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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팔아먹는 진정한 제품 ‘브랜드’
[경제와 책]<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No Logo) 나오미 클라인 지음
[3호] 2010년 07월 01일 (목) 구둘래 economyinsight@hani.co.kr

구둘래 기자 <한겨레21> 문화팀장 anyone@hani.co.kr
 
   
 
2010년 월드컵 축구 응원 풍경은 매우 복잡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FIFA는 거리 응원도 공식 후원사가 해야 한다는 입장)와, 서울시로부터 서울광장 쪽 홍보를 맡은 SK텔레콤의 이해관계가 상충한 것이다. 두 기업은 브랜드 노출을 하지 않는다는 협의를 맺고 광장을 개방했다. 하지만 붉은악마는 서울광장 응원을 포기했다. “서울광장은 이미 대기업이 접수했다”며 응원 장소를 옮겼다. 붉은악마가 응원 장소로 결정한 강남 코엑스 부근 봉원사 앞은 강남구청 서울과 SBS가 스폰서로 나선 곳이다.
 
모든 것이 팔린다
열광은 누구의 것이고, 무엇을 위한 응원인가라는 질문은 필요 없다. 모든 것이 팔린다. ‘월드컵 후원사’ 명칭이 FIFA에 의해 팔리고, 월드컵 방송중계권이 팔리고, 월드컵 방송 광고가 SBS에 의해 팔린다. 서울광장이 서울시에 의해 팔리고, 거리 응원이 붉은악마에 의해 팔린다.
어떻게 서울광장이 팔릴 수 있는가. ‘브랜드화’를 통해서다. 어떤 광고 기획자들은 ‘모래를 브랜딩하는 법’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광범위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래뿐 아니라 밀·쇠고기·벽돌·금속·콘크리트·화학물질·옥수수 가루, 그리고 이제껏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상품을 브랜딩할 수 있습니다.” 나오미 클라인의 <노 로고>(No Logo)에 나오는 말이다. 그가 10년 전 펴낸 이 책이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로 재출간됐다. 10년 사이 책의 경고는 한국에서 현실이 되었다.
브랜드화의 내막을 알기 위해 이 브랜드화가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1993년 4월2일 말보로가 20%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1954년 광고를 시작해 역사상 가장 오래, 가장 많은 돈을 들여 브랜드를 각인시켜온 담배 회사가 브랜드를 포기하고 가격경쟁을 선택한 것이다. 증권가는 이를 ‘말보로 금요일’로 기억한다. 말보로뿐만 아니라 코카콜라, 펩시 등 가정용품 브랜드의 주가가 모두 폭락했다. 마케팅 업자들은 경제불황으로 유명 상표를 외면하고 가격에 민감해졌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나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나 별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제 브랜드를 광고하는 데 돈을 들일 필요가 없어졌을까. 그러나 이 위기를 마케팅으로 극복한 회사들이 있었다. 나이키·애플·더바디샵·캘빈클라인·디즈니·스타벅스 등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뼛속까지 브랜딩’돼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였다는 점이다. “물론 이전까지만 해도 마케팅을 통해 파는 대상은 모두 제품이었다. 그러나 이제 제품은 진정한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브랜드 뒤로 물러났다. 브랜드를 파는 데는 정신적 측면에서만 설명할 수 있는 특별한 성분이 담겨 있다. 광고는 제품을 알리고 파는 것과 관련이 있지만, 브랜딩은 가장 진화한 인간의 형상을 입은 기업의 초월성과 연결돼 있다.”
이들은 저항 문화를 스타일로 흡수하고, 10대의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하고, 제품을 라이프스타일과 결합시킴으로써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팔았다. 스타일이 바로 브랜드이기 때문에 파는 상품을 여러 개로 늘리기도 쉬웠다. 옷으로 시작한 갭은 음악을 팔고, 커피숍 스타벅스는 출판을 한다. 랜덤하우스를 매입한 베텔스만이 반스앤드노블닷컴 지분을 인수해 편집·제작·유통·소매·인터넷 판매의 전과정을 관장하게 된다. 교보문고 매장은 각종 액세서리와 문구 용품의 성지가 된다.
 
저항 문화·스타일을 ‘브랜드’로 흡수하다

라이프스타일이 된 ‘서울광장’은 무슨 제품인지 알쏭달쏭해도 팔린다.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이제 팔 건 다 팔았을까. 나오미 클라인은 10년 뒤의 서문에서 ‘오바마’의 성공을 브랜드를 통해 설명한다. 홍보 회사와 마케팅 이사 출신의 오바마 홍보팀은 현대 마케팅의 모든 기술을 썼다. 정치인 광고도 나이키 광고처럼 멋질 수 있구나 생각하게 했다. 오바마는 대통령 선거 전 미국 광고주협회가 매년 수여하는 올해의 마케터상을 받았다. 잘하면 됐지 뭐가 나쁘냐고? “15년 전 나이키는 사람들에게 운동화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불어넣기 위해 시민 평등권 운동 이미지와 1960년대 반체제 문화 아이콘을 도용했다(오바마 역시 시민 평등권 운동을 활용했다). …문제는 오바마 이전에 다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희망을 품게 했던 수준까지 생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국가가 나서서 일깨워주는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있다(이 위원회의 위원장이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뭐든 못 팔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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