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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천재들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② 어떻게 성공했나
[38호] 2013년 06월 01일 (토) 프랑크 타데우스 economyinsight@hani.co.kr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7일 워싱턴에서 열린 '2013 정상회의'(Fiscal Summit)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클린턴과 존 F. 케네디는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사이코패스 성향이 가장 강한 사람들로 분석됐다. REUTERS

케네디·클린턴도 해당… 놀라운 집중력으로 당면 과제에 몰두하고 방해물 걸러내

성공한 사이코패스는 연쇄살인범과 달리 자신의 인격장애를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들은 긴장과 흥분을 즐긴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추진하고 그 결과로 돈·명예·권력을 손에 넣는다. 심리학자들은 이들이 성공하는 이유로 무자비함, 매력, 집중력, 강인한 정신, 현실 직시, 실행력 등을 꼽는다.

프랑크 타데우스 Frank Thadeusz <슈피겔> 기자

여성 심리학자 벨린다 보드와 카타리나 프리츠존의 연구 결과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사이코패스적 특성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두 여성학자는 영국인 기업가 39명을 미국 매사추세츠주 버크셔카운티의 브로드무어 정신병원에 수감된 1천여명의 정신이상 범죄자와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보드와 프리츠존은 철통 보안 속에 갇혀 있는 범죄 위험성이 높은 정신병 환자들보다 오히려 기업 경영자들이 더 부정직하고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자기중심적 성격, 공감능력 결여, 아집, 위압적 행동 같은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분류되는 특성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학자들은 그런 특성의 집합을 인격장애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정상적 행동의 과도한 형태일 뿐인지를 두고 논쟁 중이다.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만든 로버트 헤어는 자신의 테스트에서 특정 점수 이상을 기록하면 이는 명백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와 반대로 심리학자 케빈 더턴은 정상인과 사이코패스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말한다. "사이코패스 성향 구분은 지하철 카드의 요금 구역 구분과 비슷하다. 거의 모든 사람이 특정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핵심부에 속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일반인에게 불안감을 주는 유형의 사람들 가운데 핵심 구성원은 여전히 학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사이코패스의 인격장애가 처음에 왜 발생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궁금해한다. 이런 성향에도 유익한 점이 있을까? 더턴 교수가 추측하는 것처럼, 사이코패스는 어쩌면 과거 한때 인간의 역사 속에서 필요했던 성향이 교묘하게 진화된 변종은 아닐까?

예를 들어 사이코패스는 원시사회에서 부족의 생존을 보장해주던 대담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전사들의 후손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더턴 교수는 이들이 '생물학적 실패작'일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이와 같은 설명은 최근 심리학자들이 몰두하고 있는 또 다른 비밀을 밝히는 데 열쇠가 될 수 있다. 왜 어떤 사이코패스는 어린 시절부터 흉악한 폭력범죄로 자신의 삶을 망치는 데 반해, 또 어떤 사이코패스는 인격장애를 매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

오랫동안 임상법의학자들은 사이코패스가 높은 지능지수(IQ)를 지닌 경우가 많은데도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을 정설로 여겨왔다. 이런 유형의 인간들은 그것이 희생자의 살해를 요구하더라도 욕망의 즉각적 충족을 갈구한다.

기업인, 정신병자보다 사이코패스 성향 강해

사이코패스는 보통 자신의 삶을 현실적으로 계획하지 못한다. 사이코패스를 연구해온 사람들은 장기징역형을 받았는데도 자신의 화려한 미래를 꿈꾸는 수감자를 보고 놀란 적이 많다. 직업적 성공을 거둔 '가벼운 증상'의 사이코패스는 전혀 다르다. "그들은 보상 요구를 뒤로 미룰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것이 바로 이들로 하여금 덜 충동적이고 덜 반사회적인 삶을 영유케 하는 결정적 차이점일 것"이라고 더턴 교수는 설명한다.

그에 더해 이 가벼운 사이코패스들은 범죄자는 물론 일반 사람들과도 다른 능력을 지닌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들에게도 다른 사이코패스와 마찬가지로 보상 심리나 쾌감 추구가 행동의 근본적인 동기다. 하지만 더턴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동시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자신 앞에 놓인 과제에 정확히 몰두하고 모든 방해물을 무자비하게 걸러내는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능력 때문에 사이코패스들은 일반인이 스트레스 때문에 감당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주장한다. 더턴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사례는 과거 영국의 엘리트 군인 출신 작가 앤디 맥냅과 권투선수 슈거 레이 레너드다.

더턴 교수는 "레너드는 잘생긴 외모와 세련된 언어 구사로 모든 사람을 속였다"며 "실제로 그는 사이코패스 기질을 지닌 운동선수의 전형적 사례였다. 그는 상대방의 약점을 즉시 알아차렸고 마치 코브라처럼 그 약점을 공격했다"고 말한다. 전 대테러부대원 맥냅은 더턴 교수와 우정을 맺기까지 했다. "나는 이들과의 교류가 매우 즐겁다. 하지만 심각한 상황에 돌입하면 특수부대원들은 극도로 냉철해진다. 이 분야는 사이코패스에게 이상적인 직장이다."

사이코패스에게 이상적인 직장 중 하나는 미국의 대통령직이다.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대학의 심리학자 스콧 릴리엔펠드는 세계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던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실험에 도전했다. 릴리엔펠드는 동료 몇명과 함께 한명 또는 다수의 미국 대통령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했던 121명의 전문가 집단을 모집했다.

전문가 집단은 릴리엔펠드와 동료들이 함께 개발한 광범위한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설문조사의 명칭은 '사이코패스 성격 목록'(Psychopathic Personality Inventory)이었다. 헤어의 테스트와 달리 릴리엔펠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이코패스에 설문의 초점을 맞췄다.

설문조사 결과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1위를 차지한 사람들이 유권자의 눈에 더 나은 대통령으로 비쳤던 두 대통령, 존 F. 케네디와 빌 클린턴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근대 미국 역사상 가장 악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리처드 닉슨은 에이브러햄 링컨보다 한참 낮은 순위에 자리했다.

"사이코패스 성향 평가에서 닉슨이 평균 이하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닉슨을 주로 긴장에 가득 차 있고 신경질적이며 편집증 증세를 보였다고 묘사했다"고 릴리엔펠드는 설명했다. 닉슨의 최대 라이벌 케네디와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에도 국민에게 힘이 넘치고 활기찬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쿠바 사태(케네디 대통령이 1962년 10월22일 쿠바로 수송되던 소련제 핵미사일을 함정 183척, 군용기 1190대로 봉쇄하면서 전세계를 핵전쟁의 위기로 몰아넣은 일주일간의 사태) 때 전세계가 핵전쟁에 돌입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인데도 케네디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소련에 맞섰다.

   
왕년의 권투 영웅 슈거 레이 레너드(맨 오른쪽)는 사이코패스 기질을 지닌 운동선수의 전형적 사례다. 레너드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권투 자세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사이코패스 성향, 정치인·종교인·사기꾼에 적합

클린턴과 케네디 전 대통령의 공통점은 문란한 사생활과 무한한 카리스마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동료들에게 두 남자는 묘하게 항상 낯선 인물이었다. 클린턴의 보좌관 조지 스테퍼노펄러스는 클린턴을 "모든 사람에게 무엇이라도 돼줄 수 있지만 진정한 정체는 알아채기 힘든 '만화경' 같은 존재였다"고 묘사한다.

보통 사이코패스들은 공감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더턴 교수는 반대로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들이 특이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추측한다. 단지 이들은 그 지식을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용할 뿐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들은 상대방의 얼굴에서 미세한 표정, 즉 극히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가면서 한 인간의 실제 상태가 밖으로 표출되는 무의식적이고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더턴 교수는 이 능력 때문에 사이코패스들이 사람을 속여서 자신을 믿게 만드는 데 능숙하고, 그 때문에 사이비 종교 또는 파렴치한 사기꾼과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와 유사하게 독일 괴팅겐의 심리학자 보르빈 반델로브는 "지금 돌이켜보면 적군파 현상은 적군파 수장인 안드레아스 바더라는 한 외톨이의 자기 과시적 부산물이었을 뿐"이라고 평가한다. 반델로브는 "카리스마 넘치는 테러 지도자는 사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고, 그의 목적은 자신의 인격장애를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었다"고 분석한다.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신도들을 노골적이고 편리하게 착취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가 1970년대에 활동한 또 다른 사이비 종교단체 교주다. '오쇼 라즈니시'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인도인 찬드라 모한 자인은 추종자들에게는 생활의 소박함을 설교하면서 자신은 수시로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가지려 했다. 추종자들이 이 모순을 불평 없이 받아들인 것에 대해 오쇼 라즈니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인류 가운데 5%는 현명하다. 그리고 나머지 95%는 내 추종자다."

ⓒ Der Spiegel 2013년 16호 Raubtiere ohne Kett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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