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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 돼지 머리 그리고 '냉철한 두뇌'
[Cover StoryⅡ]금융 변종플루 습격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쑤안(일본금융 전문가) economyinsight@hani.co.kr

금융시장은 간단명료한 것을 좋아한다. 많은 사항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축약되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표현되고, 사람들에게 깊게 기억되도록 한다. 예를 들어 ‘BRICs’는 중국어로 ‘황금벽돌 4개국’이라는 근사한 이름이 붙었다. 알파벳의 순서는 외국인 입에서 나오는 대로 부른 것이지, 절대로 이들 나라의 경제력 순위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은 축약어를 사용해 무언가를 비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국가 채무 문제가 첨예한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5개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간략화해 PIIGS(사람들이 나중에 이 나라들을 돼지 대가리 5개국으로 번역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다)라 한다. 국가 채무 문제의 확산에 따라 시장은 또 이를 STUPID로 확장했으니, 각각 스페인·터키·영국·포르투갈·이탈리아와 두바이를 나타낸다.
 
황금벽돌과 돼지 대가리

이 국가들은 엄중한 국가채무 위험에 직면해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아주 높거나(그리스 117%, 이탈리아 115%), 국가 채무의 외국 자본 의존도가 매우 높다(국채의 국내 소화율로 보면 영국이 제일 높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그 다음이다). 현재 금융시장은 이번 위기가 미국과 일본으로 퍼질 것인지 아닌지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거품경제가 터진 이후 재정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최근 20년 이래 일본 정부가 시행했던 재정 자극 정책은 천태만상으로 끊임없이 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저우싱츠(주성치)의 영화를 빌려 말한다면 도도한 강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과 같다.1) 그 결과 일본의 국채 잔액은 또 다른 대사 ‘황화가 범람해서, 갈수록 수습할 수 없는’2) 상태처럼 됐다. 일찌감치 1999년 일본은 이탈리아를 넘어서 최대 부채액을 보유한 선진 국가가 됐다.
그때는 1997년과 1998년 국내외 금융 위기로 발생한 경제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기자들에게 세계 제일의 ‘돈 빌리기 대왕’이 됐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대왕은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고, 모리 요시로가 짧게 집권한 뒤 고이즈미가 등장해 국채 발행량 증가를 막겠다고 맹세했다. 고이즈미는 운이 좋게도 유럽과 미국 경제 확장기라는 양호한 외부 환경을 만나 임기 중 태평양전쟁 이후 일본이 경험한 가장 긴 경제 확장기를 성취했지만, 국채 증가 속도를 약간 늦췄을 뿐이다. 고이즈미와 그가 가장 중용(重用)했던 헤이조 다케나카 교수는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 즉 국채 발행액을 자신들이 공언했던 목표 한도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국채 발행을 늘린 정치가들에게 가장 좋은 핑곗거리를 제공했다. 자민당과 아소 다로는 정권 안정을 위해 일련의 재정 자극 계획을 마련했고, 그 결과 일본은 주요 경제국 가운데 또 다른 지표상 최고가 됐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GDP 대비 공채 잔액(지방정부 부채 포함) 비율은 174%로, STUPID에서 1등인 그리스를 훨씬 앞선다. 재정적자로 악명 높은 미국도 74% 안팎에 불과하다. 올 1월 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08 회계연도에 이미 채무 지급 불능에 빠진 파산한 집안이다. 일본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일반성 재정 예산과 특별 재정 예산)를 합친 채무액은 자산보다 317조4000억엔이 많다. 이는 현재  환율로 따져 인민폐 23조7000억위안이다. 민간 기업이 이렇다면 일찌감치 파산 절차를 신청해야만 했는데, 왜 일본은 이렇게 엉망인 재정 환경 속에서 눈덩이 굴러가듯 끊임없이 부채 수준을 높이고도 국가 파산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가지 않는 것일까?
 
   
▲ '돈 빌리기 대왕'으로 고백한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말처럼 일본은 세계 최고 '부채 선진국'이 됐다. 드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도쿄의 고층건물들이 '잃어버린 20년'을 웅변하는 하고 있다.
국채 93% 일본 국내 투자가 보유

먼저 일본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대외 채권국이고, 외환보유고는 중국 다음이며, 무역 흑자국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일본은 국채를 외화로 발행한 적이 없고, 외국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잔액은 전체의 6%가 안된다. 일본 국채의 93%는 국내 금융 기관과 개인 투자자가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상업은행, 보험 및 연기금 등 금융기관의 점유율이 70%에 가깝다. 일부분은 아직도 우체국 예금3)과 정부 배경이 있는 금융 기구가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상업은행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만기 상환 때까지 보유하며, 이론적으로 시장 매매에 들어가지 않는다. 학계의 한 정통한 인사는 일찍이 이런 행위의 성격을 ‘시장 격리’라고 규정했다. 객관적으로 이는 국채 가격의 파동(큰 변동)압력을 줄인다. 또 중앙은행은 경제 회복을 자극하고 지탱하기 위해 느슨한 금융정책을 사용했다. 화폐 정책 수단으로 상업은행 등 민간금융기구로부터 장기 국채를 사들였는데, 대략 국채 잔액의 15~20%에 이르러 기본적으로 시장 매매에 들어갈 일이 없다. 그 결과 일본은 초저금리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장기간 제로 금리 수준이고, 국채 가격은 아주 안정적으로 변동하고 있으며, 금융 기관 역시 편안하게 이런 안전자산을 보유해 자산부채표의 안전성을 유지한다.
사실상 이런 악순환 때문에 정부는 결국 만성적인 국채 의존병에 걸렸고, 점차 재정의 기본 법칙을 잃어버렸다. 이런 구조는 민중의 재산으로 각종 금융기관을 보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우체국 예금이든 연기금이든 심지어 상업은행의 자금까지, 자산부채표 상에서 대응(대차대조표의 차변과 대변을 말함-역자 주)하는 것은 모두 국민의 저축이다. 수신 금리가 무한대로 제로에 근접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국채 거래에서 안전한 이윤을 획득한다. 한편으로, 빌린 자금의 이자 상환을 위해 일본 정부는 이른바 ‘차환(借換)국채’라 불리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비록 일본의 이자율이 아주 낮지만 복리효과로 상환해야 할 원리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날로 증가한다. 2007년 일본은 이자 상환에 8조6000억엔을 썼을 뿐이지만, 2008년에는 9조3000억엔으로 늘었다. 현재 10년짜리 국채 이율은 1.2%이지만 만약 미국의 3.6% 수준으로 뛴다면, 설사 일본 정부가 새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앞으로 7~8년 뒤에는 12조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 사람도 있다. 올해 하토야마 정부의 일반성 재정 예산 규모는 92조엔으로, 이미 최대 수준을 넘어섰다.
국채 잔액이 눈덩이처럼 팽창해 과거 10년간 200조엔이 늘었다. 2월10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2009년 연말 일본 정부의 채무는 이미 871조5천억엔으로 국민 1인당 평균 683만엔이고 인민폐로 51만위안이다. 또한 (채무는) 초당 35만엔의 속도로 끊임없이 증가해, 앞으로 20년 동안 일본은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2000만 명에게 1인당 평균 1000만엔씩의 채무를 부담하도록 할 것이며, 국민 1인당 평균 5000만엔을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까지 일본의 공채는 1억4000만 일본 국민의 금융자산을 착취해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부채를 빼고 본다고 해도 일본의 금융자산은 1100조엔이 부족하고, 이론상 정부의 채무 소화 능력은 겨우 300여조엔 정도 남아있다. 따라서 이런 국채 발행의 광기는 지속될 수 없고 시장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주식은 매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4U 금융상품이라는 야유를 듣고 있다. 마지막 U는 Ugly의 머리글자로, 추악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본 국채는 일본 주식에 비해 더 추악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적잖은 헤지펀드가 일본 국채에 대한 공매도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직접 현물을 매매할 수 없는 바에야 선물시장에서 공매도할 시기를 찾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나간다면 아마 간접 운용 금융상품을 발명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탐욕스러운 금융기관이 등장할 것이다. STUPID 6개국의 국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뒤 일본 중앙은행은 자국의 국채 문제에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고, 장기 이율이 극심하게 요동칠 위험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추악한 국채 투매 가능성

그러나 장기적인 국채 관리 전략과 두뇌가 없는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이유로 중앙은행에게 압력을 가해 통화 공급을 더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일단 일본은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일본 국민을 포함한 투자자들이 자신의 자산 가치를 지키고 안전을 추구한다면 자본 도피(Capital flight) 리스크도 발생할 것이다. 외환보유고는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인이 발행한 공수표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본의 대외 채권규모가 막대하지만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를 버리겠다고 선택할 권리가 있고, 이 때 일본은 STUPID보다 훨씬 위험한 지경에 빠질 것이다. 
북유럽 최대 보험회사인 ‘스칸디아’ 4)는 1990년 거품 경제가 터질 때, 일시적으로 스웨덴 국채 구매를 거부했고, 본국 국채에 투자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정치가들이 재정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건강한 재정 규율을 지킬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는 현대 금융 역사상 일대 사건인데, 일본은 이를 실현할 기회가 없었다. 필자가 대학에서 가장 존경했던 금융 이론 교수는 젊었을 때 전국 은행협회의 한 부문에서 일했다. 그는 각 대형 상업은행이 당시 대장성의 국채 발행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곧바로 정부와 발행 조건에 관해 타협했다. 이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가를 치렀다. 전해지는 말로는 정부에게 시장 규율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던 여러 은행 업무 부문의 당시 간부들은 그 뒤 전통적이고 정상적인 직무 대우를 누릴 수 없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나중에 아예 교편을 잡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30~40년이 흘렀는데 백발이 성성했던 Y 교수는 학생들에게 항상  ‘Warm Heart, Cool Head(뜨거운 마음과 냉정한 두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케인스와 피구의 스승이었던 마셜이 제자들에게 남겼던 교훈이다. 그리고 이 말은 모든 경제 정책 입안자들에게 주어진 경구로, 위기가 심해질수록 두뇌를 냉정하게 한다면 STUPID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게 될 것이다.
ⓒ 21cbh
번역 김태경 

<각주>
1)홍콩의 영화배우 주성치가 김용의 무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녹정기>에 ‘위소보’ 역으로 출연했을 때 한 대사.
2) 역시 주성치가 <녹정기>에서 한 대사. 앞의 ‘도도한 강물~’ 바로 뒤에 나온다.
3) 일본은 고이즈미 정권 때 우체국 민영화를 시도했고, 그 1단계로 일선 우체국을 모두 통폐합해 우체국 은행을 설립했다. 정식 명칭은 ‘일본 우정 그룹’으로 아직도 일본 정부가 과반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국영 은행이나 다름없다.
4) 스웨덴의 유명한 보험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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