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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올라도 실질금리 보전
[투자 전략]
[3호] 2010년 07월 01일 (목) 이정범 economyinsight@hani.co.kr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채권 애널리스트

최근 정부는 201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5.8%로 상향했다. 경제회복기에도 올 상반기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경험했다.  향후 글로벌 경제의 성장 경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재테크는 꺼려지는 상황이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한다면 채권투자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채권에 투자하면 미래에 고정된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 가격은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이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바뀔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채권을 매수한 뒤 금리가 상승하면 (고정된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떨어져) 채권 가격은 하락하며,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될까?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채권의 금리는 크게 상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공조된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정책으로 금융위기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벗어났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 추세가 훼손될 것이라는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중·장기 채권 금리 급등 없을 듯
경제성장이 둔화된다면 채권투자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채권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 논쟁이 채권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면 장기 채권은 이를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는 곧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만약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다면 시장금리는 경기 둔화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채권의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인플레이션기대치로 구성된다. 만약 경제가 나빠 실질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물가 상승 증가분이 더 크다면 채권의 할인률인 명목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채권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멀지 않은 장래에 글로벌 물가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총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높은 실업률 등 경제 자원의 유휴(slack)가 많기 때문에 저금리에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게 유지되며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도 안정돼 있다.
 
   
 
하반기 인플레 압력 가중 가능성

그러나 하반기 한국의 물가 상승 압력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회복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산출량이 이미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제 이론에 따르면 경제의 산출량이 잠재 산출량 수준을 초과하게 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최근 통화 당국이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아웃풋 갭(Output Gap·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이 이미 균형 수준에 근접했고 하반기에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물가도 장기적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물가는 “장기적으로는 화폐적 현상”(통화량(M)×화폐통속도(V)=물가(P)×거래량(Q))이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높고 경제의 산출량이 정상 수준에 크게 못 미치더라도 유동성이 과다하게 공급되면서 물가가 상승한 역사적 사례는 무수히 많다.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목표로 하지만 장기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 구매력(Purchasing Power) 손상을 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물가연동채권이 좋은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물가연동채권은 채권의 원금 및 이자 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켜 채권투자에 따른 물가 변동 위험을 제거해준다. 한국은 2007년 물가연동국고채를 발행했으나 금융위기로 물가가 하락하면서 발행이 중단됐다. 최근 경기회복으로 물가연동채권 수요가 다시 생기면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21일 만기 10년의 물가연동국고채 발행을 재개했다.
물가연동국고채의 이자 보상은 이표 지급과 만기상환시에 물가 변동을 반영해 현금흐름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표면이율(Coupon Rate)은 고정돼서 발행되며 원금은 물가 변동에 따라 변하는 구조다. 실제 이자 지급액은 고정된 표면이율과 변동된 원금을 곱한 값이며, 만기 때 물가 변동을 반영한 원금이 상환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금이 100억원, 표면금리가 2.75%이고 1년에 한 번 이자를 지급하는 가상의 물가연동채권을 설정해봤다. 향후 소비자물가가 3% 상승을 지속할 것으로 가정했다. 이 경우 현금흐름은 다음과 같다(<표> 참조).
 
물가 변동분은 만기 원금에 반영
현재 시장에서 물가연동국고채와 일반 명목채의 유통 수익률 차이는 2.5% 정도다. 이는 현재 금리에서 물가연동국고채를 매수한 뒤 향후 물가상승률이 2.5%를 넘는다면 물가연동국고채의 투자 성과가 명목채보다 유리하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 안정 목표 구간은 3.1% 수준이다. 또 통화 당국의 2011년 소비자 물가지수 전망은 3.3%다. 현재 물가연동국고채 가격은 이론값보다 저평가돼 있어 투자 메리트가 높다.
   
 
과세 측면에서도 투자 메리트가 있다. 물가연동국고채는 이자 지급액에 대해서는 과세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증가한 원금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물가연동국고채의 표면이자가 명목채 금리보다 크게 낮기 때문에 이자 지급액이 작고 만기시 원금 상환액이 크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금 증가액이 크지만 늘어난 원금 증가분 은 확정 이자가 아니기 때문에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물가연동국고채는 또 만기 10년 채권이므로 분리과세가 가능하다.
물가연동국고채는 일반 채권보다 현금흐름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다. <그림1>과 <그림2>는 각각 향후 소비자물가가 3% 상승을 유지할 때, 표면금리 5%인 명목채와 표면금리 2.75%의 물가연동국고채 현금흐름 누적액을 나타낸다.
   
 
물가연동국고채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도 있다. 첫째, 시장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채권을 매각할 경우 적정한 가격보다 싸게 팔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표면금리가 명목채보다 낮기 때문에 만기 이전에 받을 수 있는 현금흐름이 작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둘째, 물가연동국고채는 물가 상승 위험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지만 실질금리가 상승할 때는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손실을 볼 수 있다. 실질금리 상승 위험을 피하려면 기술적으로 금리 상승분 중 실질금리와 인플레이션 기여도를 정확히 추정할 필요가 있는데 개인 투자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기간에 급격히 올라간다는 것에 베팅해 매매 차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투자한다면 금융투자회사의 간접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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