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에디터 > Editor\'s Column
     
이유 있는 전셋값
Editor’s Letter
[42호] 2013년 10월 01일 (화) 정남기 economyinsight@hano.co.kr

전셋값 상승세가 왜 꺾이지 않는 것일까?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이미 64.5%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70%를 넘는 곳이 많다.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못 찾을 수도 있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집을 사거나 월세로 바꿔야 마땅하다.

정부 말대로 집값이 오르면 전세난을 진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경기가 좋아져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가계부채 부담이 어느 정도 해소됐을 때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가계부채 문제를 더 키울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내 경기는 최악이다. 경제성장률도 2%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8·28 전·월세 대책으로 집값 올리기에 애쓰고 있지만 왠지 헛된 수고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매매시장을 살리기 어렵다면 임대시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임대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다. 집주인이 은행 이자보다 수익률이 높은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각종 지원은 전세에 집중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월세 가구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임대료는 전세 가구의 1.6~4배라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세입자들이 전세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월세를 안정시키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전세 수요가 자연스럽게 월세로 분산될 수 있게 말이다. 특히 월세입자는 큰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많다. 당위적인 면에서도 전세보다 월세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저금리 자금, 세제 혜택,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지원 방안은 다양하다.

하지만 정부는 월세 안정보다 전세자금 지원과 매매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집값을 올리기는 어렵다. 저금리 전세자금을 지원하면 세입자에게 당장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잘못하면 전세 수요를 더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계부채다. 1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이전 집값이 급등할 때 과도한 빚을 내 주택을 사들인 결과로 발생했다.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들이는 해법은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그보다는 월세를 안정시켜 전세 수요를 분산하는 것이 거시경제 차원에서 훨씬 안전하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세입자에게도 유리하다. 전세란 집을 이용하는 대가로 주인에게 수억원의 돈을 무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언제 돈을 떼일지 모르는 위험한 금융거래다. 실제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세입자들이 고통을 받았는가? 장기적으로는 전세가 줄면서 월세가 정착돼야 한다. 다만 집주인이 멋대로 월세를 올리지 못하도록 정부의 확실한 지원과 규제가 필요하다. 월세 임대료 안정을 위한 대책이 절실한 때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jnamki@hani.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