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박민지

1인당 맥주 소비 체코·아일랜드·독일 순

맥주는 물과 차(茶)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음료다. 인류가 한해 생산하는 맥주는 1480억ℓ로 병맥주, 생맥주, 캔맥주 등의 형태로 대부분 소비된다.

맥주를 가장 즐겨 마시는 국민은 독일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일인보다 맥주를 더 사랑하는 이들은 체코인이다. 맥주를 '흐르는 빵'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체코 사람들이 한해 마시는 맥주량은 1인당 160ℓ다. 500cc 생맥주컵으로 320잔이다. 거의 매일 생맥주 한잔을 마시는 셈이다. 체코는 1993년 1위에 오른 뒤 19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체코인에게 맥주는 자랑이고 기쁨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맥주를 빚었고 전세계 맥주 판매량의 90%를 차지하는 황금빛 라거 맥주의 효시인 필스너(Pilsner)의 원산지가 바로 체코 플젠(Plzen)이다. 체코는 물보다 맥주가 싼 나라다. 맥주 500cc 한잔 가격은 1달러가량으로 비슷한 양의 물·주스·소다의 반값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도 체코가 맥주 소비량 1위 자리를 고수할지는 의문이다. 체코 정부가 미성년자 음주를 막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체코의 청소년(13~15살) 알코올 섭취량은 유럽에서 가장 높다.

맥주를 두번째로 많이 마시는 국민은 '기네스의 나라' 아일랜드인이다. 국민 1인당 한해 131ℓ를 마신다.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기네스 광고판이 보인다. 아일랜드인들은 기네스를 '아일랜드의 영혼'이라고 부른다.

종류가 워낙 다양해 '맥주의 나라'로 불리는 독일이 그 뒤를 잇는다. 그러나 독일의 맥주 소비는 1976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당시 1인당 한해 151ℓ를 마셨지만 이제 116ℓ로 30%가량 감소했다. 원인은 고령화와 음주문화의 변화에 있다. 맥주의 주 소비층인 젊은이 수가 점차 줄고 직장에서 음주를 금지한 탓이다. 독일에선 만 14살만 넘으면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레스토랑과 술집에서 금연이 확산된 것도 맥주 소비량이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아시아 지역에선 일본이 1인당 51ℓ로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31위에 그친다. 한국은 33위로 1인당 39ℓ를 마신다. 중국은 22ℓ로 35위다. 그러나 중국의 맥주 소비량은 매년 10% 정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엄청난 인구 덕에 전세계 맥주의 20%를 중국인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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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mis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