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 특집 2013
     
세대가 바뀌면 부촌의 지도도 바뀐다
대한민국 슈퍼리치- ② 그들은 어디에 사나
[37호] 2013년 05월 01일 (수)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LH공사 제공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자, 그중에서도 재계를 대표하는 재벌 총수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선호하는 동네는 어디일까.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 사생활 보호는 부자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주거 조건이다. 이들이 사는 곳은 보통 사람들에게 호기심·선망·시기가 어우러져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대한민국 부자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

김연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대한민국 부촌 지도가 바뀐다.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부자들의 거주지가 서울 강북에서 강남권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뚜렷했다. 전통적 부자인 재벌 오너 일가는 부촌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하락한 서울 성북동과 한남동에 남아 있는 반면, 전문 경영인으로 고액 연봉을 받거나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혼란기를 활용해 빠르게 부를 모은 신흥 부자들은 강남구 도곡동, 청담동, 서초동과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판교동 등지로 몰려들고 있다. 주거 형태도 전통 부자는 개인 주택을 선호하는 반면, 신흥 부자는 주상복합아파트나 고급 연립주택을 찾는다.

'한국의 비벌리힐스'로 불리는 수도권 남부 지역의 서판교는 최근 가장 떠오르는 신흥 부촌이다. 운중천을 중심으로 북쪽엔 청계산과 금토산이 둘러져 있고 남쪽에는 바라산이 병풍처럼 놓여 있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설계 당시부터 모던한 외관으로 관심을 모았던 월든힐스와 산운·운중 아펠바움이 단연 눈에 띈다. 80억원대 단독주택부터 20억원대 고급 빌라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주택이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을 뽐낸다.

한국판 비벌리힐스 서판교

구평회 E1 명예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임병철 한불화장품 사장, 홍성일 전 한국투자증권 사장, 류철호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재계 오너와 CEO는 물론 의료계나 법조계 전문직 종사자도 최근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21명의 CEO가 살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차로 10분이면 강남권에 도달할 수 있는데다 도심 속 아파트를 벗어나 쾌적한 전원 생활을 누리려는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 압구정과 청담동을 제치고 강남의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곳이 도곡동이다. 도곡동 부촌을 주름잡는 타워팰리스는 신흥 부촌의 상징이다. 도곡동에는 모두 51명의 CEO가 살고 있는데, 이 중 24명이 타워팰리스에 몰려 있다. 나머지 27명도 인근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다. 5년 전인 2008년 도곡동에 거주하는 CEO는 42명이었다. 청담동에도 최근 CEO들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곳에 사는 CEO는 2008년 36명에서 올해는 48명으로 늘어났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정몽진 KCC그룹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조원국 한진중공업 상무,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씨 등이 이곳 주민이다.

삼성·현대가(家) 몰린 한남·성북동

서초동의 경우 트라움하우스, 더미켈란, 롯데빌리지 등 최고급 주택단지가 조성된 데 이어 서초동 1320-3번지 일대에 삼성타운이 들어서면서 부자들이 빠른 속도로 몰려들었다. 대표적인 고급 단독주택으로는 서울교대 인근 롯데빌리지가 손꼽힌다. 대지만 150~200평이며 공개적으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 200평형의 경우 35억~40억원으로 추정될 뿐이다. 서초동에 거주하는 CEO는 2008년 56명에서 올해 61명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비벌리힐스'로 불리는 수도권 남부 지역의 서판교는 최근 가장 떠오르는 부촌이다. 80억원대 단독주택부터 20억원대 고급 빌라까지 다양한 주택이 몰려 있는 월든힐스(위)와 아펠바움. SK건설 제공

서울시 경계에서 남쪽으로 훨씬 벗어난 분당에 거주하는 CEO 비중도 크게 늘었다.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파크뷰가 들어선 이후부터 일약 부촌 대열에 합류한 분당 정자동에는 30명의 CEO가 살고 있다. 2008년에 비해 9명이 늘었다. 파크뷰 주변에는 로열팰리스, 현대아이파크, 삼성아데나팰리스, 삼성미켈란쉐르빌, 두산위브, 동양파라곤, 두산위브파빌리온 등이 어울려 부촌을 형성하고 있다. 이 일대는 그룹 총수보다는 대기업 임원이나 의사·교수·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산다. <한국의 슈퍼리치> 저자인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센터 부센터장은 "서울 강남에 거주하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찾아 내려온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금은 강남권에 밀려 부촌의 위상이 하락했지만 대한민국의 전통 부촌은 단연 성북동이다. 성북동은 조선시대부터 고관이나 부자들에게 어울리는 땅으로 알려져왔다. 성북동 거주 CEO는 2008년 45명에서 34명으로 감소했다. 그마저 대부분 나이가 60~80대인 대기업 총수가 많다. 20~30년 이상 성북동에 주소를 두고 있는 이 동네 터줏대감들이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고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명예회장·김상하 삼양그룹 회장 등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정몽윤 현대해상 회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현대가 사람들도 이곳에 몰려 있다.

성북동이 창업 1세대의 터전이라면 한남동은 2세대의 터전으로 불린다. 한남동은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내려보는, 풍수지리에서 최고 명당으로 꼽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형 입지가 돋보이는 곳이다. 2008년 31명의 CEO가 살았으나 올해는 27명으로 줄었다. 성북동에 현대가 사람들이 몰려 있다면 한남동은 삼성가의 둥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이곳에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산업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신춘호 농심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등이 살고 있다. 신동일 부센터장은 "이곳 부자들은 나이가 칠순이 넘은 고령층이 많아 경영 2선으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전반적으론 부자들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강남권의 신흥 부촌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ykkim@hani.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