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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 관리자 이메일도 갖고있다"
Interview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39호] 2013년 07월 01일 (월)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단지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설립했다는 것만으론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그 계좌를 어떻게 활용하고 실제 자산·돈의 움직임은 어떠한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박승화

"눈에서 진물이 다 나네요." 사진 촬영을 위해 '자세'를 잡아달라는 부탁에 김용진(51) <뉴스타파> 대표가 안경을 벗고 충혈된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김 대표는 연일 밤샘 작업에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 5월22일부터 한달여에 걸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잇따라 발표해 사회적 파문을 불렀다. 지금까지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욱래 DSDL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부인 연극인 윤석화씨, 전성용 경동대 총장,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등 20여명의 한국인이 세운 유령회사가 공개됐다. 반향은 컸다. 국세청 등은 이들의 탈세 여부에 대한 전면적 조사에 착수했다. 직원 28명의 작은 언론매체에 의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를 지난 6월5일 서울 신수동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연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반향이 컸다. 전체적으로 이번 발표의 의미는 무엇인가.

조세회피처는 이제껏 지구상에서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세계였다. 그 전모를 내부자가 작성한 여러 기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동안은 국세청이나 검찰 등이 개별적으로 찾아내 일부를 발표한 것이 전부였다. 이번에는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업체로부터 입수한 정보인 만큼 회사 설립 과정에서 의뢰인과 업체가 나눈 이메일 대화 내용을 포함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설립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회사 설립과 이에 따른 조직적인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이 문제가 되는데 이 부분도 확인할 수 있는가.

직접적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여러 기록과 정황을 통해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하다. 재국씨 사례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재국씨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계좌를 만들었다. 본인은 학비와 생활비를 넣어둔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은행은 그 정도 규모의 자금을 받아줄 정도로 작은 곳이 아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주로 수천만달러를 주무르는 큰손들이다. 계좌에 최소 500만달러(약 55억원) 이상은 이체해야 이 은행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재국씨가 큰 돈을 맡겼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추가 공개할 유력인사 30여명"

페이퍼컴퍼니 자체가 은밀히 이뤄지는 만큼 확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주소나 신원 확인은 한국에서 취재 인력을 전부 동원해 진행한다. 주소의 경우 한국 주소를 쓴 사람은 찾기 쉽다. 주소를 싱가포르 등 해외로 기재했을 때는 찾는 게 복잡해진다. 이름 확인 과정도 어렵다. 한국인으로 확인된 이름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인물과 동일한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재국이란 이름을 자료에서 발견했더라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인지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200명이 넘는 명단을 이런 과정을 거쳐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전재국씨를 어떻게 특정할 수 있었나.

5월 초 영문으로 된 이름을 처음 발견했다. 그때는 주소가 싱가포르로 돼 있어서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인지 특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재국씨가 설립한 '블루 아도니스' 법인을 다각도로 조사하다가 새로운 사실들을 확인하게 됐다. 입수한 자료에 있던 이 회사의 이사회 결의서를 봤는데 '서울 서초구 ○○○번지'라는 한국 주소가 눈에 띄었다. 그곳을 직접 찾아가 보았더니 전씨가 운영하는 출판사 '시공사' 본사였다. 여기에다 또 다른 문건에서 재국씨의 여권번호가 나오면서 최종적으로 전재국이란 사람이 전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설명해달라.

그동안 숱한 취재를 해왔지만 이번처럼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다. 유령회사라는 게 알다시피 워낙 은밀한 과정을 거쳐 세워지다보니 꼬리를 잡는 게 힘들었다. 특히 당사자를 찾아가 확인을 거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아무리 정황이 뚜렷하더라도 당사자의 최종 확인 없이는 발표하는 데 부담이 있다. 뻔히 답이 보이는 것을 놓고 발뺌하다보니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대기업 임원의 경우 일단 피하는 게 먼저다. 그러다 우리 쪽에서 결정적 증거를 내세우면 그제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회사와 무관하다며 선을 긋는다. 전성용 경동대 총장은 아예 잠적을 했다. 취재진이 집과 학교로 일주일 넘게 찾아갔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전재국씨도 시공사를 통해 여러 차례 연락을 남겼지만 답변이 없었다. 당사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려고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보도가 나간 뒤에야 해명을 하곤 했다. 전 총장도 결국 보도가 나간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금까지 공개된 명단을 보면 대부분 기업에 소속된 개인들이다. 또 일부 자영업자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명단 공개의 기준은 뭔가.

우리가 1차로 확보한 명단(245명)의 인물들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은 100% 확인된 것이다. 다만 그들 가운데 우리가 보도를 할 만한 공적 가치가 있는 인물로 판단한 이들이 현재 20여명이라는 것이다. 사실 단지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설립했다는 것만으론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산과 돈의 흐름이 어떠하고 그들이 그 계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초 명단에 오른 한국인 245명 가운데 20명 남짓만을 공개했다. 앞으로 추가 발표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전체 명단 가운데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통해 역외 탈세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는 이들을 가려내 우선 공개 대상자로 삼는다. 이런 기준에 따라 현재 공개 대상자가 30명 정도 더 늘었다. 모두 나름의 개별 스토리가 있다.

   
한겨레 박승화
버진아일랜드 외에 다른 조세회피처도 파헤칠 계획이 있는가.

전세계적으로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업체는 800곳이 넘는다. 이번에 입수한 자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포트컬리스트러스트넷(PTN), 커먼웰스트러스트(CTL) 등 두 회사의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이 전부다. 다시 말해 이번에 나온 명단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리한테 자료만 입수된다면 어떤 것이든 파헤쳐야 한다.

"국세청에 자료 안 준다, 스스로 밝혀내야"

ICIJ는 이 자료를 어떻게 입수했는가.

ICIJ 제라드 라일 대표 기자가 오스트레일리아 언론사 기자 출신이다. 그는 3년에 걸쳐 오스트레일리아 기업들의 역외 탈세를 추적하다가 PTN과 CTL의 내부 직원을 통해 자료를 입수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PTN은 전세계에 16군데의 지사를 두고 있다. 그만큼 규모가 크고 여러 나라 고객들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을 해주고 있다.

당시 입수한 자료의 분량이 어마어마했다. 하드디스크로 260기가바이트(GB) 분량에 달했다. 170여개국에서 온 고객 13만여명과 12만여개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보가 수록돼 있었다. 이 자료를 검색이 가능하도록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렸다. 이 기록을 ICIJ가 각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들과 함께 협업을 통해 분석했다. 영국에선 <가디언> <BBC>, 미국은 <워싱턴포스트>, 일본은 <아사히신문>이 참여했다.

ICIJ가 국내 언론 가운데 <뉴스타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ICIJ가 각 나라별로 현지 기자들이 그 나라의 상황을 가장 잘 아니까 함께 조사에 나설 현지 파트너를 구했다. 이를 보고 우리 쪽에서 공동 작업을 제의했다. 우리는 ICIJ 회원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ICIJ가 있는 미국으로 가서 <뉴스타파>에 대해 설명한 뒤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그쪽에서 <뉴스타파>가 비영립 독립 탐사보도 매체고 역량 있는 리서치팀을 갖추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줘 우리를 선택한 것 같다.

국세청이 ICIJ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달라고 요청해왔는가.

공식적으로는 없었지만 비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ICIJ는 지난 4월부터 미국·영국 국세청의 자료 요청을 거절하면서 명확히 입장을 밝혔다. 언론기관이 취재 과정에서 획득한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ICIJ의 입장이다. 우리도 여기에 동의한다. 저널리즘 윤리에도 어긋난다는 생각이다.

국세청이 역외 탈세를 근절하겠다며 국회에서 예산까지 지원받았다. 국세청이 의지만 갖고 있다면 페이퍼컴퍼니를 밝혀낼 수 있다고 보는가.

당연히 가능하다. 미국이나 영국의 조세 당국도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 국제 공조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면 훨씬 더 세밀하게 조사할 수 있다. 그 자료에는 설립인 이름, 설립 시기, 설립 장소, 회사 이름, 계좌 개설 정보 등이 모두 나와 있다. 이를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축적한 자료와 비교해가며 추적하면 못 밝힐 이유가 없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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