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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폴과 필립모리스의 수상한 동맹
다국적기업들은 왜 인터폴에 수백억원씩 후원할까?
[42호] 2013년 10월 01일 (화) 로베르트 슈미트 외 economyinsight@hano.co.kr
   
▲ 로널드 노블 인터폴 사무총장(왼쪽)은 승부 조작과 불법 도박을 근절한다는 명목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10년간 2천만유로를 받기로 했다. REUTERS

밀수 의혹받는 필립모리스에서 돈 받아 담배 밀수 단속 계획… 이해 충돌 논란 거세

담배는 아직도 밀수가 많다. 담배회사들은 밀수업자인 줄 알면서도 대규모 물량을 넘겨주는 경우가 많다. 필립모리스도 그런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이 담배 밀수와 가짜 담배 단속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이유로 필립모리스로부터 1500만유로의 재정 지원을 받기로 했다. 인터폴 집행부의 무딘 윤리 의식과 담배회사의 집요한 로비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로베르트 슈미트 Robert Schmidt 

마티오이 마르티니에르 Mathieu Martiniere <차이트> 기자

세계에서 유엔 다음으로 큰 국제기구인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은 전세계에 190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각국의 수사기관이 국가라는 경계를 초월해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둔 이 기관은 전세계 경찰관과 세관원을 육성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2000년 미국인 로널드 노블이 사무총장직을 맡기 시작한 이래 이 기관은 급속한 발전을 해왔다. 인터폴이 수배한 범죄자는 10년 동안 10배로 늘었다. 결과도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반면 일 욕심 많은 인물이 리더가 된 뒤 인터폴이 지난 2년 동안 몇몇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것은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인터폴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2011년 부터 10년에 걸쳐 2천만유로를 받기로 했다. 제약업계에서도 3년 동안 추가로 450만유로를 받는다.

지난해 인터폴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와 3년에 걸쳐 1500만유로의 현금을 지원받기로 약정을 맺었다. 인터폴은 이 돈을 활용해 필립모리스와 함께 조직적인 담배 밀매 업자를 단속하는 전세계적인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담배 밀수와 가짜 담배로 피해를 보는 건 비단 담배회사만은 아니다. 사정은 세금을 걷어야 하는 기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국적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 추산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내 세금 탈루액만 한해 110억유로을 넘어선다.

인터폴 노블 사무총장은 지난 4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행한 연설에서 담배회사들과의 협력을 두고 “좀더 안전한 사회를 향한 공동의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기관들은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은 ‘인터폴이 담배회사로부터 돈을 받은 건 명백히 잘못된 행위’라고 비판한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사무국은 올해 인터폴에 편지 한장을 보냈다. WHO의 한 대표자는 이 편지에 “인터폴이 이익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알려달라”는 요청을 담았다고 전했다.

WHO는 인터폴이 필립모리스가 개발한 ‘코덴티파이’(Codentify)라는 통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점도 비판한다. 이 시스템은 담배의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육안으로 읽을 수 있는 고유한 12자리 코드를 담뱃갑과 보루에 직접 인쇄한 것이다. 위조범들이 코드를 복제하거나 훔쳐낼 수 없도록 여러 보안장치도 갖추고 있다. 세관원과 경찰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위조 담배 등을 식별하게 된다. 필립모리스 외에 영국, 미국, 일본 담배회사들도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시스템은 세계 4대 담배회사들의 공동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덴티파이 시스템을 거의 쓸모없는 것으로 본다. WHO가 비판하는 내용은 두가지다. 우선 두세번의 유통 과정을 거치면 이런 확인 절차가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그리고 담배의 최소 포장 단위인 낱개 담배에는 식별 코드가 들어가지 않는다. 유럽연합(EU) 담배정책 고문인 루크 요오센은 <토바코 컨트롤>이라는 잡지에 이렇게 썼다. “한 코드가 두번 인식되더라도 이 시스템은 어느 게 진짜이고 위조품인지 구분해내지 못한다.” 인터폴 주도의 이번 캠페인은 위조품 퇴치 운동을 벌이면 마치 밀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위조품이 사라지면 또 다른 종류의 불법 밀수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WHO는 담배회사들과 관계없는 독자적인 통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구의 ‘담배규제기본협약’에 가입한 168개국은 담배회사 4곳이 장담하는 대로 그들의 시스템이 유통 체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거나, 담배의 밀수나 위조 그리고 세금 포탈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담배회사 시스템에 의존하는 인터폴

이런 태도를 취하는 건 WHO만이 아니다. 다른 국제기구들이 담배회사와 거리를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터폴과 마찬가지로 각국의 세관 교육을 담당하는 세계관세기구(WCO)는 담배회사들의 추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WCO가 몸조심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이 담배회사들이 밀수에 연관됐던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1990년대에는 EU 집행위원회가 직접 필립모리스 수사를 담당했다. EU는 2004년 필립모리스에 담배 밀수를 했다는 혐의로 벌금만을 부과한 뒤 곧바로 수사를 중단했다.

필립모리스가 12년 전부터 지금까지 EU에 제공한 돈은 모두 10억유로에 이른다. 명분은 ‘밀수품과 가짜 담배 퇴치’였다. 다른 거대 담배회사도 EU와 이와 유사한 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주목해온 이들은 하나같이 담배회사들이 여전히 밀수에 연관돼 있다고 믿는다. 우크라이나는 전세계에서 담배에 대한 세금이나 규제가 가장 느슨한 나라로 알려졌다. 2004년 이후 담배회사들은 우크라이나에서의 담배 생산량을 큰 폭으로 늘렸다. 내수를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WHO는 2009년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무렵부터 EU 국경 검문소들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밀수 담배가 적발됐다. 적발된 담배 밀수 사건 중 최대 규모는 50만갑이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사건의 주인공은 바로 필립모리스 브랜드였다. WHO는 이에 대해 “그렇게 엄청난 양의 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건 큰 규모의 도매상뿐이다. 담배 생산자들은 거래 관계에 있는 어떤 도매상이 밀수업자에게 물건을 파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 인터폴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로부터 3년에 걸쳐 1500만유로의 현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필립모리스 건물(왼쪽). 세계 1위의 담배 다국적기업인 필립모리스는 1990년대에 담배를 밀수하다 유럽연합(EU)에 적발됐다. 프랑스 관세 당국이 압수한 밀수 담배가 쌓여 있다(오른쪽). REUTERS

담배회사 로비스트 공공연한 활동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담배 전문가 콘스탄틴 크라조프스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발행하는 잡지 <토바코 언더그라운드>에 “담배 회사들이 어머어마한 양의 담배를 밀수업자에게 넘겨 막대한 이윤을 남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인터폴은 밀수에 연루된 기업에서 돈을 받으면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중립적 활동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인터폴 사무총장은 이런 의혹과 비난을 일축했다.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밀수업자에게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에서 나오는 돈이 이런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프랑스 외무성의 레오폴드 스테라니니는 “인터폴이 이 문제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12일 한국 서울에서 열린 WHO 담배규제기본협약에 프랑스 대표로 참석했다.

인터폴은 이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이에 대한 결정을 2014년 총회로 미뤘다. 옵서버 참가 자격 여부를 연기한 건 초유의 일이다. 프란츠 피이취 오스트리아 대표단 단장은 “우리 협약에 따르면 이런 식의 재정 지원을 받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 보건부 장관 타냐 플리버섹은 “필립모리스가 인터폴에 재정 지원을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회의엔 각국 대표들만 참석한 게 아니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12명이 넘는 담배회사 로비스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여성이 한명 있었다. 10년 동안 영국과 미국의 담배회사 직원으로 일한 제니 캐머런이다. 그녀는 현재 런던에서 기획과 대관 업무(정부 공무원을 상대하는 업무)를 대행하는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 WHO에서 일한 스위스의 저명한 담배 반대 운동가 파스칼 디이텔름은 “그녀는 국제회의 같은 (로비) 기회가 있으면 빼놓지 않고 참석한다”고 귀띔했다. 캐머런 역시 “나는 무수한 국제회의에서 담배 관련 업체와 관계자에게 (필립모리스의 밀수 방지 시스템인) 코덴티파이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해 필립모리스 사장 루이스 캐밀러리와 인터폴 사무총장 로널드 노블을 협상 테이블로 이끈 사람도 바로 자기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협상 당사자인 두 사람의 역할이 처음부터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회담을 주도한 건 필립모리스였다.” 담배회사들은 WHO가 준비하는 담배 규제 방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사전에 대처해야 했다.

그녀는 또 “인터폴이 각국 경찰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즉, 담배 생산자의 어떤 행위가 불법이고 금지되는지와 같은 기준을 인터폴이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인터폴은 이 여성 로비스트의 역할을 실제보다 축소해 얘기했다. 인터폴 사무국은 “제니 캐머런이 담배 밀수 문제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그녀가 인터폴과 담배회사 사이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인터폴이 담배회사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인터폴은 이런 해명을 내놨다. “우리는 단지 시범사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코덴티파이는 우리가 가진 시스템인 ‘아이체크 잇’(i-Check It)과 연계될 몇가지 기술 중 하나다.” ‘아이체크 잇’은 어떤 상품이 불법으로 거래됐는지를 소비자가 직접 점검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인터폴이 개발한 것이다.

기업들 재정 지원 늘어나는 인터폴

인터폴은 담배회사에서 받은 돈을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썼는지 100%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필립모리스의 지원을 받지만 인터폴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철저하게 유지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전문회사, 예컨대 스위스의 SICPA 같은 기업에 자문조차 구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인터폴이 외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담배회사들은 2005년과 2009년에 인터폴 후원사로서 담배 밀수에 따른 문제점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를 공동 주최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담배회사의 직원은 “이 회의가 가짜 담배 퇴치를 위한 성공적인 국제 협력의 첫걸음”이라고 소개했다. 청중은 그 담배회사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인터폴 사무국은 총회의 결정이나 승인 없이, 즉 회원국들의 의사를 타진하지 않은 채 담배 재벌들과 협약을 맺었다.

이들이 받은 6천만유로는 인터폴 한해 예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한 금액이다. 인터폴은 국제적인 범죄 퇴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점점 더 개인 투자자들에게 의존해가고 있다. 미국 [CNN방송]이 2011년 인터폴 사무총장 노블에게 인터폴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그는 “1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현재 인터폴 예산의 17배나 되는 금액이다.

인터폴이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들과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각국 경찰들 역시 불만이 크다. 독일 연방범죄국은 인터폴이 경제계와 비정부기구에서 대규모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인터폴 총회에선 인터폴의 재정 시스템 개편을 위한 분과위원회가 설립됐다.

독일 연방범죄국 부국장 위르겐 슈토크가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인터폴이 재정적 문제로 중립성과 명성을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후원자를 선택할 때 그들의 성실성, 평판, 신뢰성, 투명성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작업의 결과는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발표될 것이다.

ⓒ Die Zeit 2013년 23호 Interpol, die Lobby und das G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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