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독자적 기술과 시장 가져야 성공한다”
Interview ● 강성희 오텍캐리어 회장
[41호] 2013년 09월 01일 (일)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에어컨 하면 누구나 삼성이나 LG를 떠올린다. 그러나 또 다른 강자가 있다. 상업용 및 산업용 냉방 시스템 전문 기업 오텍캐리어다. 요즘은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정용과 상업용을 합쳐 국내 시장점유율이 18%에 이른다. 그뿐 아니다. 모기업 오텍은 앰뷸런스·장애인차·냉동차 등 특장차 생산 분야에서 국내 1위다. 10여년의 짧은 기간에 대기업도 넘보지 못하는 자기만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중견기업 오텍캐리어의 강성희 회장(59)을 만나 그의 인생과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정남기 편집장

   
▲ 강성희 오텍캐리어 회장은 항상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기업 납품 등에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야 기업이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오텍캐리어는 중·대형 에어컨과 특장차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다.한겨레 김명진
오텍캐리어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캐리어를 외국 회사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캐리어 자체는 미국 회사다. 하지만 오텍캐리어는 모기업 오텍이 지분 80%를 갖고 있는 한국 회사다. 특장차 회사 오텍을 운영하다가 2011년 캐리어 한국법인을 인수했다. 오텍, 오텍캐리어에어컨, 오텍캐리어냉장, 한국터치스크린 4개 회사의 매출이 6500억원가량 된다. 상업용 및 산업용 냉난방 시스템과 공조 시스템이 주력 분야다. 국내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가고 있고, 동남아·남미·아프리카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외 시장 전망이 밝다.

모회사인 오텍은 어떤 회사인가.

국내에서 냉동탑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회사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공급한다. 또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앰뷸런스를 생산한다. 후진국 앰뷸런스에는 산소호흡기와 들것밖에 없다. 그건 앰뷸런스가 아니다. 어떤 장비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3억~4억원까지 간다. 생각보다 해외시장이 크다.

장애인과 노약자용 차량도 생산한다. 일본은 그런 차량을 연간 5만대씩 생산한다.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개인도 사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노인들이 돈이 많고 부모가 장애인 자녀에게 재산을 많이 물려준다. 여기에다 정부는 면세를 해주고 지원금까지 준다. 그래서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 우리는 판매량이 몇백대 수준이다.

캐리어는 미국 회사 아닌 한국 회사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사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경영은 결국 휴먼(사람)이고 심리다. 기술이 중요하지만 그게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대학원에서 왜 좋은 회사가 무너지고 작은 회사가 급성장하는지 케이스 스터디를 많이 했다. 알고 보면 나라와 기업의 흥망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원인은 보통 사람이다. 두번째 이유는 진화를 못하는 것이다. 제일 나쁜 것은 (조건이) 좋은 경우다. 관청에 납품하거나 독점 영업을 하는 것이다. 오히려 결정적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외환위기 때 기아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서울차체’라는 회사의 임원을 하고 있었다. 부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회사였다. 기아차가 어려워지면서 그 회사도 무너졌다.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회사가 망했다. 2000년에 오텍이란 특장차 회사를 세워 독립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외환위기 직후라서 사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기아차가 현대차로 넘어간 뒤 임원진을 찾아가 설득했다. 특장차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뚫을 수 있도록 제품을 공급하고 돕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납품하게 됐다. 관납(관청 납품) 입찰에도 많이 참여했다. 관납은 선수금을 받기 때문에 그것으로 버텼다. 나는 납품하면서 다른 회사와 똑같은 제품을 공급한 적이 없다. 항상 더 효율적이고 뭔가 다른 제품을 공급했다. 그것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창업 2년 만에 회사를 상장했고 이후 경영이 풀렸다.

자동차 부품 분야로 갔으면 더 성장했을 것 같다.

큰 자동차 부품 업체를 인수할 기회가 몇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OEM 방식은 안 되겠더라. 내가 자생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5천억원 하면 뭐하고 1조원 하면 뭐하나. 언제 회사가 무너질지 모른다. OEM만 하면 어쩌면 편할 수 있다. 그러나 내 목숨을 대기업의 일개 중역이나 부장이 쥐고 흔드는 것은 기업 하는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3:3:3으로 가져가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자체 브랜드 30%, OEM 30%, 수출 30%다. 자체 경쟁력이 없으면 안 된다.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이익을 남기고 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무한경쟁의 링에 무작정 들어가는 것은 바보다.

특장차 만드는 데 많은 기술이 필요한가.

병원에서 가장 좋은 장비가 있는 곳은 응급실이다. 그 장비들을 작게 해서 집약적으로 모아놓은 곳이 앰뷸런스다. 따라서 앰뷸런스는 가장 좋은 장비를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앰뷸런스만큼은 국내에서 우리 기술력을 따라올 회사가 없다. 우리가 100이면 다른 회사는 30 수준이다. 장애인차 개발을 위해 미국·스웨덴·핀란드 등에서 차량을 사와 일일이 뜯어보고 다시 만들었다. 독일 뒤셀도르프 의료장비전 같은 곳도 찾아다녔다. 그렇게 해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췄다.

우리 제품 중 ‘스위블시트’(전동시트)라는 게 있다. 의자가 문 방향으로 90도 회전한 뒤 차량 밖으로 뻗어나와 바닥까지 내려간다. 휠체어 탄 사람이 혼자 승용차에 옮겨탈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장애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자기 몸 만지는 것이다. 장애인이 스스로 탑승하고 내릴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

그런 차량들을 보급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가.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하다. 차량 구입자에게 세금 감면을 해주고 지원금도 줘야 한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우리가 정부나 국회에 찾아가면 난감해한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얘기했더니 “집이 없어 단칸방 사는 사람(장애인)도 많은데 차 가진 사람을 왜 지원하느냐”고 하더라. 법안 발의자가 장애인이어야 한다.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철도 차량에도 장애인용 리프트가 없다. 외국에는 보통 열차 8량당 2량씩 리프트가 있다. 우리는 쇳덩어리 같은 것을 갖다놓고 장애인용 고정 지지대라고 하더라. 그런 것은 안 된다. 캐리어가 훨씬 큰 회사로 알고 있다. 어떻게 인수하게 됐나.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대상을 물색했다. 내가 한때 포드자동차 한국딜러 사업부장을 했다. 그때 느낀 점이 있다. 중소기업 제품을 팔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을 하려면 세계적인 브랜드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브랜드, 네트워크, 기술적 호환성이 중요하다. 캐리어 한국법인이 거기에 맞아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적자를 보고 있던 캐리어 지분 80%를 인수해 한국 회사로 만들었다. 물론 미국 캐리어와의 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캐리어 본사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에 우리 제품을 팔고 있다.

   
▲ 강성희 오텍캐리어 회장은 장애인 차량 개발과 보급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이 복지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자동차, 열차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한겨레 김명진
자체 브랜드 30%, OEM 30%, 수출 30% 원칙

수출하지 말라는 조건은 없었나.

세계시장에서 다른 캐리어 제품과 충돌할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우리 제품을 캐리어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할 기회가 많다. 미국에는 가정용 에어컨 공장이 거의 없다.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을 가져와 판다. 그 경우 우리가 자체 개발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내다팔 수 있다. 또한 한국 회사가 해외에 진출할 때는 같이 갈 수 있다. 롯데 하노이쇼핑센터, 현대차 중국 공장의 냉방 시스템을 우리가 설치했다. 약간의 제약이 있지만 수출에 큰 지장은 없다. 물론 미래를 대비해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클라윈드’다. 이 브랜드로 러시아에 진출했다.

캐리어 에어컨의 절전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인가.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에너지 효율이 좋은 제품에 주는 ‘에너지위너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올해도 받았다. 중요한 점은 인버터 기술이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인버터는 승용차의 자동변속기 같은 기능을 하는 장치로 에어컨 컴프레셔를 자동 조절해준다. 이 기술로 전기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리는 특히 중·대형 분야에 강하다. 소형은 삼성·LG가 잘한다. 그러나 우리 회사도 최근 머리 부분을 마음대로 회전할 수 있는 립스틱 스타일 에어컨을 출시했는데 잘 팔리고 있다. 탤런트 이보영씨가 모델이다. 신혼부부 등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삼성, LG와 경쟁하기 어렵지 않은가.

캐리어의 국내 에어컨 시장점유율이 가정용과 상업용을 합쳐 17~18%나 된다. 그런데도 국내 언론은 삼성과 LG 외에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다른 회사를 아예 무시한다. 그건 불공정한 것이다. 다양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 등에 가면 삼성과 LG가 그곳까지 진출하지 못한다. 일본 기업들은 거기까지 간다. 일본은 에어컨 회사가 13개나 되기 때문이다. 13개 회사가 전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공략한다. 우리도 에어컨 회사가 5개 정도 있어 다양한 전략과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나도 삼성과 LG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두 회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나중에 나라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나름대로 경영철학이 있다면 말해달라.

직원만 1100명이다. 관련 업체들까지 합하면 몇만명이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사람들을 책임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외환위기 때 어려움을 겪지 않았느냐. 회사가 파산하면 직원들에겐 말할 수 없이 큰 트라우마가 생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직원)에게는 그들이 미래를 꿈꾸고 설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나는 거기서 중요한 책무를 느낀다. 이것이 기본적인 바탕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직원들을 퇴출시키지 않는다. 되도록 많이 팔아서 업무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선진국 수준의 앰뷸런스, 국내 최초의 장애인차 등 새로운 제품을 많이 만들었다.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경쟁하다가 다른 사람이 쓰러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안 좋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하이브리드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예를 들면 자동차 시동을 끈 상태에서 냉난방이 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아주 적은 전력으로 7시간 정도 냉난방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굉장한 절전 기술이 필요하다. 레저용 차량(RV)에 먼저 적용할 계획이다. 트럭, 경찰차, 군용차, 소방차 등도 냉방을 위해 시동을 걸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공해가 많이 생기지 않느냐. 이런 게 또 하나의 니치마켓(틈새시장)이다.

물론 캐리어 에어컨의 본질은 상업용 중·대형 에어컨 쪽이다. 또 하나는 산업용, 그리고 빌딩 솔루션에 좀더 스탠스를 둔다. 하지만 가정용 에어컨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현재 18%인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25%까지 올리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업 하려면 트렌드 벗어나지 말라”

개인적인 것을 묻고 싶다. 성장 과정은 어땠나.

아버지가 직업군인이고 어머니는 교직에 계셨다. 그렇게 어렵지도 부유하지도 않았다. 공무원 자녀라서 그런지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무리하지 않는 편이다. 횡재를 바라지도 않는다. 모든 일에서 합리를 추구하고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

평소 돈을 쓰는 데 손이 큰 편인가.

비즈니스를 할 때는 손이 큰 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돈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절약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 지금도 세일할 때 아니면 옷을 잘 안 산다. 비싼 옷을 사서 아껴 입다보면 구형이 된다. 그래서 양복도 60만~70만원짜리를 입는다. 대신 오래 입지 않는다. 2년이 지나면 바꾼다. 그렇게 해야 디자인과 스타일이 뒤지지 않는다. 그건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회사에서 디자인을 굉장히 중시한다. 어쩌면 디자인이 60%다. 그런데 직원들에게 디자인을 강조하는 사람이 트렌드에 뒤지는 옷을 입으면 되겠는가. 양복점에서 옷 파는 사람이 옛날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다면 손님에게 제품을 권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가 트렌드에 뒤진 옷을 입고 새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겠느냐? 트렌드를 벗어나면 안 된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음악을 아주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중고 오디오를 사모았다. 31살에 결혼했을 때 60만원짜리 중고차를 샀다. 그런데 오디오는 100만원짜리 중고를 샀다. 처음에는 컨트리 음악을 좋아했지만 점점 재즈나 클래식 음악이 좋아지더라. 또 그런 음악이라야 좋은 오디오로 들을 때 효과가 난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 음악이 좋다. 김치볶음밥 같다고 할까? 나훈아 노래가 좋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음악을 2시간 정도 들으면 스트레스가 모두 풀린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악기를 배우지 못한 것이다. 늦더라도 악기를 꼭 배우고 싶다.

어린 시절 경험이 사업에 도움이 됐나.

남보다 많이 가진 사람은 언제든지 그만큼을 뺏길 수 있다. 반대로 남보다 적게 가진 사람은 나중에 그만큼 더 가질 수 있다. 항상 인간은 페어(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어느 때나 기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 잘사는 게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조금 부족한 게 더 채우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된다. 또 나중에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jnamki@hani.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