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주 지지옥션 회장은 자수성가한 사업가의 전형이다. 40살의 나이에 뒤늦게 시작한 경매정보 제공 사업이 연매출 100억원대 규모로 커졌다. 한겨레 김명진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관련 산업이 모두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다. 부동산 경매시장은 오히려 활황이다. 값싼 매물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4·1 부동산 대책 이후 투자자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불황 속 호황인 것이다. 지난 4월 창립 30돌을 맞은 국내 1위의 경매정보 제공업체 지지옥션의 강명주 회장(사진)을 만나 경매시장의 속살과 개인적인 사업 성공 비결 등을 들어봤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경매'라고 하면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1983년 사업을 시작할 때 '경매정보'라는 작은 간판을 붙였다. 그랬더니 상가에 질이 안 좋은 업체가 들어왔다고 난리더라. 채무자 피를 빨아먹는 업체라며 쫓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정보를 제공하면서 경매가 정말 좋아졌다. 소수의 브로커가 독점하던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경매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게 만들었다.

1983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경매정보라는 게 없었다. 법원 경매 담당자와 브로커가 결탁해 그 사람들만 돈을 벌었다. 좋은 경매 물건에 대한 정보는 아예 서류에서 누락됐다. 그런 물건은 브로커만 가서 경매를 했다. 경매 관계자와 브로커가 이익을 나눠가졌다. 경매계장을 6개월 하면 집 한채 장만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경매정보지를 어떻게 유료화했나.

그런 상황에서 경매정보지를 만들었다. 경매계장의 호주머니에서 브로커의 호주머니로 바로 가는 것을 내가 잡아낸 것이다. 한마디로 세상이 뒤집어졌다. 특히 브로커만 아는 물건을 '누락정보'라는 이름으로 정보지에 올렸다. 경매 물건이 100개가량이면 20개는 감춰져 있었다. 이 중 10여개를 찾아내 올린 것이다. 2~3장짜리 프린트물이었지만 우리 정보지를 얻으려고 난리가 났다. 하도 줄을 많이 서니까 직원이 팔자고 그러더라. 그래서 2천원씩 받고 팔았다. 결과적으로 브로커가 독점하던 이익이 일반 채무자와 낙찰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사람들은 경매한다고 하면 모두 브로커인 줄 안다. 나는 오히려 브로커와 대척점에 서 있었다.

브로커의 독점 카르텔 깬 경매정보지

협박도 많이 받지 않았나.

처음에는 협박을 많이 받았다. 죽인다고 했다. 법원 경비가 우리 직원들의 출입을 막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브로커가 알짜 물건 몇건만 정보지에서 빼달라고 협상을 해오더라. 그것도 거부했다. 그랬더니 결국 브로커도 우리 정보지를 보기 시작하더라. 감춰놓은 물건이 정보지에 실렸는지 확인하려고 어쩔 수 없이 구독했다. 그러다가 1993년 법원 경매가 호가제에서 입찰제로 바뀌면서 경매가 대중화됐다.

올해가 경매의 적기라고 들었다. 그런가.

경매의 절정기는 불황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매물이 쌓이고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가 모여드는 때다. 매물 증가와 투자심리 회복이라는 두 요건이 맞아떨어지는 시점이 피크다. 가격으로는 올해 초가 거의 바닥이었다. 낙찰가율이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았다. 지금은 4·1 부동산 대책으로 응찰자 수가 늘고 평균 낙찰가도 올라가고 있다. 지난 4월의 낙찰총액은 역대 최대였다. 작은 평형 아파트로 자금이 많이 몰렸다. 경매시장이 당분간 탄력을 받을 것 같다.

과거에는 경매정보가 부족했지만 요즘은 넘쳐난다. 그래서 더 접근하기 힘들다.

무료 정보는 많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매정보는 대법원 사이트의 정보를 그대로 가져오거나 거기에 양념을 조금 가한 것이다. 유치권이나 세입자 상황 등은 무료 정보에 안 나온다. 결국 경매에 써먹지 못하는 정보다. 예를 들어 상가나 공장 등에 붙어 있는 유치권은 80~90%가 가짜다. 우리는 그런 것을 100% 구분해낸다.

진짜 정보는 인터넷상에서 머리나 손가락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정보는 발바닥에서 나온다. 발로 뛰어야 나온다는 얘기다. 지지옥션 정보를 100만원이나 내고 왜 보겠느냐. 대법원 것을 공짜로 보지. 다른 데는 발로 뛴 정보가 없다. 그래서 우리 정보를 보는 것이다. 외부 사람들은 '정보를 많이 아니까 너희가 좋은 것은 다 가져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보만 보지 돈은 안 본다. 정보에 대한 집념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세입자, 유치권 등 중요한 정보를 생산하고 분석해서 내놓는다.

시세 차익보다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노리라는 얘기가 많다.

맞는 얘기다. 그건 경매뿐 아니라 부동산 등 모든 사업에 적용된다. 하나의 사업철학이다. 적은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은 큰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을 항상 이기게 돼 있다. 처음부터 큰 이익을 노리면 자기 형편 이상으로 빚을 내고 무리하게 된다. 그러나 월세 수입 등 작은 이익을 추구하면 경기의 영향을 덜 탄다. 부동산 불경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다 경기가 살아나면 기대 이상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큰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아무래도 리스크가 많다. 지금은 아파트형 공장, 오피스텔, 근린상가 등 수익형으로 가는 게 맞다.

경영 성과는 어떤가. 매출과 영업이익은 얼마나 되나.

최근 몇년 동안 연평균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0~30% 된다. 경매는 경기를 타지 않는 특수 영역이다. 부동산이 호황일 때는 부동산 매입 정보를 많이 보기 때문에 매출이 증가한다. 반대로 요즘같이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낙찰가가 싸기 때문에 또 호황이다. 그래서 불황과 호황이 따로 없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지만 매출이 줄거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경우는 없다. 현재 100쪽 가까운 경매정보지를 지역별로 매일 10여가지씩 발행하고 있다. 한달에 300가지나 된다. 본사 직원 60여명과 현장조사 담당자 40여명이 맡고 있다.

지지옥션의 경영구조는 어떻게 돼 있나.

지지옥션은 주식회사다. 자본금은 30억원가량이다. 대부분의 지분을 내가 보유하고 있다. 일부 지분을 매각했는데 액면가의 10배에 매각했다. 회사 소유 부동산의 자산 가치만 100억원이다. 그것만 해도 자본금의 3~4배다. 거기다가 회사의 가치를 따지면 10배가량 될 수 있다. 앞으로 상장할 생각이다. 하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다. 천천히 하려고 한다. 상장 조건도 까다롭고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명주 지지옥션 회장의 바둑 사랑은 남다르다. 아마추어 4단 실력의 강 회장은 지지옥션배 바둑기전 개최에 매년 2억5천만원을 지원한다. 한겨레 김명진

"경매 정보는 발바닥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최초로 경매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 성과는 어떤가.

경매펀드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부동산펀드다. 부동산펀드를 경매펀드로 특화한 것이다. 2011년 7월 자산운용사 인가를 받아서 3년이 다 되어간다. 모두 5호 펀드까지 조성했다. 총매출이 1천억원 정도며, 예상 배당률은 10% 안팎이다. 10%는 임대수익률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5년 뒤 부동산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면 배당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경매펀드의 장점은 돈을 모아서 큰 물건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낙찰가율은 80~90%다. 그러나 100억~200억원짜리 부동산은 낙찰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다. 경쟁자가 몇명 안 되기 때문이다. 싸게 샀기 때문에 이익이 많이 나고 처분하기도 쉽다. 지지옥션 회원들도 간접투자에 점점 관심이 많다.

학창 시절에 가난했다고 들었다.

나는 강원도 울진(지금은 경상북도) 출신이다. 6살 때 한국전쟁을 겪었다. 대학은 상상도 못했다.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하며 고등학교에 다녔다. 학비가 없어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다보니 졸업하는 데 5년이 걸렸다. 결국 영락교회 재단이 운영하는 영락상고에 갔다.

중학교 때는 전교 1등을 했지만 고등학교 성적은 60명 중 58등이었다.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고 고교 졸업장만 원했기 때문에 시험지를 그냥 백지로 냈다. 담임선생님이 대학에 가보라고 권해서 고3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건국대 축산학과에 가면 장학금을 받고 덴마크에 국비장학생으로 유학을 갈 수 있다고 해서 그걸 목표로 했다. 그런데 2차인 건국대 시험을 보기 전에 1차로 고려대 축산학과에 지원했는데 합격해버렸다. 고등학교가 후원하고 울진 지역 국회의원이 등록금을 대줘서 1965년 고려대에 들어갔다.

대학 생활은 어땠는가.

잊히지 않는 가슴 아픈 일이 하나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신문도 팔고 껌도 팔았다. 한번은 껌과 '미깡'(귤)을 팔러 서울 명동의 다방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이화여고 나온 같은 과 여학생 두명과 마주쳤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너무 창피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도망쳤다. 지금 같으면 다른 말로 둘러댔을 것이다. 아르바이트한다고 왜 떳떳하게 얘기 못했을까? 껌을 팔았다는 것보다 아무 말도 못하고 도망친 게 더 부끄러웠다.

껌 팔다 동기 여학생 마주친 아픈 기억

학생운동은 안 했나.

학생운동은 따로 안 했다. 그래서 징역은 안 갔다. 다만 대학 신문사 기자로 있으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고 만평을 그렸다. 그래서 경찰서, 중앙정보부, 보안사령부 등 여기저기 많이 끌려다녔다. 대학교 4학년 때 아내와 약혼한 상태에서 갑자기 잡혀가 4~5일 동안 소식이 끊기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신문사 직원으로 채용돼 1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그게 내 평생 유일한 직장 생활이었다. 그러나 내 성격과 맞지 않아서 직장 생활은 못하겠더라.

대학 졸업 뒤 다른 사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사업은 연소기(석유풍로) 생산을 했다. 그러나 나는 축산학과 출신이었다. 기계 등을 너무 몰랐다. 게다가 1970년대 후반 제2차 오일쇼크로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건이 안 팔렸다. 그래서 2~3년 만에 망했다. 생산시설이 모두 고철이 돼버렸다. 내가 너무 모르는 분야여서 작은 위험에도 대응하지 못했다.

지지옥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연소기 사업이 망한 뒤 2~3년 쉬고 시작한 게 경매정보 사업이다. 1983년 40살 때였다. 그때 나는 신문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매체가 약하면 광고를 싣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아예 광고 없는 정보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정보지는 많은 돈이나 시설 투자가 필요 없다. 그래서 나와 아내, 직원 3명이 시작했다. <계약경제일보>란 이름의 경매정보지였다.

성공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두번의 큰 결단을 했다. 하나는 광고를 안 싣기로 한 것이고, 또 하나는 선불제를 시행한 것이다. 오로지 정보 하나에만 의존했다. 만약 내가 광고부서를 뒀다면 사업을 여기까지 끌어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상품이 좋아야 한다. 석유풍로 사업이 망한 이유도 외부 요인이 아니라 상품이 나빴기 때문이다. 나는 경매정보 하나를 얻기 위해 강릉, 철원, 영월, 심지어 울릉도까지 갔다. 주위에서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정보에만 집중한 것이 성공 요인이 됐다. 이 사업을 시작한 뒤 30년 동안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바둑 육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바둑을 좋아한다. 바둑은 수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신비하다. 스포츠에 프로선수가 많지만 그 가운데 머리를 쓰는 바둑 프로들이 가장 훌륭해 보이더라. 수입은 바둑 프로가 가장 적다. 그래서 바둑을 후원하게 됐다. 지지옥션배 바둑기전에 해마다 2억5천만원을 지원한다. 매출이 100억원인데 2억5천만원을 낸다는 것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여성 기사와 시니어 기사가 대결하는 방식인데 그게 히트했다. 시청률이 세계대회 다음으로 높았다. LG, 강원랜드 등 상금이 많은 기전들이 있다. 그런 것보다 우리 대회의 시청률이 높다. 어린 여성 기사들이 연승하니까 관심을 많이 갖더라. 지지옥션배 기전을 100억원에 팔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바둑기전으로 이미지가 좋아졌다.

앞으로 계속 바둑을 후원할 생각인가.

나와 관계된 모든 것에 바둑을 집어넣었다. 특히 어린이에게 바둑을 보급시킬 생각이다. 컴퓨터 게임이 아니라 바둑을 하게 해야 한다. 바둑에는 예(禮)가 있다. 두뇌 발달도 된다. 그리고 바둑이 3~4급은 돼야 인생 사는 것이 즐겁다. 친구들을 보면 바둑 두는 사람이 행복하다.

내가 골프를 한 지 25년이 됐다. 골프 친구는 5명이 안 된다. 하지만 바둑 친구는 100명이 넘는다. 골프와 바둑은 인간관계가 다르다. 바둑을 둔다고 하면 영원히 친구 같고 만나고 싶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드는데, 골프는 바둑만 못하다. 바둑은 갈수록 정이 든다. 그게 다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나이가 70살이지만 건강 관리를 잘해서 당분간 은퇴할 생각은 없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하나 남기려고 한다.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실은 만평이 600여회나 된다. 이걸 책으로 엮을 생각이다. 바둑 육성 사업도 계속할 계획이다. 바둑에서는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사업 면에서는 3년 전 출범한 경매펀드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게 정착되면 경매시장이 달라질 것이다.

jnam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