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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생존 위한 빅뱅이 시작됐다
Trend 새 사업모델 찾아나선 제약업계
[38호] 2013년 06월 01일 (토) 다비드 벨리아르 economyinsight@hani.co.kr

   
제네릭(복제) 의약품의 공세와 생명공학의 약진으로 의약품 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이 미국 뉴욕의 화이자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REUTERS

제네릭 공세와 바이오 약진으로 의약품 시장 지각변동…

생명공학 기업 인수 등 활로 찾기

제약업계가 새로운 사업모델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제네릭(복제) 의약품의 공세와 바이오의약품의 성장으로 시장 판도가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제약회사들은 의약품 수요가 급증하는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거나 생명공학 기업 인수 등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다비드 벨리아르 David Belliard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요즘 제약업계 상황이 전처럼 좋아 보이지 않는다. 2010년 '메디아토르 스캔들'(당뇨병과 비만 치료제인 메디아토르로 인해 적어도 500명 이상이 사망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진 사건) 이후 제약업계에는 쉴 새 없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위기는 상대적인 것이기도 하다. 비록 세계 의약품 시장의 성장세가 2001년 12%에서 2011년 5%로 다소 둔화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다른 업계의 부러움을 살 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약품 전문 조사기관 'IMS 헬스'에 따르면, 2014년 국제 의약품 시장의 매출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2010년보다 무려 20%나 증가하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도 제약업체 경영자의 80% 이상이 2013년 수익 증대를 확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낙관적 전망에도 업계는 무조건 박수만 칠 수 없는 상황이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주력 상품) 시대가 저무는 가운데 제약산업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황금기가 끝났음을 확인시켜주듯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사노피아벤티스, 화이자 등 거대 제약회사에까지 감원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형 제약회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것은 업계가 새로운 경제모델을 모색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2000년대 초까지 대형 제약회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 인식돼왔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란 특허권을 보장받는 덕분에 장기간에 걸쳐 개발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인기 의약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콜레스테롤 치료제 리피토(Lipitor)다. 2011년 리피토는 제조사 화이자에 전체 연매출의 15%에 달하는 100억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줬다. 요즘도 제약산업은 이런 몇몇 베스트셀러 의약품 덕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신용보험기업 '오일러 헤르메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2년 평균 20%대 기록). 그 돈으로 8억~10억유로에 달하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에 제약사들 수익구조 휘청

하지만 최근 대형 의약품들의 특허가 줄줄이 만료되고 있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다. '효자 종목'으로 통하던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갑작스레 제네릭(복제) 의약품과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이나 효능은 같지만 가격이 훨씬 더 저렴하다.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미 제네릭 의약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도 제네릭 의약품 사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선진국들이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가령 2010년 OECD 국가에서는 1975년 이래 처음으로 의료비 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에 따르면 프랑스 내에서도 제네릭 의약품은 전체 시장의 11%(금액 기준)를 차지한다. 1999년까지만 해도 2%에 채 미치지 못했던 수치다. 한마디로 그동안 대형 제약회사들이 누려오던 정기적 수익이 눈 녹듯 사라지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제약회사들은 치료 효능이 크게 개선된 의약품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았지만 최근에는 혁신적인 신약의 씨가 말랐다. 2011년 프랑스에서는 고등보건기구(HAS) 산하 투명성위원회로부터 '임상편익개선'(ASMR) 등급을 허가받은 신약이 기껏해야 23종에 불과했다. 그 가운데 '중대한 혹은 상당한 치료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은 신약은 단 6종에 그치고 있다. 필리프 라무뢰 프랑스제약협회(LEEM) 회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요즘은 효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신약이 줄고 대신 신약 효과가 조금씩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다. 그만큼 예전보다 평가가 어려워졌다."

제약회사들은 그동안 수익성 좋은 제품을 어떻게 하면 계속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지에 몰두해왔다. 이를 위해 '미투(me-too)제품'으로 불리는 유사의약품을 시장에 내놓는 전략을 썼다. 미투제품은 제네릭 의약품과의 경쟁을 피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높은 판매가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치료 효과가 얼마나 좋아졌는지에 상관없이 신상품의 가격이 언제나 기존 의약품보다 더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은 제약회사가 치료 효과도 별로 좋지 않은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온통 투자비를 쏟아붓도록 했고, 실질적인 혁신에는 소홀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관련한 기술혁명이 시작됐다.

처음 생명공학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은 영세업체들이었다. 대개 영세업체들이 획기적인 질병 치료의 신기원을 열었다. 바이오의약품은 주로 암치료(오늘날 암치료제의 4분의 3이 생명공학을 접목한 제품이다)나 면역·감염질환 치료 등에 집중돼 있다. LEEM에 따르면, 현재 전체 신약의 20%가 바이오의약품이다. 향후 몇년 안에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IMS 헬스는 2010년 바이오의약품의 시장 규모를 1380억달러로 추산했다. 10년 전만 해도 기껏해야 330억달러에 불과했던 수치다. 기술혁명이 현 경제모델의 종언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약회사들은 넓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대중적 제품을 세계시장에 쏟아내며 화학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대량 시판해왔다.

   
비아그라 성분 물질특허가 만료되면서 비아그라 복제약 제품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약국에 진열된 비아그라(위). 2000년 330억달러에 불과하던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0년 1380억달러로 증가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현장. REUTERS / 뉴시스
바이오의약품이 불러온 의료계의 변화

하지만 생명공학의 발전은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보다 훨씬 더 선별된 질병의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결국 생명공학의 발전은 좀더 세분화된 소수의 환자를 겨냥해 각 질병의 원인에 최적화된 치료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이른바 '맞춤의학'(Stratified Medecine·환자의 생물학적 특성, 특히 유전정보에 따라 가장 적합한 치료를 하는 것을 의미) 쪽으로 의학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그만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현재 제약업계는 제네릭 의약품의 공세, 선진국의 긴축재정 기조, 생명공학 출현 등 다양한 현안에 직면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약업계에 가장 중요한 시장은 개발도상국이다. 오늘날 개도국에서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비만, 암 등 이른바 선진국에서 많이 걸리는 질환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그 덕에 개도국의 의약품 수요가 점점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지는 추세다.

제약업계는 제네릭 의약품의 공세에 맞서 사생결단으로 개도국 안에서 특허권을 수호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때로는 취약계층이 필수의약품에 접근할 권리까지 가로막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인 전략에 불과하다. 투자 여력이 되는 일부 제약회사는 현지의 '제네릭 제약사'를 그냥 인수해버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브라질의 제약회사 메들리를 인수한 사노피다.

제네릭 의약품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거대 제약회사의 행태는 비슷하다. 거대 제약회사는 직접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대신 거금을 주고 흥미로운 신약을 연구 중인 바이오제약회사를 사들이고 있다. 가령 2009년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는 470억달러에 세계적인 생명공학기업 제넨테크를 인수했다. 2011년에는 사노피아벤티스가 쇼핑에 가세해 미국 최대의 희귀질환 연구 기업인 젠자임을 인수했다.

대형 제약회사와의 인수·합병 덕에 생명공학 기업은 연구·개발비의 상당액을 차지하는 임상실험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고, 과거보다 한결 생산 공정이 복잡해진 의약품 제조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대형 제약회사도 생명공학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상업적·의학적으로 잠재력이 높은 의약품과 그 노하우를 확보하며 급성장 중인 유망 분야에 진출할 기회를 거머쥐었다.

물론 바이오 의약품은 좀더 세분화된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기에 시장이 협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수익성은 충분히 보장된다. 환자 1명을 치료하는 데 연간 수만유로가 들어가는 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압권은 바이오의약품의 복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제네릭 의약품과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가 없다.

점점 질병 연구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제약업계가 단순히 인수·합병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이제는 연구·개발 모델의 쇄신에까지 나서고 있다. 가령 의약품을 질병관리 등의 서비스와 연계한 '의료 통합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일부 폐암 환자 치료를 위한 맞춤 의약품 '잴코리'(Xalkori)를 진단 테스트와 함께 패키지로 묶어 승인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약회사들은 더이상 연구실에 틀어박혀 독자적인 연구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됐다"고 PwC 연구원 안 크리스틴 마리가 지적했다. "이제는 제약회사가 투자에 집중하고 연구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파트너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 다시 말해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것은 외부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트렌드는 '개방형 혁신'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제약산업은 임시협정, 기술이전, 일부 신약에 대한 공동개발 등의 형태로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간 개방형 혁신의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가령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는 생명공학 기업 아멜린을 인수하고 이를 토대로 2012년 다른 기업과 당뇨병 치료를 위한 제휴협정을 체결했다.

제약회사들은 민관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0년 사노피아벤티스는 의료연구 분야에서 활동 중인 주요 공공기관들의 네트워크인 국립생명과학보건학연합(Aviesan)과 면역질환 연구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일라이릴리도 '오픈 이노베이션 드러그 디스커버리'(Open Innovation Drug Discovery)라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외부 기관들과 기술공유협정을 맺었다. 한마디로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다시 황금알을 낳아줄 기적의 신약을 찾아 개방형 혁신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제약업계가 이른 시일 내에 과거와 같이 채산성 높은 사업모델을 찾아내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가령 요즘 개도국에서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전세계적 유행병과 관련해 만인의 치료권이 중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입증하듯 최근 인도 대법원은 노바티스가 개발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한 특허 요청을 기각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제네릭 의약품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에는 뼈아픈 패배가 아닐 수 없다. 반면 환자들은 덕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글리벡 치료는 1인당 월 4천달러가 들 정도로 고가여서 빈곤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복제약은 73달러만 주면 구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바이오의약품의 채산성이 좋은 이유는 때로 가격 대비 효능이 형편없는 치료제가 비싸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암치료를 위한 신약들은 그저 몇개월 생명을 연장하는 효과밖에 없는데도 심각한 부작용까지 감수하며 소비되는 실정이다. 2009년 프랑스 윤리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은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기사에서 죽음을 선고받은 환자가 고작 몇개월을 더 살자고 수만유로를 지출하는 것이 정말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앞으로 신약에 대한 의학·경제학적 평가가 좀더 보편화된다면 생명공학과 바이오신약 열풍도 조금 수그러들지 않을까.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3년 5월호(제324호) Médicaments: le big bang industriel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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