레나> 등의 평가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4S와 갤럭시노트3를 앞섰다. G2 출시를 계기로 LG가 글로벌 시장의 선두그룹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된다. _편집자

LG전자, G2 출시 성공으로 글로벌 시장 선두그룹 복귀… 새로운 도약 발판 될 듯

지난 3년 동안 절치부심하던 LG가 실지 회복에 나섰다.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폰 G2와 태블릿 G패드가 각광받고 있는 까닭이다. 그뿐 아니다. 초고화질(UHD) TV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형섭 <한겨레> 경제부 기자

 “잘하도록 하겠다. LG야구처럼.”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문장 권희원 사장은 지난 9월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국제가전박람회(IFA) 기간 중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운을 띄웠다. 이날은 프로야구 경기에서 LG가 한화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삼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날이다.

권 사장은 “야구 1·2위가 IFA에서도 1·2위를 하고 있다. 한국 전자제품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심 야구처럼 LG전자도 삼성전자를 제쳤으면 하는 느낌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그는 술이 몇순배 돌자 기자단에 선물로 ‘유광점퍼’를 돌리겠다고 약속했다. 2002년 이후 한번도 ‘가을야구’(포스트시즌)에 진출해본 적 없는 LG 트윈스의 유광점퍼는 요즘 물량이 동난데다 예약이 몇주나 밀려 있는 ‘핫 아이템’이다.

최근 LG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바로 야구다. LG 트윈스는 2010년 6위, 2011년 6위, 2012년 7위로 만년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반짝 상승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9월까지 상위권 행진이 계속되고 1위 자리까지 올라 모두 신났다. 그리고 꼭 한마디를 덧붙인다. “LG의 사업도 야구처럼….”

LG에 지난 3년은 인고의 세월이었다. 그룹의 근간인 LG전자가 사업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2009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을 비교해보자. 삼성전자는 매출 136조원, 영업이익 10조9200억원이었다. LG전자는 매출 55조5천억원에 영업이익 2조8885억원이었다. 반도체를 빼면 라이벌이라 부를 만했다. 하지만 2012년 실적을 보자. 삼성전자는 매출 201조1천억원, 영업이익 29조500억원이었고, LG전자는 매출 50조9600억원, 영업이익 1조1360억원이었다.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사이 LG전자는 뒷걸음질쳤다.

모든 것은 스마트폰에서 시작됐다. LG는 2009년 아이폰의 국내 출시 이후 스마트폰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했다. 그 결과 2010년 휴대전화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LG전자의 영업이익은 1700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010년 10월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당시 LG상사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구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했다.

반전의 계기 마련한 옵티머스G

LG는 그 뒤 많은 스마트폰 제품을 내놨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국내 유일 쿼티 자판을 가진 스마트폰 옵티머스Q 시리즈나 세계 최초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 4 대 3 화면으로 인터넷이나 문서보기에 특화된 뷰 시리즈 등을 시도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LG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뀐 것은 지난해 옵티머스G를 내놓으면서부터였다. 완성도가 상당했고 디자인도 호평을 받았다. 휴대전화를 만드는 MC사업부는 6분기 동안 적자 행진을 계속하다가 2012년 4분기에 매출액 2조6953억원, 영업이익 99억원을 내고 흑자로 돌아섰다. 옵티머스G의 후속작으로 나온 ‘패블릿’(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합성어로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뜻한다) 옵티머스G프로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LG의 노력이 시장에서 통하기 시작해 올해 1분기 LG는 세계시장 3위에 올라섰고, 2분기에도 3위를 유지했다. 북미에서는 1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LG로서는 ‘스마트폰 빅3 진입’이라는 목표를 이룰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 지난 9월 초 열린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한 모델이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77인치 곡면 3D OLED TV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곡면 OLED TV와 함께 스마트폰 G2, 태블릿 G패드 등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REUTERS

이런 시기에 LG가 내놓은 야심작 G2는 옵티머스라는 이름을 빼버린 LG의 첫 스마트폰이다. 이름부터 과거와 ‘결별’하려는 LG의 의지가 담겼다. LG가 이 제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두말할 것 없다. G2는 성능 면에서 상당히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게다가 G2는 전세계 130여개의 통신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LG로서는 사실상 첫 글로벌폰인 것이다.

현재 리뷰용으로 나온 G2를 사용하고 있는데 ‘정말 LG가 이 악물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제품이다. 요즘 누가 “스마트폰 뭘 사야 하냐”고 물으면 “G2를 갤럭시S4와 비교해보고 취향에 맞는 것으로 사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사실 삼성 제품으로 사라고 권했다. 모양과 성능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LG 관계자에게 “G2는 참 잘 만든 제품이긴 한데 갤럭시S4와 비교해서 반드시 이걸 사야 한다는 강점은 안 보인다”고 말했더니 “그 정도 평가를 얻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고생했는지 아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G2의 가장 큰 특징은 후면 버튼이다. 처음에는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사용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 가볍고 그립감이 좋은 점도 칭찬할 만하다. 또 LG 스마트폰의 가장 큰 문제로 꼽던 카메라 성능은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사진 품질이 좋은 스마트폰으로는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S 시리즈가 꼽히는데, G2는 이들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손떨림방지장치(OIS)가 달린 점이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장치 덕분에 어두운 곳에서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건지기가 훨씬 쉬워졌다.

G2의 카메라 개발자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에게서 스마트폰에 대한 LG의 태도 변화가 느껴지는 인상 깊은 말이 나왔다. MC연구소 김상수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LG는 세계 최초 3D 촬영이라든지 화소를 높인다든지 하는 기술적 시도를 많이 했다. 하지만 고객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더라.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사진 결과물이었다. 카메라의 본질은 사진이 잘 찍히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본질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LG는 이번 IFA에서 2년 만에 새 태블릿 G패드를 선보였다. 이전에 나온 옵티머스패드는 제대로 시장에 풀리지도 않은 채 사라진 바 있다. LG로서는 또 다른 ‘명예회복’ 작품인 셈이다. G패드는 올 연말까지 30여개국에서 판매될 계획이다. IFA 전시장에서 G패드를 만져봤는데, 8.3인치의 화면 크기에도 한손으로 무리 없이 잡을 수 있었다. 손바닥 크기를 고려해 가로 너비를 126.5mm로 설계한 덕분이다.

LG전자는 G시리즈 스마트폰인 ‘G Pro’ ‘LG G2’에 탑재해 찬사를 받은 풀(Full)HD IPS 디스플레이를 ‘LG G Pad 8.3’에 채택했다. G2에 탑재된 풀HD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화면이 아주 선명했다. 8인치대에서 풀HD 디스플레이 적용은 처음이다. 높은 화소 수 덕분에 널찍한 화면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UHD TV에서 삼성 추월했나?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연동시켜주는 ‘Q페어’ 기능도 잘 작동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으로 온 전화나 문자를 태블릿에서 확인하거나 답장을 보내는 게 가능하다. 태블릿에서 메모한 내용도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저장되며, 태블릿을 켰을 때 스마트폰에서 마지막으로 사용한 앱을 화면 오른쪽에 표시해줘 연계성을 강화했다. 게다가 LG 제품이 아니라 젤리빈 이상의 운영체제(OS)를 적용한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LG는 G패드를 통해 태블릿 개발 능력도 세계 유수 업체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MC사업본부장 박종석 부사장은 “전략 스마트폰과 전략 태블릿을 갖춘 G시리즈가 LG 브랜드의 도약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LG는 3년이라는 먼 길을 돌아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G2와 태블릿 G패드로 전세계 스마트 기기 시장을 공략할 만한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LG의 강점이던 텔레비전 분야의 경쟁력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LG TV는 지난해 8월 84인치 초고화질(UHD) TV, 올해 1월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4월 55인치 곡면 OLED TV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월드 퍼스트’ 3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9월 초 독일 IFA에서는 현존 최대인 77인치 곡면 UHD OLED TV를 선보였다.

OLED를 사용한 TV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이을 새로운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고, UHD는 풀HD의 뒤를 이어 텔레비전 화질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곡면 TV는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주변부 화질을 균일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어 앞으로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 TV 기술에서 삼성전자보다 한발짝 앞선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희원 사장은 “1년6개월 전부터 시장을 리드하는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제품 우위를 계속 이끌어 정공법을 쓰겠다”며 삼성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생활가전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은 “유럽에서 10~15% 성장하고 있다. 세탁기는 이미 1등을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프렌치도어 냉장고가 인기를 얻으며 순조롭게 성장 중이다. 2015년 세계 가전 1등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LG전자가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스마트폰 G2 출시를 발표한 뒤 기자들이 LG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REUTERS

LG는 어떻게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을까. 구 부회장의 리더십을 빼놓고 원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구 부회장은 취임 일성을 인사 발표가 공식적으로 나기 전에 트위터로 발표했다. 내용은 비장했다. “다시 도전하자.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 냉철하게 우리를 돌아보면서 잘못된 것은 빨리 고치고, 잘하는 것은 더욱 발전시키자.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자.” 그는 급하게 조직을 추스르고 성과주의 인사를 통해 회사의 체질을 변화시켰다.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LG전자는 2010년 연구·개발비로 1조6천억원, 2011년 2조원, 2012년 2조2천억원을 투입하며 매년 10% 이상 꾸준히 늘렸다. 금융위기 이후 불황의 여파로 다른 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줄여가는 와중에서였다. 투입된 연구·개발비는 지난해부터 고품질의 신제품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VC(자동차부품) 사업부를 출범시키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열심이다. VC 사업부는 내비게이션 등의 전장부품을 넘어 미래 자동차인 전기자동차의 부품을 설계·생산·판매까지 할 수 있는 조직이다.

과감한 투자와 강력한 리더십의 성과

하지만 LG가 곧바로 비상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뒤처져 있던 3년이 계속 독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2분기 매출을 보면 이런 우려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 LG전자 2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4739억원으로 나쁘지 않다. 그러나 MC(휴대폰) 부문의 영업이익은 612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 2%다. 2분기에 LG는 12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전 분기 대비 17% 증가한 최고 기록을 달성했지만 이익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스마트폰 판매는 늘어나는데 이익은 왜 늘지 않을까. 그동안 뒤처졌던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망가진 해외 스마트폰 판매망을 갖추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G2를 출시한 3분기에도 영업이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G2급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중저가형에서는 중국산 스마트폰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런 상황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모든 가전 분야에서 마찬가지다.

과연 LG전자는 LG 트윈스처럼 다시 화려하게 날아오를 수 있을까. G2의 글로벌 출시가 본격화되는 9월이 지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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