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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화와 대량 생산에 사활 건 BMW
Cover Story ● 열렸다, 전기자동차 시장- ② 세계시장 지각변동 올까?
[41호] 2013년 09월 01일 (일) 디트마어 H. 람파르터 economyinsight@hani.co.kr
   
▲ BMW 전기차 i3는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쇠 대신 카본을 이용했다. 여기에 소모되는 엄청난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력발전을 이용하는 공장을 따로 세웠다(왼쪽). BMW가 i3 개발에 투자한 돈은 약 3조~3조8천억원에 이른다. BMW는 ‘전기자동차의 재탄생’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자동차 배터리와 전기 구동장치를 모두 새로 개발했다(오른쪽).REUTERS

경제적 효용성 낮지만 혁신적 브랜드 이미지 선점 효과… 차별화 원하는 부유층 동향이 변수

BMW는 i3 출시를 계기로 전기차 상업화에 승부를 걸었다. 특히 주행거리가 150km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BMW 차량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차고에 특수 충전기를 장착해주고, 비상 충전 서비스도 제공한다. 장거리 여행 때는 BMW 일반 승용차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다 추가 요금을 내면 충전용 휘발유 모터를 붙여 주행거리를 300km로 늘려준다. 회사 차원의 전방위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디트마어 H. 람파르터 Dietmar H. Lamparter <차이트> 기자

무게와 주행거리는 물론 250kg에 이르는 i3의 대형 배터리가 이야깃거리다. i3는 차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승객이 앉는 자리의 공간을 쇠 대신 카본으로 제조했다. 개발자들은 카본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끊임없이 강조했다. 이 소재는 전에는 오로지 ‘포뮬라1’이나 최고가의 개별 부품을 만드는 데만 쓰였다. BMW의 대주주인 주자네 클라텐이 카본 제조업체 SGL에서 쇼핑했다는 사실은 자동차 소재가 BMW에 얼마나 중요한 관건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카본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많은 에너지를 감당하기 위해 BMW와 SGL은 미국 서북부 끝에 있는 모스 호숫가에 합작 공장을 건설했다. 이 공장은 수력발전으로 얻은 저렴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다. 여기서 일본산 극세 플라스틱 섬유가 특수 오븐 속에서 순수 탄소 섬유로 ‘탄화’된다. 이 섬유들은 바이에른의 바커스도르프에서 양탄자 구조의 판으로 다시 가공된다. 그리고 라이프치히에서 합성수지를 주입해 차체 부분의 판이 만들어진다. 이런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i3는 양산되는 차 가운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카본으로 된 승차 공간을 보유하게 된다. BMW의 홍보에 가장 좋은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친환경적이긴 하겠지만 과연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던 BMW 자동차라고 부를 수 있을까? i3는 최고출력 170마력으로 스포츠카와 맞먹는 힘을 지녔다. 그러나 최대 주행거리가 150km에 불과해 최고속도도 시속 150km로 제한했다. 대규모 도시의 시민들이 이런 자동차를 정말 원할까? 시내 주행용 자동차에 170마력이라는 출력이 과연 필요할까? 이 질문에 BMW의 엔지니어 울리히 크란츠는 “그렇다”고 힘주어 답했다. BMW는 전기자동차라고 해서 고출력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BMW 차량은 어느 차종을 막론하고 모두 민첩해야 한다. 뮌헨 사람들에게 ‘포기’라는 단어는 금기다.

최근 들어 판매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지만 전기자동차의 판매량을 보면 비교적 낙관할 만한 상황이다. 지난해 독일에서는 3천대에 이르는 전기자동차가 판매됐다. 판매 허가를 받은 자동차의 0.1% 규모다. 유럽에는 몇백만명의 주민이 사는 대도시가 거의 없다. 반면 중국과 미국에는 그런 도시가 꽤 있다. 그러나 이런 거대 도시에서도 배터리로만 가는 자동차의 판매량은 아직까지 0.1%대에 머문다.

한 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점유율은 2020년이 돼도 전체 자동차 시장의 1~2%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BMW의 i3 같은 자동차가 이런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일찍이 컴퓨터가 타자기의 판매 시장에 영향을 줬던 것처럼 이 기업도 자동차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올 만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크란츠는 새 자동차의 판매 가격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약 3만8천유로(약 5600만원)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후문이다. 대량생산되는 자동차 가격으로는 너무 높은 편이다.

한때 독일연방 환경청(UBA)에서 친환경적 차량을 후원했고 지금은 교통 상담자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악셀 프리드리히는 친환경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고객이 추가로 낼 의사가 있는 비용이 차값의 20% 정도라고 추정한다.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차 가운데 i3급에 해당하는 절약형 소형차의 가격은 i3의 절반이 채 못 된다. 프리드리히는 “주행거리가 150km에 불과한 자동차를 사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낼 사람이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롤란트 베르거에서 자동차 판매 상담 팀장을 맡고 있는 랄프 칼름바흐는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의 도박을 한마디로 “용감하다”고 말했다. i3의 제1세대는 경제적으로 볼 때 이익이 나지 않을 게 분명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괜찮은 전략이라는 평가다. 혁신적 상표라는 이미지가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는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 같은 고가 자동차 생산 업체들에는 중요한 요소다.

여기에 ‘힙스터’와 ‘트렌드세터’ 요소가 추가될 수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일본 도쿄, 영국 런던 같은 세계적인 도시에는 지급 능력이 있는 고객이 존재한다. 이들은 이런 자동차를 소유해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되게 할 수 있다면 기꺼이 큰 돈을 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선구자인 도요타의 프리우스나 테슬라 S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배터리 공장을 합병해 성공한 사례는 어떻게 하면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상담 전문가는 아직까지 중국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중국인은 무엇보다 신분이 중요한 요소여서 “고객들이 BMW 소형 전기자동차보다 5기통짜리 대형 BMW 차를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크란츠는 이런 의견에 대해 자신이 지휘했던 조사 결과를 반증으로 제시했다. 이 테스트에 자원한 사람들은 전기모터를 단 미니와 BMW를 타고 전세계에서 2천만km를 누볐다. “하루 평균 40km가량을 달렸다.” 이를 통해 ‘150km 정도의 주행거리면 충분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렇지만 BMW는 ‘자동차 이동 서비스’ 소장인 베른하르트 블라텔의 말을 인용하자면 ‘심리적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전기자동차의 단점을 보상해줄 수 있는 패키지를 추가했다.

고객 차고에 충전기, 차량엔 비상전화 제공

블라텔의 직원들은 고객의 차고에 특수 충전기를 장치해준다. 물론 친환경 전기회사와 계약을 맺도록 주선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운행 도중 배터리가 바닥나 길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되거나, 또 다른 비상사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비상전화가 제공된다. i3 운전자가 이 번호로 전화해 서비스 자동차를 부르면 그의 소형차는 20분 안에 속성 충전이 돼 가까운 공공 충전소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휴가 여행이나 장거리 운행을 할 경우 i3 구입자는 BMW의 일반 자동차를 이용하는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블라텔은 설명했다. 전기자동차를 위한 ‘24시간 걱정 해소’ 서비스 패키지인 것이다.

걱정거리가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또 다른 i3만의 서비스가 있다. i3에 소형 모터를 달아 자동차 운행 중에 배터리를 재충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비록 추가 요금을 내야 하지만 9ℓ의 휘발유로 가동되는 이 모터는 주행거리를 300km까지 늘려준다.

BMW는 시험운행을 해보겠다고 등록한 지원자 수가 전세계에 걸쳐 1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시험운전자일 뿐 아직 구매자는 아니다. 하랄트 크뤼거 BMW그룹 총괄사장은 “사람들이 우리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타보면 소리 없이 미끄러지는 그 감각에 저절로 마음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i3 공장 사장인 슈람과 함께 막 라이프치히의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왔다. 몇대나 생산할 예정인가? 그는 “이건 마라톤이다.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몇대를 계획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숫자는 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어쨌든 대규모 생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쟁사인 다임러는 ‘e-스마트’ 생산량을 한해 1만대로 잡았다. BMW는 그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완성된 새 자동차의 외관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박람회나 전시실에서 본 건 마지막 버전의 세부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콘셉트카’뿐이었다. i3를 설계한 책임디자이너 베누아 제이콥에게 부여된 과제는 흡사 원으로 사각형을 이룩해내라는 것처럼 어려운 주문이었다. 폴크스바겐의 폴로(Polo)나 오펠의 코르사(Corsa) 정도의 차체 길이인 4m 안팎에 4명이 앉을 자리를, 그것도 되도록 크게 만드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또한 이 자동차는 경량감·효율성·지속성 같은 i3의 모든 특징을 디자인으로 표현해야 했다. “한마디로 최고급, 똑똑, 청결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라고 43살의 프랑스인은 말했다.

공격적이 아니라 긴장을 풀고서 하는 운전은 운전자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자동차를 개발하는 이들이 지금까지는 특수 사항을 차체에 점점 ‘더 많이’ 집어넣는 데 힘을 써왔다면 다음번 차에는 단순함에 비중을 두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이 ‘네 바퀴 위의 작은 다락방’이다. 이 ‘다락방’ 24개가 하얀 덮개로 꼼꼼히 싸인 채 라이프치히의 BMW 공장 납품 구역에 서 있었다.

맨 뒤쪽에는 덮개를 쓰지 않은 차 1대가 따로 서 있다. 어쩐지 다소 낯선, 그런데도 좀 맹랑해 보이는 차다. 카본으로 된 새까만 천장에 크고 얇은 네 바퀴, 그리고 플라스틱으로 된 외장은 강렬한 빨강색이다. 9월이면 라이프치히에서 대량생산이 시작된다. 아마 11월부터는 유럽 각지의 BMW 자동차 매장에서 i3를 볼 수 있을 것이다. BMW가 실린더만이 아니라 풍차의 아우라로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그때가 되면 밝혀질 것이다.

ⓒ Die Zeit 2013년 29호 Er stinkt nicht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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