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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장관급은 대한민국 1%
국내 특집 ● 고위 공직자들이 사는 법
[39호] 2013년 07월 01일 (월) 이재명 economyinsight@hani.co.kr

   
 
평균 자산 21억원으로 일반 가구의 7배… 정책 수립 국민 눈높이와 괴리될 수도

박근혜 정부 초대 장관급 인사의 재산이 공개됐다. 신고 재산은 18억5천만원이지만 실제로는 20억원을 훨씬 넘어선다. 대한민국의 상위 1%다. 일반 가계보다 7배 이상 많다. 부자라는 이유로 그들을 무작정 폄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눈높이와 일반 국민의 눈높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재명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50대 중·후반인 그들은 서울 강남 또는 경기도 분당에 있는 중·대형 아파트에 산다. 집값은 평균 8억4천만원이다. 그들은 또 오피스텔, 상가건물, 중·소형 아파트 1~2채를 투자용으로 보유하고 있다. 더러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산과 논밭도 가지고 있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은행 예·적금과 질병 또는 노후 대비용 보험금 등으로 9억6천만원에 이르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본인, 배우자, 장성한 자식들은 각각 한대씩 자동차를 굴린다. 그들은 누구일까? 언뜻 대한민국의 상류층 부자를 떠올렸을 법하다. 틀리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박근혜 정부 최고위직 공무원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위원 17명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11명의 재산신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1인당 평균 재산(순자산)은 18억5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인사청문회가 지연되면서 임명이 늦어져 재산이 7월에 공개된다. 두 장관의 재산 내역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하는 재산 내역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이른바 '순자산'이다. 부채를 포함한 이들의 자산은 1인당 평균 21억원에 이른다. 장관급 고위 공직자 가운데 최고의 재력을 뽐내는 인물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조 장관은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은 46억9738만원을 신고했다. 본인과 남편 명의로 서울 강남 지역에 16억5천만원과 15억3천만원 상당의 아파트 1채씩을 소유하고 있다. 2억8천만원가량의 호텔 헬스클럽 회원권 3개와 골프장 회원권 1개를 보유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박근혜 정부 초대 장관급 고위 공무원의 평균 재산은 21억원으로 일반인의 7배에 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국무위원들이 참석해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41억766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두번째로 많은 액수다. 본인과 배우자가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분당에 아파트 1채씩을 보유하고 있다(합산가액 34억6800만원). 예금도 1년 새 2억원가량 늘어난 12억원을 신고했다. 직전에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재직한 현 부총리는 급여 저축, 펀드 평가금액 상승, 예금이자 등으로 재산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재산이 가장 적은 인물은 1억5485만원을 신고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윤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은행예금과 보험가입액으로 1억5244만원, 2006년식 중형 자동차 가액 908만원이 재산의 전부라고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그보다 약간 많은 1억7536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장관급들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

이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15억~26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정치인 출신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38억4천만원),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26억6천만원), 조윤선 여성부 장관과 검찰 출신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21억5천만원),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29억4천만원) 등이 평균 이상의 재산을 신고한 것도 특징이다. 관료 출신 중에서는 경제 부처에 오랫동안 근무한 인물(현오석 부총리, 조원동 경제수석)이 재산 상위 그룹에 속했다. 조사 대상의 43%인 12명이 서울 강남 3구에 아파트·상가·빌라 등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순자산 18억5천만원을 가진 고위 공직자들은 우리 사회 어디에 속할까?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해마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과 부채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가계의 평균 자산(부채 포함)은 3억1495만원이었다. 고위 공직자(21억원)들이 보통 사람보다 6.7배의 재산을 더 가진 것이다. 부채를 뺀 순자산으로 비교해보면 그 격차는 7.1배로 더 커진다.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억6200만원, 부채는 5300만원이다. 장관급 고위 공직자 28명 가운데 8명이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고 부동산의 경우 신고가액보다 실거래가가 20%가량 높은 점을 고려하면 고위 공직자의 실제 순자산은 21억~2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용면적 85m²의 강남 아파트 가격이 8억~10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많은 액수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국적인 통계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통계청 관계자는 "순자산 보유액이 20억원 이상인 가계는 '상위 1%' 안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 정도면 대한민국의 최상위 재력가에 속한다는 얘기다.

실제 이들은 부자와 여러모로 닮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6월 발표한 '한국부자연구' 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개인은 지난해 말 현재 16만3천명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0.32%였다.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박근혜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자산 구성을 분석했더니 이들의 1인당 금융순자산은 9억5500만원이었다. 부채(2억8천만원)를 더한 금융자산은 10억원을 넘어선다. 이 기준으로 보면 상위 1%가 아니라 0.32%에 속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실물자산(11억7천만원)과 금융자산(9억5500만원)의 비중은 각각 55%와 45%로 한국 부자들의 통계와 정확히 일치했다. 일반 가구는 그 비중이 각각 75%와 25%로 실물자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고위 공직자들이 일반적인 부자와 차이가 있다면 금융자산의 대부분(75%)을 예·적금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부자들은 그 비율이 42%에 불과하다. 한 경제 관련 연구소 연구원은 "부자들은 건물·상가 등 부동산에 관심이 높지만 몇년 사이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점차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고위 공무원이 부자보다 은행예금 비중이 높은 건 공직자윤리법이 고위 공직자의 주식투자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공직자들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에 3천만원 이상을 직접 투자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금융자산의 비중이 높다는 건 그만큼 가처분소득이 많다는 의미"라며 "일반인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주거·교육·생계비에 쏟다보니 금융자산을 보유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장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행정부 소속 국가공무원(61만5천여명)의 상위 0.001%에 속하는 최고위직이다. 양손에 '권력'과 '재력'을 모두 움켜쥔 셈이다. '가난한 국민, 부자 공무원'이란 푸념이나 질시가 박근혜 정부에서만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다. '강부자 내각'으로 불리던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무위원들 평균 재산액은 32억5천만원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10년 전 노무현 정부의 초대 국무위원 평균 재산 11억원에 견주면 2배가량 많은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재력가들이 각료로 대거 등용됐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네번째)은 41억7천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뉴시스

프랑스도 부자 각료에 '캐비아 좌파' 논란

부자 내각은 정책의 공정성 시비를 부르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는 "각종 정책이 '그들만의 리그'로 흐를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직자가 상속이나 자신의 노력으로 부자가 되는 것을 반드시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자인 그들이 삶의 벼랑으로 떠밀리고 있는 대다수 서민들의 삶을 어찌 이해할 것인지 근심스럽다"라고 트위터에 썼다.

이런 논란은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던 프랑스는 지난 4월15일 사상 처음으로 총리와 현직 장관 등 정부 각료 38명의 재산을 공개했다. 제롬 카위작 전 예산장관이 해외 비밀계좌를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추락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공개된 각료들의 평균 재산은 91만유로(약 13억원)로 프랑스 전체 가구 평균(23만유로, 약 3억4천만원)의 거의 4배에 이른다. 일부에선 한국의 '강남 좌파'와 비슷한 뜻의 '캐비아 좌파'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처럼 부자인 고위 공직자가 수립하는 정책이 부유한 기득권 혹은 자신의 이익에 맞춰질 우려가 있다는 의심은 어느 정도 합리적이다.

윤태범 교수는 "서민 출신만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선거를 통해 뽑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무직 공무원과 달리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차관이나 수석비서관 등은 한 사회를 구성하는 계층과 집단에 공평하게 대응하도록 배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차관들의 출신 지역과 학력, 남녀 성비를 따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고위 공직자의 경제적 편향성을 줄이려는 인사권의 고려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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